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성은 증명한 하이브, 수익성 지속은 가능할까
입력 2023.08.11 07:00
    올 들어 60% 올랐던 주가, 실적발표 후 3거래일 연속 하락
    美인수사 실적·시너지 미미…"해외 M&A 고질적 문제"
    팬 플랫폼 '위버스' 수익화 내년 연기도 단기 악재
    공정위 '포토카드 끼워팔기' 수사는 리스크 적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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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올 상반기에만 주가가 60% 넘게 오르며 엔터 대장주로 자리매김한 하이브의 상승세가 주춤한 모습이다. 방탄소년단(BTS)의 군 입대 공백기를 뉴진스, 세븐틴, 르세라핌 등으로 대표되는 '멀리 레이블' 체제로 극복하며 외형 확장에는 성공했지만, 시장은 수익성 지속 여부에 우려를 보이고 있다. 팬 플랫폼 '위버스'의 수익화가 내년으로 미뤄졌고, 해외 법인과의 시너지 효과가 예상보다 적다는 지적이다. 

      10일 하이브는 전일대비 약 1.16% 하락한 25만6500원에 거래를 마감했는데 실적 발표일(8일)부터 3거래일 연속 하락세에 해당된다. 지난 1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뒤 주가가 31만2500원까지 치솟으며 가파른 상승폭을 보여준 것과 대비되는 모양새다. 고점 대비 주가는 20% 넘게 떨어졌다.

      하이브는 창사 이래 최초로 반기 매출액 1조원을 돌파했다. 앨범 판매량과 공연 매출에 힘입어 외형 확장에 성공했는데, 이에 성장성은 증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하이브의 중·장기 수익 지속가능성 여부에는 물음표가 따라붙고 있다.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도 수익성과 관련한 투자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시장이 가장 크게 우려하는 지점은 미국 법인을 인수한 지 2년이 지난 시점까지도 실적이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고, 그렇다고 하이브와의 뚜렷한 시너지도 보여주지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이브는 지난 2021년 미국 종합 엔터사 이타카홀딩스를 인수했다. 약 1조원 규모로, 국내 엔터업계 사상 최대 규모 인수합병(M&A)이었다. 인수 당시 고평가 논란이 있었는데, 인수 직전 이타카홀딩스의 매출은 1554억원, 영업이익은 191억원에 그쳤기 때문이다. 하이브는 인수 당시 "미국 아티스트들의 간접참여형(IP) 매출 확대 등 사업 효율화를 도모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올해 2월 3140억원을 들여 인수한 QC미디어홀딩스 역시 비슷한 평가를 받고 있다. 연간 매출 798억원, 순이익 5억원에 불과한 회사를 지나치게 비싼 가격으로 인수했다는 것이다. QC미디어홀딩스는 2분기부터 하이브의 연결 기준 실적에 포함됐다.

      미국 아티스트들의 위버스 입점이 지연되고 실적도 인수 금액 대비 저조한 모습을 보이면서, 하이브가 관리 및 통제에 어려움을 겪는 해외 M&A의 고질적인 문제를 드러냈단 목소리도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통상 해외 M&A를 하게 되면 현지 사정을 잘 아는 경영진들을 함께 영입하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국내에서 통제가 안돼 관리하기가 정말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하이브는 이타카홀딩스 인수 후 창업자인 저스틴 비버의 매니저 출신이자 제작자인 스쿠터 브라운을 하이브아메리카 대표로 임명했다. QC미디어홀딩스 인수 역시 스쿠터 브라운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법인과의 시너지 효과를 단순히 재무제표상 찍히는 '숫자'로만 볼 수 없다는 관측도 있다. 한 증권사 엔터 담당 연구원은 "미국 시장은 한국과 다르게 빌보드 순위 집계에서 라디오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데, 이를 위해선 현지 네트워크가 굉장히 중요하다"며 "하이브는 현지 레이블을 통해 이 네트워크를 확보한 것이기 때문에 단순히 정량적이 아닌 정성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팬 플랫폼인 위버스의 본격적인 수익화 시점이 내년으로 연기된 점도 시장이 우려하는 부분이다. 하이브는 2분기 컨콜에서 위버스 수익화의 시발점인 '멤버십플러스'의 론칭 시점을 기존 올해 3분기에서 내년으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증권가에선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실적 발표 이튿날 주가가 하락한 데 대해 멤버십플러스 출시 연기가 단기 악재로 작용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앞서 지나치게 비싼 콘서트 티켓 가격으로 K팝 인플레이션에 앞장선다는 비판을 받은 적이 있다 보니 하이브가 구독형 모델인 멤버십플러스의 가격 책정을 고심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나친 수익화에 따른 시장의 비판을 피하기 위해선 구독료가 얼마로 책정되는 지가 관건"이라며 "컨콜에서도 언급했듯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고 조율하는 데는 가격의 적정선을 책정하는 것도 한가지 이유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브는 현재 '포토카드 끼워팔기'에 따른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 3일 엔터 3사(SM·JYP·YG)에 이어 하이브에 대해서도 현장조사를 진행했는데, 아이돌 팬들의 ‘팬심’을 이용해 지나치게 많은 종류의 포카를 제작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 데 따른 것이다.

      하이브를 포함한 엔터업계에서는 현재 공정위의 조사에 성실히 대응하고 있지만, 문제될 소지는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증권사 엔터담당 연구원은 "공정위 조사 이후 주가 하락이 이어져 단기적인 악재임에는 분명하지만 크게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매출 강제와 경쟁 제한이 조사의 핵심인데 이를 입증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