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섭號 출범 KT, 결국 관심은 구조조정?
입력 2023.08.30 17:12
    5개월만 경영 공백 마침표 찍었지만
    조직 쇄신·외형 확장 등 과제 산적해
    내부 조직 개편 우선할 것이란 전망
    '탈(脫)통신' 사업 확장 시너지 긍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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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KT가 김영섭 전 LG CNS 사장을 새로운 대표이사로 선임하며 장기간 이어져 온 경영공백에 마침표를 찍었다. '지배구조 리스크'를 해소하고 경영이 정상화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조직 쇄신과 외형 확장, 전임자 사법리스크 해소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KT는 30일 KT 연구개발센터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김영섭 전 LG CNS 사장을 새로운 대표이사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 선임안은 전체 의결 참여 주식의 60% 이상 찬성표를 받아 가결됐다. 

      김 대표가 선임되면서 KT는 약 5개월간 이어져 온 CEO 공백을 매듭짓게 됐다. 앞서 구현모 전 대표와 윤경림 전 KT 그룹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이 대표 후보로 내정됐지만, 여권과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반대에 부딪혀 모두 사퇴했다. 이후 6월30일 새 이사회를 꾸리고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KT는 2개월 만에 신임 대표를 선임했다.

      대표 공백에 따른 지배구조 리스크는 해소했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아 조직 안정도, 외형 성장도 만만치 않을 것이란 평가다. 현재 KT가 당장 눈 앞에 당면한 과제는 조직 쇄신과 비통신업 등 신성장 동력 발굴 등이지만, 고질적 문제였던 정치권 외풍과 구 전 대표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 등 사법 리스크도 부담일거란 목소리가 많다.

      여권은 앞서 구 전 대표와 윤 전 사장에 대해 모두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지만, 김 신임 대표에 대해서는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여권 관계자는 "KT가 여러가지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덕분에 이사회가 제 기능을 발휘했다고 평가한다"며 "김영호 대표는 LG CNS에서 이미 경영 실적을 어느 정도 인정받은 사람이고 DX 등에 대한 전문성도 있어 (KT를) 잘 이끌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최근 검찰이 구현모‧남중수 전 KT 대표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하며 KT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 관련 수사에 속도를 내는 것도 부담이다. KT는 현재 2020년 구 전 대표가 취임한 이후 시설관리 업무 용역을 KDFS에 몰아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전임 경영진들의 수사로 분위기가 뒤숭숭한 가운데, 김 신임 대표의 역할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김 대표가 당분간은 조직 쇄신을 1순위에 두고 움직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KT가 경영 공백을 해소했어도 한동안은 검찰 수사 등으로 안팎이 많이 시끄러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런 때일수록 판을 벌리기 보다는 본인의 강점으로 평가받았던 구조조정 등 조직 쇄신에 우선적으로 힘을 주지 않겠나"고 말했다.

      실제로 김 대표의 선임을 앞두고 일부 자회사들 사이에서는 김 대표가 구조조정을 하러 온 외부 용병이라는 평가도 나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 대표는 LG CNS 대표 시절 그룹내 대표적인 '재무통'으로 불리며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진행하기도 했다. 

      김 대표도 현재 조직에 대한 개혁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이사회가 제안한 '대표이사가 임기 중 직무와 관련된 부당한 요구 수용 또는 불법 행위로 회사에 재산상 손해를 입히고 이에 따라 1심에서 벌금형 이상이 선고된 경우 연임에 응모하지 않을 것'이라는 권고사항을 김 대표가 수용하기도 했다. 이권 카르텔을 끊겠다는 김 대표의 의지로 풀이된다.

      통신사들의 전통적인 수익원이었던 통신업 외 비통신 사업 개발을 통한 외형 확장 또한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경쟁사인 SKT가 올해를 'AI 컴퍼니 원년'으로 선언하며 관련 사업부를 신설하는 등 AI사업에 힘을 주고 있고, LG유플러스 역시 지난해 미국 이동통신사 AT&T 출신 데이터 전문가 황규별 전무를 최고데이터책임자로 영입해 비통신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KT도 새로운 성장 전략이 필요하단 지적이다.

      정부가 통신사 독과점 구조 개선에 열을 올리고 있는 점도 문제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현재 4만원대부터 시작하는 5G 요금제의 하한선을 3만원대로 낮추고 미사용 데이터 이월 제도를 신설하는 등의 방안을 논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요금제는 가입자당평균매출(ARPU)과 직결돼 통신사의 수익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통신사들이 '탈(脫)통신'할 필요성이 더 커질 것이란 관측이다.

      KT는 구 전 대표 시절부터 일찌감치 '디지코(디지털플랫폼기업)' 전환을 비전으로 제시했는데, 2015년 LG CNS 대표 선임 이후 DX(Digital Transformation) 전문기업으로 탈바꿈시킨 경험이 있는 만큼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거란 평가가 나온다.

      한 증권사 통신담당 연구원은 "정부가 통신사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비통신 사업으로의 확장 요구가 더 커지고 있다"며 "외부 민간기업에서 DX 업무 전문가 출신을 대표로 선임한 것은 지배구조 리스크 해소 그 이상의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