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 '택배 없는 날' 두고 쿠팡과 공방전…네이버와 연대 본격화 관측도
입력 2023.08.17 07:00
    쿠팡 "CLS는 택배 쉬는 날 없어도 언제든 휴가 가능"
    대한통운 "왜곡된 주장 택배산업 발전에 도움 안돼"
    CLS 설립 후 업계 2위 오른 쿠팡, 점유율 하락한 대한통운
    '일요 배송' 네이버 손잡고 反쿠팡 연대 본격화 관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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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일명 '햇반전쟁'으로 시작한 CJ그룹과 쿠팡의 경쟁 구도가 확산하는 모양새다. CJ제일제당과 CJ올리브영에 이어 CJ대한통운까지 쿠팡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물류업계 1, 2위인 CJ대한통운과 쿠팡의 경쟁이 본격화했단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CJ대한통운이 네이버와 연대를 강화해 쿠팡에 대항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쿠팡은 지난 4일 보도자료를 통해 "쉬고 싶어도 구조적으로 쉴 수 없어 여름휴가를 못가는 택배기사들을 위해 '택배 쉬는 날'을 지정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는 기존 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해 택배기사가 365일 언제든 휴가를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쿠팡이 보도자료에서 언급한 '택배 쉬는 날'은 지난 2020년 8월 고용노동부와 택배업체들이 택배기사들의 휴식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매월 8월14일 화물 집화와 배송을 일제히 중단하는 날이다. CJ대한통운, 한진 등의 대다수 택배사들이 참여하지만, 자체 배송망을 활용하는 쿠팡, 컬리, SSG닷컴 등 온라인 유통업체는 참여하지 않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쿠팡의 이 같은 발언에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고,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반박했다. CJ대한통운은 "경영 부담을 감수하고 '택배 쉬는 날'에 동참하는 것은 택배산업이 기업뿐만 아니라 대리점과 택배기사, 간선기사 등 종사자 모두와 상생해야 발전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택배사들은 쉬고 싶을 때 마음대로 쉴 수 없어 '택배 쉬는 날'을 만들었다는 왜곡된 주장을 바탕으로 기존 업계를 비난하는 것은 택배산업 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14일엔 쿠팡이 또 다시 보도자료를 내고 "'택배 없는 날'은 쿠팡과 달리 원할 때 쉴 수 없는 택배기사를 위해 민주노총이 주도한 '휴무일'"이라며 "쿠팡친구(쿠친)는 주5일 근무와 함께 연중 130일 쉬고 싶을 때 언제든 쉴 수 있다"고 반박했다.

      CJ대한통운은 왜곡된 주장을 펼치는 대상을 '한 택배업체'라고 지칭했지만, 업계에선 사실상 쿠팡을 저격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시장에서는 대외 홍보라인이 보수적인 것으로 알려진 CJ대한통운이 특정 회사를 공개적으로 지목한 것에 대해 이례적이란 반응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CJ그룹의 홍보라인이 전체적으로 보수적인 편이란 점에서 이번 대한통운의 보도자료 배포는 이례적"이라며 "사실상 쿠팡에 대한 견제를 본격화하겠단 뜻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쿠팡은 2018년 물류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를 설립한 후 택배 시장에서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다. 업계에선 기존 택배 3사로 평가받던 'CJ대한통운·한진·롯데글로벌로지스'를 제치고 쿠팡이 2위로 올라섰다고 평가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의 2023년도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의 택배시장 점유율은 2020년 50.1%를 기록한 뒤 꾸준히 하락해 2023년 상반기 44.3%까지 줄어들었다. 여전히 업계 1위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쿠팡의 성장세를 신경쓰지 않을 수 없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한 증권사 운송담당 연구원은 "시장 점유율 50%는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는 점에서 대한통운 입장에선 단순히 점유율이 낮아졌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질 것"이라며 "해외로 눈을 돌려 글로벌 핵심지역 중심 수주 확대를 지속해 나가는 것도 이러한 맥락일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CJ대한통운이 '반(反)쿠팡'을 위해 네이버와의 연대를 본격화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4일 진행된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쿠팡과의 경쟁구도에서 쿠팡에 비해 조금 열위에 있다고 판단되는 배송의 경우 여러 배송 업체들과 협업한 도착보장 서비스가 유의미하게 매출 상승에 도움이 되고 있고 테스트 중인 일요배송도 테스트 종료 후 정식 도입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 대표가 언급한 도착보장 서비스는 네이버쇼핑 구매자들에게 상품 도착일을 보장하는 서비스다. 현재 네이버는 도착보장 서비스를 위해 CJ대한통운, 파스토, 아워박스 등의 물류 회사들과 협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중에서도 테스트 후 정식 도입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일요배송'의 경우 주요 택배사들 중 CJ대한통운만이 가능한 것으로 전해진다. CJ대한통운은 지난 3월 통합 배송 브랜드 '오네(O-NE)'를 출시하며 '일요일 도착보장'을 배송 서비스에 포함시킨 바 있다. 

      따라서 네이버가 일요일 배송을 정식으로 도입하게 되면 CJ대한통운을 물류 서비스를 이용해야 한다. 현재 네이버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쿠팡과 경쟁하고 있는데, CJ대한통운과 연대해 일요일 배송 서비스를 정식으로 제공하게 되면 쿠팡을 견제하는 동시에 시장의 파이를 키울 수 있어 서로 '윈윈'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물류에선 대한통운이, 이커머스에선 네이버가 쿠팡의 견제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두 회사의 니즈가 맞아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경쟁 업체와의 우위를 점하기 위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 분야에서 기업간에 협력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