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사들이 일제히 IFRS17 도입 첫해 1분기 실적 발표에 나선 가운데 회사간 이전투구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서로의 실적을 못 믿겠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논란이 커지자 금융감독원까지 나서서 사태 파악에 나서고 있다. 보험사들이 서로의 실적을 못 믿는 판국에 투자자들의 혼란은 더욱 가중되는 모습이다. 

최근 발표된 손보사들의 1분기 실적은 '반전'이었다는 후문이다. 지난해 연말 기준 각 손보사들이 발표한 미래이익(CSM)에서 DB손해보험이 삼성화재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었기 때문이다. CSM은 상각되면서 순이익으로 반영된다. 이 때문에 연말 집계한 자료 그대로 실적이 나올지에 관심이 쏠렸다.

뚜껑을 열어보니 작년 연말 자료와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순이익 기준 1위는 역시 삼성화재(5801억원)가 차지했다. 2위는 DB손보(4060억원), 3위는 메리츠화재(4047억원)였다. 메리츠화재는 그간 2위 그룹을 형성했던 현대해상, KB손보를 앞질렀다. 

경쟁사 대비 약진한 실적임에도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 겸 메리츠화재 대표는 1분기 실적발표에서 업계를 향해 쓴소리를 날렸다. 김 부회장은 "CSM이 과장되는 것은 보험사가 실손 손해율은 지나치게 낮게, 무해지보험 해지율은 과도하게 높게 쓰기 때문”이라며 관행에 대해 비판했다. 

해당 발언은 손보업계에선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졌다. 손보사 대표가 업계의 관행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비판하는 것은 드문 일이기 때문이다. 

금감원에선 손보사 1분기 실적발표 이후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DB손보와 현대해상에 대해 검사에 들어갔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금융위원회에 투서가 들어간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일부 손보사가 금융위에 경쟁사 CSM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는 말들이 업계에서 돌았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서로에 대한 불신이 커지는 이유는 격해지고 있는 경쟁환경이 거론된다.

IFRS17 하에서는 손익이 발생하는 보험상품을 팔아야만 이익으로 반영된다. 이전에는 보험사가 손해를 보는 상품을 팔아도 판매 당시에는 이익으로 회계처리된다는 점에서 일종의 유인이 있었다. 하지만 새로운 보험 회계에선 이러한 꼼수가 통하지 않는다. 손보사 입장에선 경쟁에 더욱 내몰릴 수밖에 없는 환경이고, 그만큼 점유율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게다가 IFRS17 첫해이다 보니 기존에 제시한 숫자와 차이가 날 수밖에 없고, 이를 경쟁사와 비교하는 과정에서 '서로가 틀렸다'고 주장하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손보업계 전체적으로 회계 신뢰도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1분기 실적 발표 이전에 급등했던 손보사 주가는 이후 크게 하락한 바 있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보험사 임원들 입장에서 대주주 및 CEO에게 경쟁사 실적이 예상과 다를 경우 이에 대해 설명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고 있다”라며 “가장 손쉬운 방법이 상대방이 틀렸다고 주장하는 일이다 보니 제도 시행 초기 혼란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