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이후 수익성 개선 여부는 우려
서 회장의 연이은 '장밋빛 전망'…시장 의구심 여전
주가 하락 이어지면 주식매수청구권 부담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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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 3사의 합병이 첫 발표 이후 3년 만에 가시화했다. 우선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합병을 추진하고, 해당 작업이 완료되면 6개월 내로 '통합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의 합병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투자자들의 가장 큰 관심은 '왜 굳이 이 시점에 합병이 추진되고 있느냐'는 것이다.
셀트리온그룹이 3사 합병을 처음 발표한 시점은 지난 2020년 9월이다. 이후 서정진 회장은 돌연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겠다며 2021년 은퇴를 선언했다. 합병은 답보 상태에 빠지는 듯했지만, 서 회장은 2년이 채 지나지 않아 "회사에 위기가 닥치면 가장 경력이 많은 자가 앞에서 지휘해야 한다"며 은퇴를 번복했다. 곧이어 "3사 합병 생각은 변함없다"며 합병을 재추진할 의지를 내비쳤는데 이후부터 합병 작업이 다시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합병의 결정과 실행 모두 서 회장의 판단과 결정에 의해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합병 발표 이후 3년이 지난 시점, 그룹의 주력 계열사들의 주가는 발표 당시와 비교해 반토막이 났다. 서 회장의 은퇴와 셀트리온의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한 시점과도 맞물린다. 2020년 12월 최고가(37만4620원)를 기록했던 셀트리온의 주가는 2022년 5월 13만3895원까지 60% 이상 빠졌다. 지난 3월, 서 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이후 주가가 18만4100원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최근 주가는 14만원대로 복귀 당시와 큰 차이가 없다.
올 상반기 '부진한' 실적을 발표한 이후 셀트리온그룹의 주가는 또 한 번의 하락기를 맞았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등 핵심 계열사의 주가 하락은 서 회장이 지분 97.19%를 보유한 셀트리온홀딩스의 기업가치 하락과도 직결된다.
셀트리온은 올해 들어 네 차례 자사주 매입을 실시했다. 지난해엔 약 2535억원, 올해는 2023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사들였다. 주가 부양의 가장 효과적인 방안인 자사주 매입 또한 주가를 띄우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일단 서 회장은 이번 컨퍼런스콜을 통해 “주주들이 원했고 많은 투자자가 권유했기 때문에 합병을 진행하는 것이다. 스스로의 이해관계 때문에 합병을 추진하는 게 아니다”고 밝혔다.
이번 합병에 대해 서 회장이 '주주들에 의한', '주주들을 위한' 작업인 점을 강조한 만큼 주가 부양을 위한 최후의 카드를 꺼내든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투자은행(IB)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합병은 서 회장이 셀트리온 계열사 전반의 기업가치 상승, 즉 주가 부양을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렇다면 과연 이번 셀트리온과 헬스케어의 합병, 최종적으로 셀트리온제약까지 3사 합병을 통해 투자자 및 주주들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명확한지 따져봐야 한다. 현재 상황에선 최종적으로 합병이 완료되더라도 그룹의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선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바이오시밀러'의 원조격인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이제는 신약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룹은 2030년까지 신약 매출 비중을 40%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내걸었는데 현재 100%에 가까운 바이오시밀러 사업구조에서 벗어나겠단 것이다.
사실 신약은 개발은 물론 임상과 허가 자체가 쉽지 않다. 회사는 내년 중 2개의 임상 1상 개시를 계획중이다.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은 상황에서 서 회장이 지나치게 긍정적인 '청사진'만 제시하고 있단 지적도 나온다.
미국에서 신약 허가가 유력한 '짐펜트라(램시마SC)'도 10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결정을 지켜봐야 한다. 이 제품은 유럽에서 램시마의 피하주사 제형인 램시마SC로 판매 중이다. 램시마SC는 상반기 기준 54개국 승인을 획득한 상황이다.
서 회장은 "2030년 전체 매출이 12조원이라면 이중 짐펜트라는 3조원 이상이라 전망한다"며 "합병 법인의 미래 매출과 이익구조는 지금보다 획기적으로 좋아질 것이다"고 말했다.
