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전 조직 부산 이전' 용역결과에 여ㆍ야 격돌…산은법 개정 다시 난관
입력 2023.07.28 16:32
    "법 개정 강행하자" vs "반쪽짜리 보고서" 극한대립
    野 "부산 이전 논리 부족" 부행장 질책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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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산업은행과 금융위원회가 '산은 전(全) 조직·기능 부산 이전'을 보고한 이후 관련 논의가 다시 난관을 맞이했다. 부산 이전을 당론으로 채택한 여당은 걸림돌이었던 산업은행법 개정을 빠르게 추진하겠단 입장이지만, 야당에서 연구용역 결과를 '반쪽짜리 보고서'로 지적하며 반대 공세에 나선 때문이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삼일PwC는 지난 3월 산업은행이 의뢰한 '한국산업은행의 정책금융 역량강화 방안 마련' 컨설팅 과제 결과 보고서를 25일 산은 측에 제출했다. 

      보고서에는 ▲여의도에 업무상 불가피한 필수 조직만 유지하고 전 기능과 조직을 부산으로 이전하는 ‘지역성장 중심형 이전’과 ▲정책금융 기능을 부산 신(新)본점과 여의도에 병행 배치하는 ‘금융 수요 중심형 이전’  등 두 가지 안이 제시됐다. 산업은행과 금융위원회는 이 중 첫 번째 안인 지역성장 중심형 이전안을 채택해 국회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위해서 필수적으로 해결돼야 할 절차는 산업은행법 개정이다. 산은법 제4조는 '산은은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고 규정하고 있는터라 법 개정 없이는 이전 자체가 불가능하다. 지난 2005년 1차 공공기관 이전 당시 '동북아 경제중심지 조성에 필수적인 기관'이란 사유로 산은이 이전 공공기관에서 제외된 이후 법 개정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관련 논의는 국민의힘에선 김희곤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에선 박재호 의원이 각각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 두 의원 모두 산업은행의 소관위인 정무위원회 소속이면서,  부산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여권은 이번 컨설팅 결과에 힘입어 윤석열 정부의 국정 과제이기도 한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위한 산업은행법 개정을 탄력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야당이 반대할 경우 부산시당과 협력해 서명운동 등도 개진할 뜻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희곤 의원실 관계자는 "연구용역을 통해 도출된 부산 이전은 당연한 결과"라며 "이를 토대로 민주당에도 법 개정에 동의해 줄 것을 적극 촉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야당에선 박재호 의원 등은 산업은행을 부산에 유치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지만, 당내 의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이전이 확정된다면 박 의원의 지역구인 부산 남구에 위치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만큼, 현재 당을 설득하는 데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박 의원 측에서도 이번 컨설팅 결과의 논리가 당내 의원들을 설득하기엔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박 의원은 27일 오전 산은 부행장과 금융위 과장에게 컨설팅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왜 부산으로 가야 하느냐"는 논리가 없다는 점을 산은 부행장에게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원실 관계자는 "연구용역 결과는 산업은행이 부산으로 내려가는 것을 이미 가정하고 1안과 2안 중에 선택을 강요하는 것이었다"며 "당내 의원들을 설득하기 위해선 부산으로 가야 하는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논리가 약해 아쉽다"고 말했다.

      야당에선 아예 연구용역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며 부산 이전을 원점에서 재논의하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무위원회 소속 오기형 의원은 28일 SNS를 통해 "주문제작 용역보고서로는 국회나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설득할 수 없다"며 "다시 원점에서 보고서를 제출하라"고 밝히기도 했다. 

      여기에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이전 발표가 미뤄진 점도 산은법 개정과 부산 이전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국회 관계자는 "올 상반기까지 발표가 됐어야 할 2차 공공기관 이전안이 돌연 총선 이후로 연기되면서 산은이 독자적으로 주목을 받는 상황이라 더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당사자인 산업은행 내부에선 혼란스러운 분위기가 감지된다. 

      당초 산은 측은 28일 강석훈 회장과 김복규 수석부행장의 주재 하에 전 직원을 대상으로 사내 설명회를 개최해 용역 결과를 공유한다고 27일 사내에 공지했지만, 설명회 예정일이었던 28일 오전 돌연 대상을 전 직원에서 조직장으로 변경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노조측의 반발로 일단은 조직장을 대상으로만 설명회를 개최하는 것으로 변경했다"며 "1안과 2안 중 어떤 안이 산은에 더 득이 되는 방향일지를 공유하는 정도로만 진행됐다"고 말했다.

      노조 측의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힘이 빠진 상황이다. 산업은행 노조가 부산 이전을 반대하며 법원에 신청한 가처분신청이 지난달 기각됐다. 앞서 산은 노조는 경영진이 일부 본점 부서를 부산으로 이전하고 직원을 발령낸 사실과 본점 이전을 신청하는 중요 의사결정인 산은 이전공공기관 지정안 제출을 이사회가 아닌 경영협의회를 통해 졸속 결정한 사실을 위법 행위로 규정하고 2건의 가처분신청을 제기한 바 있다. 현재 노조측은 항고장을 제출한 상태다.

      정부기관 관계자는 "현재 산은 노조가 반발하고는 있지만 사실상의 공은 국회가 쥐고 있다고 봐야 한다"며 "법 개정이 이뤄지면 산은이 부산으로 내려가지 않을 명분이 없기 때문에 결국 관건은 산은법이 개정되느냐 마느냐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