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엔 리스크 분산 위해 오히려 선호
중소형 PEF들은 자금난에 단독은 무리
MG사태 여파…"투자자 안모여 딜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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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최근 사모펀드(PEF)업계에서 클럽딜(공동투자) 선호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시장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단독으로 나서는 투자 대신 다수의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모아 리스크를 분산하려는 투자자들이 많아졌다. 특히 국내 PEF시장의 큰 손이었던 새마을금고의 출자 감소 등의 여파로 자금 모집이 어려워진 중소형 PEF들은 클럽딜이 아니면 사실상 거래가 진행되기 힘든 분위기다.
대규모 금액을 장기 투자하는 PEF의 경우 통상 클럽딜 방식을 선호하지 않는다. 경쟁사들과 한 배를 타야하는 상황이 내키지 않고, 투자자가 많을수록 회사로부터 받을 안전장치 등 회수 조건이 약해질 가능성도 있다. 각자 투자 철학이나 목표 수익률, 감수할 수 있는 조건 등이 달라 투자자가 많아질수록 의견을 모으기도 어려워진다. 이러한 이유로 ‘초대형 거래’가 아닌 이상 굳이 클럽딜을 나서서 추진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오히려 '투자자가 모이면' 딜을 진행하려는 투자자들이 많아졌다. 한 중견 PE 관계자는 “최근에는 드라이파우더가 넉넉한 곳들도 다른 곳과 나눠서 투자하려고 한다”며 “메자닌 형태 등 비교적 안전한 투자 건들도 단독으로는 잘 안들어가려고 하고 ‘십시일반’으로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마무리된 에코프로비엠의 투자유치가 대표적이다. 해당 거래는 다수의 PEF 운용사와 증권사가 클럽딜(공동투자) 형식으로 진행했다. 에코프로비엠의 4400억원 규모 사모 전환사채(CB) 발행에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 IMM인베스트먼트-SKS PE, 프리미어파트너스, 이음PE, 신한투자증권 등이 투자자로 참여했다. NH투자증권은 우리PE와 함께 꾸린 펀드로 참여했따.
원래 클럽딜이 많은 VC(벤처캐피탈)업계는 지난해부터 그 경향이 더욱 강해진 바 있다. 유동성이 넘치던 시기에는 일부 ‘리드 투자자’ (투자비중 30% 이상의 최우선 투자자)들이 과감하게 베팅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벤처업계 혹한기가 시작되면서 리드투자자가 자취를 감췄고, 소액 투자도 다수의 기관들이 클럽딜 형식으로 참여하는 사례가 늘어났다. 작게는 10억~20억원부터 100억원 규모의 투자유치에도 5~6개의 VC들이 참여하는 사례가 많았다.
PE들이 십시일반 투자를 선호하게 된 배경으로는 강해진 위험 회피 경향과 자금 기근이 꼽힌다.
지난해 투자 시장에서 계약 파기와 인수자 교체 사례가 이어지는 등 거래 종결의 불확실성이 커진 바 있다. 대형 PEF도 상장사 포트폴리오 주가 하락으로 재무약정(Covenant) 위반을 피하지 못하는 경우도 나타났다. 이처럼 유동성 약화 상황에서 발생 가능한 여러 ‘악재’를 확인한 투자자들은 극도의 위험 회피 성향을 보이고 있다. 최근 미국발 금리인상 기조와 중국의 부동산 시장 침체 등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점도 고려된다. 글로벌 대형 PEF들조차 ‘몇 % 수익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느니’ 안전한 투자처에만 투자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자금 유치가 어려워진 점이 주요 이유다. 기관전용 사모펀드로 인정되는 대형 PEF들은 일부 운용사(GP)에 자금이 집중되는 등 쏠림 경향은 강해졌지만, 연기금이나 공제회 등 국가기관 자금을 주로 받으니 자금모집이 어려운 상황은 아니다. 금융감독원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관전용 PEF 개수와 약정액·이행액이 모두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다만 기관이나 기업 등 어디든 손을 벌려야 하는 중소형 PEF들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작년부터 새마을금고 비위 사건으로 개점 휴업에 들어간 중소형 PEF가 적지 않다. 수년 간 공격적인 출자로 PEF 시장의 큰 손 역할을 해온 새마을금고의 PEF 출자사업이 위축된 여파가 크다. 검찰은 지난 3월 새마을금고가 사모펀드에 거액을 출자하는 과정에서 비리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현재도 검찰이 박차훈 새마을금고중앙회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이어가는 등 대대적인 수사가 이어지고 있어 향후 새마을금고의 출자 동향을 예측하기 어렵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대형 PEF들은 굳이 클럽딜로 진행하길 원하진 않지만, 위험 회피 차원에서 검토는 하는 분위기”라며 “중소형 PEF들은 새마을금고 사태 여파 등으로 수천억원 규모도 단독으로는 조달도 안될뿐더러 일이 터지면 피해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혼자서는 부담스러워한다”며 “시장 상황이 안좋다보니 투자자를 모아보려고 해도 잘 모이지 않아 딜이 깨지는 경우가 다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