가장 넘기 힘들다는 'FDA 승인'이란 가정에 빗댄 서 회장의 장밋빛 전망에 대해서도 "합병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분위기를 띄우려는 '립서비스' 성격이 강하다"는 냉정한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면역항암제랑 유방암 및 위암치료제 등 2024년부터 자체 신약 임상을 본격화한다는데, 사실상 임상 단계의 신약은 지금 성공 가능성을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며 "아직은 셀트리온그룹이 신약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뉘앙스 그 이상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한 투자금융업계 관계자 또한 "서 회장은 합병 IR에서 합병이 승계와도 주가 부양과도 상관없는 일이라고 선수를 치긴 했지만, '장밋빛 전망'만 제시하다 보니 과연 주주를 위한 합병인지 의구심이 든다"며 "과거부터 서 회장이 공개석상에서 하는 발언의 내용은 사실상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외부의 냉정한 시선은 과거 서정진 회장의 '공언(空言)'들 때문이기도 하다.
약 10년 전 서 회장은 "공매도에 질렸다. 회사 주식을 다 팔겠다"며 절대 번복하지 않겠단 의지를 밝혔지만, 역시 무위로 돌아갔다. 코로나가 창궐할 당시 "임상 결과를 보면 4~5일이면 몸 안의 코로나 바이러스가 다 사멸된다"며 마치 코로나 상황을 종식할 수 있을 것처럼 발언했고, 복귀 직후 "대규모 M&A를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역시 성사된 게 없다.
합병의 시작과 끝, 합병의 배경과 효과는 서 회장의 발언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명확한 해답을 얻는 투자자들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사실 셀트리온 제품 판매를 담당하는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매출 구조를 고려할 때 회사 통합 이후 기존 계열사 매출의 합보다 줄어들 수 있단 가장 오래된 의구심에 대해 서 회장은 여전히 언급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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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 계열사 주가가 바닥을 찍고 있는 상황은 합병 작업에 있어서 부정적인 영향만을 미치지 않는다.
오히려 주가가 낮을수록 회사는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금액을 낮출 수 있다. 회사가 책정한 주식매수 청구 한도는 1조원이다. 주가가 2배 이상 높을 때, 현재와 동일한 주주들이 합병에 반대에 나선다고 가정하면 주식매수청구에 대응하기 위한 회사의 자금도 2배 이상 소요된다.
이 때문에 서 회장이 그룹의 주가가 충분히 내려가길 기다렸다가 적정 수준에 왔다고 판단, 지금에서야 합병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다만, 합병에 반대하며 주식을 팔려는 주주가 회사의 예측을 웃돈다면 회사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주주를 붙잡기 위해서는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기간의 주가가 주식매수청구가격보다 높아야 한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개인주주 지분율은 각각 66.3%, 59.7%로 소액주주들이 반대하면 합병이 무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주가는 주식매수청구가격보다 낮아졌다. 주식매수청권 행사기간까지는 주가 변동성이 클 전망이다. 주가가 회복하지 못하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주주가 예상보다 늘어날 수 있다.
서 회장은 "현재 주가가 저평가 돼 있기 때문에 1조원이면 충분하다"며 "1조원 이상 나오지 않을 것이며, 1조원 이상 나왔을 때에 대한 대비책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이 자금을 마련할 방법과 관련해 공유된 내용은 없다. 셀트리온 내부에서도 "아는 바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결국 서 회장이 말하는 대비책은 외부자금을 끌어오거나 대출받는 방법이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전했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가 커지면, 회사의 인수합병(M&A)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양사의 합병 과정에 대규모 자금이 소요되기 때문에 당장 M&A에 나서기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셀트리온은 합병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M&A에도 적극 나서 의약품 개발·생산·판매에 이르는 전 과정을 갖춘 종합 바이오기업으로 나선다는 계획이다. 서 회장은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가 가진 현금성자산과 개인 자금을 결합해 (투입할 것)"이라 밝혔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주식매수청구권 한도 1조원에서 빠져나간 금액을 기반으로 해 M&A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데, 이마저도 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주주가 많을수록 M&A는 어려워진다"며 "M&A에 나서더라도 올해 5월 셀트리온이 인수를 철회한 박스터인터내셔널의 바이오파마솔루션(BPS) 사업부와 같은 규모(약 5조원)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