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코플랜트, 동시다발적인 자회사 투자유치ㆍIPO 검토...'조급증' 원인은 SK하이닉스?
입력 2023.08.07 07:00
    SK에코플랜트 전방위적 시장 자금 조달 두고 배경 관심
    SK하이닉스 설비 투자 줄이면서 향후 현금유입 감소예상
    건설 경기마저 악화하며 영업활동 현금흐름 마이너스로
    영구 EB 발행 통해 자본확충 하는 등 유동성 확보 방안이란 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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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에코플랜트가 자회사 투자유치·IPO(기업공개) 등 시장 자금을 활발히 조달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요 매출처인 SK하이닉스가 업황 악화를 이유로 설비투자를 줄이면서 선제적으로 유동성 대응에 나서야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SK에코플랜트는 전방위로 자금조달에 나서고 있다. EB(교환사채) 발행, 자회사 지분 소수 매각 등을 통해 4000억원을 조달하려 하고 있고 본격 IPO에 착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SK에코플랜트가 상장 몸값으로 5~8조원이 거론되면서 올해 IPO까지 마친다면 적지 않은 현금유입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공격적인 시장 자금 조달을 두고 배경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친환경 중간지주사 투자유치는 '모회사와 자회사의 동시 상장으로 엑시트(투자금 회수)가 불투명해지는 것 아니냐'는 기존 투자자(FI)의 반발을 사기도 했는데, 이 점이 자금 유입 배경에 대한 의혹을 더욱 키운 것으로 해석된다.

      관련업계에선 자금조달의 원인으로 △SK하이닉스의 투자 감소 △ 지속되는 친환경 기업 투자 △상당한 차입 부담 등을 꼽고 있다. 친환경 기업으로 전환하기 위해 이미 막대한 비용을 감당하는 상황에서 SK하이닉스의 설비 투자 축소라는 악재로 인해 유동성을 조달할 필요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SK에코플랜트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SK하이닉스와 거래액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6%에 달한다. 반도체 공사는 보안이 중요하기 때문에 SK하이닉스가 설비투자 상당 부분을 계열사인 SK에코플랜트에 맡기기 때문이다. 반도체산업이 호황을 기록하며 지난 몇 년간 SK에코플랜트에 막대한 이익을 안겨주기도 했다.

      문제는 업황 둔화로, SK하이닉스가 설비 투자를 줄이고 있다는 점이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재고 등의 이슈로 올해 신규 설비 투자를 전년도의 절반 수준으로 줄일 계획이다. 이에 SK에코플랜트가 시공을 맡은 SK하이닉스의 M17 청주 공장 증설 계획은 가시화 단계에서 보류된 것으로 알려진다. SK에코플랜트가 예상하는 현금 유입이 줄어들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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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금융권 관계자는 "SK하이닉스 등 계열사와의 거래액이 전체 매출에 40%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반도체 업황 악화가 SK에코플랜트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라며 "작년 하반기부터 청주 M17 공장 지연이 거론되는 등 SK에코플랜트 현금흐름에는 악재로 본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SK에코플랜트는 환경 사업 등에 막대한 규모의 투자를 결정하면서 재무 부담이 높아진 상황이다. 2023년 초에도 블룸에너지사에 대한 추가 투자로 자본소요가 발생하면서 2023년 3월 말 연결 기준 총차입금 규모는 5조원을 돌파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SK에코플랜트가 공격적인 환경기업 인수합병(M&A)으로 친환경 기업으로 탈바꿈했지만, 여전히 건설과 플랜트 사업이 주요 수익원이기 때문에 친환경 자회사들 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신규 투자를 거듭하고 있다"라며 "이 때문에 정작 SK에코플랜트로 이익이 올라오진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신용평가사 등은 SK에코플랜트의 투자로 인한 재무 부담이 이익 규모에 비해 과도하다고 보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7월 회사채 등급 확정을 위해 발간한 보고서에서 "2022년 중 1조원 규모의 증자대금 유입과 자산 효율화를 통한 유동성 확보에도 불구하고 환경∙에너지 분야 기업인수에 대규모 차입이 수반되면서 차입금이 확대된 상황이다"라며 "회사가 보유 중인 차입금 규모는 이익창출력 대비 과중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건설 경기가 악화하며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지난해에는 512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는데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마이너스라는 것은 회사가 자력으로 빚을 갚을 능력이 안 된다는 의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SK에코플랜트 입장에선 기존 투자자들의 반발 등을 감수하고서라도 선제적으로 유동성 대응에 나설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에 중간지주사격인 친환경 자회사를 내세워 영구 EB 발행을 추진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영구 EB는 회계상 부채로 잡히지 않아 재무 확충 효과가 있다. 유동성 비율에 적신호가 켜지면서 자본비율을 보완하고 싶었던 것 아니겠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까닭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업황 악화로 SK하이닉스 일감이 줄고 건설업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SK에코플랜트 측에서 선제적 유동성 확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라며 "차입 부담이 크기 때문에 SK에코플랜트 측에서도 고민이 있었을 것으로 본다. 이번에 영구 EB를 발행하는 것도 부채비율을 더 이상 늘리지 않기 위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