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터 타는 2차전지株에 몰리는 수급··· 시장은 'New TINA'까지 거론
입력 2023.07.31 16:32
    3일만에 급등한 2차전지주에 '예수 부활' 빗대기도
    2차전지 거래대금 수급쏠림 47.6%, 역대 최대 수준
    증권가 "주식시장 관심, 뉴티나 말할 정도로 뜨거워"
    연구원도 분석 포기 "배터리 아저씨 입만 보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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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에코프로그룹과 포스코그룹을 필두로 한 2차전지주의 기세가 매섭다. 주가는 급등과 급락을 거듭하며 널뛰기를 하고 있지만, 수급은 몰리면서 시장에서는 주식 외엔 대안이 없다는 'New TINA(티나;There is no alternative but stock)'까지 거론되고 있는 모양새다. 

      31일 2차전지 대장주로 평가받는 에코프로와 포스코홀딩스는 각각 전일 대비 9.33%, 3.72% 오른 120만7000원과 64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2차전지주는 주가가 요동치며 시가총액 수십조원이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변동성은 지난 주에 특히 극심했는데, 지난 26일엔 에코프로와 포스코홀딩스가 모두 신고가를 달성했다 장 마감에 임박해 일제히 급락하며 시가총액 60조원 규모가 1시간도 안 되는 사이에 증발하기도 했다.

      에코프로는 지난 26일 장중 153만9000원으로 급등하며 신고가를 기록했지만, 이후 주가가 곤두박질치며 고점 대비 20% 급락한 122만8000원으로 마감했다. 다음날 98만5000원까지 떨어지며 대장주를 반납했지만 이후 반등에 성공해 31일 120만7000원을 기록했다. 

      포스코홀딩스 역시 26일 장중 76만4000원으로 신고가를 기록한 뒤 약 18% 급락한 63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다음날인 27일 59만4000원을 기록해 60만원이 무너졌지만, 이틀에 걸쳐 주가를 회복해 31일 64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보이며 '주식인지 코인판인지 모르겠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지만, 2차전지주를 향한 수급쏠림 현상은 극에 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메리츠증권이 과거 국내 증시의 수급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거래대금에서 수급쏠림 현상을 겪는 업종이 차지하는 비중은 종전 30%전후 수준이 최고점이었지만, 최근 이차전지는 40%대를 뛰어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2014년에서 2017년 사이 장을 주도했던 셀트리온 등 제약업종의 수급은 코스닥 거래대금 기준 30% 수준이었는데, 지난 26일 기준 이차전지 업종의 거래대금은 코스피·코스닥 합산 거래대금의 47.6%를 기록했다.

      이 같은 전례 없는 수급쏠림 현상에 시장에선 '뉴 티나'까지 거론되고 있다. 티나는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가 자유시장경제 체제를 옹호하기 위해 꺼낸 발언에서 유래된 단어로, 주로 월가에서 주식시장이 활황을 보일 때 쓰이는 말이다. 

      증권가 연구원들은 최근의 국내 주식시장을 두고 2차전지주를 중심으로 한 '뉴 티나'란 분석을 내놓는다. 한 증권가 시황담당 연구원은 "최근 고객예탁금이 다시 58조원을 넘어섰는데 그 중심에 2차전지주가 있다"며 "뉴 티나라고 할 정도로 주식에 대한 열기가 뜨겁다"고 말했다.

      2차전지주가 또 다시 이틀 연속 상승하면서 주주들 사이에선 '역시 답은 2차전지'란 반응이 나온다. 지난주 종목토론방 등에서는 3일만에 반등한 2차전지주를 '3일만에 부활한 예수'에 빗대 찬양하는(?) 모습이 관찰되기도 했다.

      증권가에선 에코프로에 대한 전망을 사실상 포기한 상태다. 관련 리포트를 수개월째 내지 않고 있는 상황일 뿐만 아니라 지금의 분석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증권가 연구원은 "이미 향후 십수년의 실적을 선반영한 주가를 보이고 있어 분석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며 "우리도 배터리 아저씨의 입만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관투자가와 자산운용사 주식운용역도 혼란스럽긴 마찬가지다. 2차전지주의 주가가 급등·락을 반복하며 원인 분석을 위해 연구원 미팅을 늘리고 있지만, 연구원들도 사실상 손을 놓은 상황이라 큰 소득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이번주 2차전지 업종의 주가를 두고 주의해야할 필요성이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오는 3일 에코프로그룹이 실적발표를 앞두고 있어 기대감이 선반영돼 일시적으로 주가가 오른 것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이번 주는 에코프로의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어 주가가 요동칠 수 있기 때문에 투자에 특히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오늘 10% 급등했더라도 내일 20% 급락할 수 있는 게 지금의 2차전지주"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