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證 실적 악화일로에 조직 다이어트…일각선 "인력 시장 열렸다"
입력 2023.07.17 07:00
    메리츠證, 다올證 이원병 상무 포함 부동산PF팀 45명 흡수
    상상인證, FICCㆍ리서치센터 인력 확충…1년간 70명 늘어
    부실 및 성과급 등 이슈로 증권사간 이동 더 활발해질듯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차액결제거래(CFD) 계좌 관련 미수금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로 올해 국내 증권사들의 2분기 실적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성과급 감축으로 인해 대형증권사를 중심으로 인력 이탈도 가속화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일부 증권사는 이 틈을 타 인력을 충원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이전 일터를 떠난 부동산 PF 핵심 인력들이나, 최근 존폐가 거론되는 리서치센터 임직원들을 흡수해, 그간 미비했던 IB(기업금융) 부문을 확장하겠다는 행보다.

      1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메리츠증권ㆍ상상인증권 등 일부 증권사는 경쟁사에서 구조조정 당했거나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떠난 임직원들을 흡수해 IB부문을 확대하고 있다.

      메리츠증권 임직원 수는 지난해 말 기준 1539명에서 올해 1분기 1589명까지 50명 가량 늘었다. 정규직 임직원은 580명에서 562명으로 오히려 줄었지만, 계약직이 915명에서 977명으로 증가했다. 비등기임원도 6명 늘었다.

      메리츠증권이 채용한 계약직 인력들은 대부분 경쟁사에서 부동산PF 딜을 담당했던 관계자들로 전해진다. 특히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구조조정된 다올투자증권의 임직원들이 45명 이동했다. 약 90% 가량을 다올투자증권에서 흡수한 것이다. 여기에는 다올투자증권 개발금융사업본부에서 재직했던 이원병 전 상무와 그의 산하에 있던 PF팀 소속 직원들이 포함됐다. 

      앞서 다올투자증권은 지난해 부동산PF 부실 사태가 터지면서 유동성 위기를 겪었다. 이에 그룹 차원에서 유동성 마련을 위해 다올신용정보ㆍ다올인베스트먼트 등 핵심 계열사를 잇따라 매각하고,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실시해 비용을 절감해야 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특히 PF 업무는 대부분 계약직들이 담당하는데, 이들에 대한 감원은 회사 측이 계약을 갱신하지 않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해고가 아니기 때문에 퇴직금 등 법적 부담도 적다"며 "PF팀뿐만 아니라 일반 평직원들도 다올에서 메리츠로 대거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중소형 증권사인 상상인증권도 임직원 수가 지난해 말 183명에서 올해 1분기 226명까지 43명 늘었다. 전체 임직원의 약 20%가 3개월 만에 채용된 셈이다. 지난 3월 이후에도 공격적으로 인원을 확대하고 있어, 1년 동안 약 70명을 늘린 것으로 추정된다.

      상상인증권은 FICC(채권ㆍ외환ㆍ상품) 운용본부를 중심으로 한 IB 인력 위주로 충원했다. 지난해까지 이베스트투자증권에서 채권금융을 담당했던 유지훈 상무가 올해 초 상상인증권 FICC본부장으로 이직했고, 같은 부서의 FICC 인력도 10명 가량 영입됐다. 유 본부장은 채권부문 부장 시절부터 당시 김원규 이베스트투자증권 사장보다 높은 연봉을 받았던 인물이다. 

      법인영업(홀세일)을 늘리기 위한 리서치센터 인력도 확대했다. 지난해 KB증권 리서치센터 소속의백영찬 전무를 리서치센터장에 영입한 것을 기점으로, 5명 수준이었던 리서치센터 연구원이 올해 16명까지 늘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백 센터장은 KB증권에서 LG에너지솔루션 기업분석을 담당했던 핵심 인물로, KB증권 법인영업의 큰 축이었다"며 "지난해 증권 업황이 무너지면서 요직에서 밀려난 인력들을 상상인이 다 쓸어왔는데, 면면을 살펴보면 기관 영업에 치중하겠다는 행보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유진투자증권은 올해 2월 유장훈 전 삼성증권 기업금융1본부장을 IPO본부장을 영입하고, 10여명 규모의 인력들과 영업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 

      이 같은 인력 충원은 국내 5대 대형 증권사와 반대되는 행보다. 5개 회사는 업황 악화를 이유로 같은 기간 적게는 2명, 많게는 109명까지 인원을 줄여 왔다. 

      2분기 역시 유의미한 규모의 충원은 없을 전망이다. 5개 회사의 올해 2분기 당기순이익 추정치는 약 8102억원으로, 전 분기(1조2683억원) 대비 36.1%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3분기와 4분기 당기순이익 역시 각각 7344억원, 4979억원으로 내림세가 관측된다. 

      다만 메리츠증권과 상상인증권 등은 이를 기회 삼아 핵심 인력을 충원, IB 부문 실적을 늘리는 데 활용하겠다는 분위기다. 실제로 KBㆍNH 등 대형사의 리서치센터에서 철수한 인력들을 노리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증권가 관계자는 "업황이 더 좋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그나마 나을 때 희망퇴직금이라도 받고 이직하자는 분위기라서 경쟁사간 인력 이동은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며 "USB와 CS가 합병되면서 흡수되지 못한 IB 인력들을 노리는 회사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