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 엮이면 업종 상관없이 수급 쏠려
이차전지 종목 거래로 수수료 '쏠쏠'
성장성과 별개로 열기 과도하다는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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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차전지 테마가 시장의 수급을 빨아들이자 증권사도 이러한 흐름에 올라타고 있다. 이차전지 테마로 엮인 종목의 목표 주가를 높이는가 하면, 새로운 이차전지 수혜주를 찾아 추천하기도 한다. 이차전지 소재 기업의 성장성이 뚜렷한 건 사실이나, 주가 상승 흐름과 열기는 과도하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최근 이차전지 테마주 열기에 개인투자자가 주도하는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7월25일 개인은 거래소 시장에서 1조4000억원을 매수했고, 이중 포스코홀딩스가 1조2000억원을 차지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20조원에 육박해 지난 4월 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포스코그룹에만 1조원이 넘었다.
소시에테제너랄(SG) 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 이후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18조원대로 줄어들었다. 최근 잔고가 다시 느는 건 이차전지 밸류체인 관련주에 개인투자자가 몰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수급 블랙홀'이 이어지고 있다. 7월 코스피와 코스닥에 상장된 종목 2722개 중 하락 종목은 1984개로 약 73%에 달했다. 그러나 이차전지 관련 종목에 쏠림 현상이 나타나며 주가는 오히려 코스피가 2.51%, 코스닥이 7.1% 올랐다. 25일 기준 코스닥 하락 종목 수는 1287개로 역대 26번째로 많았는데, 주가는 이례적으로 상승 마감했다.
이차전지 종목으로 주식시장의 수급이 쏠리자 증권사는 테마에 올라탄 종목을 '적극 추천'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의 경우 한국투자증권은 목표주가를 90만원으로 제시했다. 기존 목표 주가(50만원) 대비 80% 상향 조정된 수치다. BNK투자증권·삼성증권·키움증권 등도 기존 목표 주가 대비 15~80% 상향 조정했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최근 폭등한 포스코·LS 그룹주를 당분간 밀 생각"이라며 "일부 애널리스트는 유튜브 채널이나 개인 텔레그램 채널에서 해당 종목을 적극 추천하거나, 리포트에서 목표가를 기존 대비 높게 올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이차전지 수혜주 찾기도 집중하고 있다. 이차전지 테마로 엮이면 업종과 상관없이 수급이 쏠리는 모습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증권사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최근 증권사에 찍히는 거래 수수료를 보면 매수(롱)·매도(숏) 포지션이 뒤섞여 이차전지 관련 종목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며 "어차피 이차전지 이외의 종목은 리포트를 내도 시장의 반응이 적어 이차전지 관련주를 발굴하고 리포트를 쓰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극재 3사 중 유일하게 주가 흐름이 부진했던 엘앤에프가 거론된다. 에코프로비엠과 포스코퓨처엠은 연초 이후 주가가 3~4배 뛰었으나, 엘앤에프는 50% 정도 상승했다. 올해 1분기 기준 엘앤에프의 주가순이익비율(PER)은 61.22배로 양극재 3사 대비 낮은 편이다. 에코프로비엠은 174.2배, 포스코퓨처엠은 78.5배다.
메리츠증권은 엘앤에프를 양극재 최선호주로 꼽고 있다. 그동안 메리츠증권은 "LG에너지솔루션-테슬라 생태계에 대응하는 국내 유일한 양극재 기업"이라며 "(최근) 동사의 주력 고객사인 LG에너지솔루션과 2024년 양극재 납품 예정인 테슬라의 공급망 가이드에 대응 중"이라 진단했다.
한화투자증권도 엘앤에프를 두고 "저조한 수익성이 구조적 문제가 아닌 비싼 원재료 인식 때문이라면 (…) 경쟁사 대비 현저히 저평가 받고 있는 지금이 매수 기회"라며 "나머지 디레이팅 요인들(고객사 다변화, 업스트림 투자 등)은 해결해나가고 있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일부 증권사는 양극재 업체의 주가 상승세를 '비정상적인 움직임'으로 판단하고 다른 이차전지 밸류체인 기업으로 눈을 돌리기도 했다.
하이투자증권은 실리콘 음극재 관련 종목으로 대주전자재료·나노신소재, 전해질 관련 종목으로 천보를 제시했다. 하이투자증권은 "최근 주요 배터리 셀 업체들의 실리콘 음극재 채택 시점이 당초 기대했던 올해에서 내년으로 지연되는 분위기지만 대부분의 완성차 업체들의 배터리 개발 로드맵상 실리콘 음극재 채택이 포함돼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시간 문제"라며 "특히 최근 주가 흐름이 부진했던 업체들의 경우 하방 경직성을 확보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 상대적으로 주가 방어 측면에서도 유리할 수 있다"고 전했다.
유안타증권은 SKIET와 WCP 등 분리막 종목을 '무조건 들고 가야 할 소재'로 소개했다. 유안타증권은 "국내 분리막 기업들이 하반기에 고객사의 다변화를 시작하고 북미 증설의 모멘텀 등이 기대된다"며 "(이외에도) 대주전자재료, 제이오, 나노신소재 등 실리콘음극재·CNT 관련 기업도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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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차전지 소재 기업의 성장성이 매우 뚜렷한 건 사실이다. 테슬라 흑자전환 이래로 글로벌 완성차 기업은 전기차 사업에 수백조원 단위 투자 계획을 쏟아냈다. 낙숫물은 LG에너지솔루션이나 SK온, 삼성SDI와 같은 배터리셀 기업을 거쳐 에코프로그룹이나 포스코퓨처엠 등 핵심 소재기업까지 흘러내려갔다.
향후 5년 동안 전방 전기차 시장 아래로 늘어선 이차전지 관련 기업은 수주와 증설, 양산 일정을 따르기만 하면 실적이 매해 껑충 뛰어오르게 돼 이 같은 성장세가 주가에 반영되는 건 자연스럽다는 평이다.
시장을 주도하는 테마주는 맞지만 열기가 과도하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국내 증시에서 이차전지 소재 수준의 성장성을 보이는 업종이 적다는 희소성을 감안해도 현 수준의 프리미엄은 과도하다는 시각이다. 현재 국내 증시에 상장한 이차전지 업종의 평균 PER은 36배수를 넘어섰다. 실적이 고성장해도 업종 전반에 반영되는 프리미엄이 빠지면 주가는 하락할 수 있다.
한 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최근 이차전지 테마주 폭등장에서 숏포지션을 잡았던 기관이 재매수(숏커버링)에 나서며 주가 폭등에 불을 붙였다"며 "산업 성장성과 별개로 주가가 과도하게 높다는 판단 하에 숏포지션 시기를 조율하고 있지만, 수많은 투자자가 몰려드는 탓에 주가의 상승도 하락도 점치기 어려운 상황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