10년 전 사건에 발목잡힌 전영묵 사장…삼성생명 신사업·M&A 올스톱되나
입력 2023.05.08 07:00
    전영묵 대표, 삼성생명-아난티 거래로 배임 혐의 적용 가능성 거론
    금융당국 인허가 필요한 신사업 또는 M&A 보류될 수 있단 관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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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삼성생명이 10년 전 했던 부동산거래에 발목 잡혔다. 리조트업체 아난티와 '뒷돈'을 주고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해당 거래로 전영묵 사장이 배임 혐의를 적용받을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대주주 요건 미충족을 이유로 삼성생명의 신사업 및 M&A(인수·합병) 심사를 중단할 수 있단 관측이 나온다.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가 전영묵 삼성생명 사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지난 3일 소환했다. 삼성생명과 아난티 간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투자심의위원회가 제대로 검증했는지 확인한 것으로 알려진다. 전 사장은 해당 거래를 검증한 삼성생명의 투자심의위 9명 중 한 명이었다.

      아난티는 지난 2009년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500억원 상당의 부지와 건물을 매입한 지 두 달도 안 돼 삼성생명에 훨씬 비싼 값에 되팔았다. 이때 삼성생명이 아난티에 준 계약금이 당시 매입금의 두 배인 970억원에 달했다. 아울러 매매 계약 체결 당시엔 아난티가 건물을 준공해 매각하기로 했으나 이후 부동산을 조기에 인도한다는 내용으로 바뀌면서 삼성생명과 아난티 임직원 간 부정 거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전 사장은 당시 거래를 검증했던 투자심의위 위원 중 한 명으로 수사 경과에 따라 배임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검찰은 당시 투자심의위가 매수가격의 적정성 여부 등을 점검하지 않은 채 해당 거래를 부실하게 검증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매매가의 적정 가격을 산정하기 위한 비교표준지 내용 일부는 투자심의위에 허위로 보고된 것으로 전해진다.

      배임 혐의 등으로 전 사장의 수사가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삼성생명의 신사업 및 M&A가 녹록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M&A나 일부 신사업의 경우 금융당국의 인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대주주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심사가 보류될 것이란 설명이다.

      금융당국이 금융사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할 때는 최대주주 중 1인을 선정해서 심사하지만, 사업 승인을 위한 대주주의 적정성을 살펴볼 경우 최대주주와 그 특수관계인을 포함해서 심사를 한다. 전영묵 사장은 삼성생명 최고경영자(CEO)로 고용된 만큼 대주주 범주에 포함되는 특수관계인으로 분류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수사가 진행되면서 전영묵 사장의 배임 혐의가 발견된다면 삼성생명은 하던 걸 모두 멈춰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금융당국의 인허가가 필요한 신사업이나 M&A의 경우 전 사장의 수사결과가 나올때까지 보류될 것으로 본다. 전 사장이 대주주 특수관계인으로 포함돼 사업의 적정성을 판단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운용사 및 GA(법인보험대리점) 업체 인수에 열 올리고 있던 삼성생명 입장에선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삼성생명은 본업인 보험업을 한 축으로 운용업을 키우기 위해 작년 영국 부동산 기업인 세빌스 운용 투자 운용 지분 25%를 인수한 데 이어 프랑스 자산운용사 메리디암SAS 보통주 지분도 20% 취득했다. 본업인 보험의 영업력을 키우기 위해 최근 GA사도 인수 대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