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박스피'에 SPAC 이상 급등락...금감원 '주의보' 무용지물
입력 2023.09.11 07:00
    시초가가 공모가의 400%까지 가능해지자
    유통주식 물량 적은 스팩이 타깃 되는 분위기
    금융당국 '주의보'에도 뭉칫돈 몰리고 시초가 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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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박스권 장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신규 상장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주가 급등락이 이어지고 있다. 상장 당일 가격제한폭이 400%까지 확대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단타 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해석된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7월 투자에 주의하라는 자료를 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여전히 스팩 시초가 급등세가 이어지면서 손실을 보는 투자자들은 늘어나고 있다. 스팩에 별도의 시초가 규제를 적용하는 등 제도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상상인스팩4호는 지난 4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일반투자자 대상 청약에서 1009.5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총 공모금액은 90억원에 불과한대 이틀간 모인 청약증거금은 1조1000억원에 달한다. 

      한화플러스제4호스팩은 지난달 29일부터 이틀간 진행한 일반투자자 대상 청약에서 약 1조7900억원의 증거금을 모았다. 일반투자자 배정 물량인 23억원의 754배 수준이다. 별다른 이유없이 모집액의 수백배에 이르는 자금이 스팩에 쏟아지고 있는 셈이다. 

      금융당국이 상장 기업에 대해 상장일 가격 제한 폭을 공모가의 60~400%로 확대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국내 증시에 상장하는 스팩은 시가총액이 보통 100~200억원 수준으로 작고 하루 거래량도 몇 천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공모규모도 작다보니 주가 변동폭이 크다는 점을 활용해 단기간에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것이다. 

    • IPO(기업공개) 개선안으로 단타족들의 투기판이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상장 당일 가격 변동폭 확대 제도가 시행되기 전만 해도 스팩의 상장일 주가 변동폭은 크지 않았단 설명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6월 중 상장한 스팩 15개의 상장일 주가는 공모가 대비 평균 4.5% 상승했다. 실제로 개선안이 시행되기 직전에 상장된 하이스팩8호, NH스팩29호, KB스팩25호 등은 당일 최대 6% 오르는데 그쳤다. 

      그러나 7월 이후 상장한 스팩들은 호재성 소식 없이도 무조건적으로 상장 당일 주가가 급등하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KB제26호스팩 공모 당일 주가가 40% 급등했으나 이후 54.74% 급락했다. 교보14호스팩 주가도 상장 당일 240.50% 올랐으나 그 다음날 17.91% 하락했다. 

      스팩은 합병 전까진 실체가 없는 서류상 회사에 불과하고 주가가 오를수록 합병 실패 가능성이 높아진다. 스팩의 주가가 올라 시가총액이 커지면 피합병기업 입장에선 지분율은 낮아져 불리하기 때문이다. 최근 관찰된 스팩 주가 급등 현상은 IPO 시장이 과열됐다는 방증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스팩은 실체가 없는 서류상 회사에 불구하고 합병이 실패한다고 하면 공모가(2000원)에 이자를 더한 수준에서 돌려받을 수 있다. 개인투자자 입장에선 높은 가격에 들어갔다가 손해 볼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난 7월 보도자료를 통해 스팩 투자자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스팩은 합병이 결정되기 전까지는 대체로 공모가 수준의 주가를 유지하는데 최근 상장 스팩들의 주가 급등은 이례적이란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 당분간은 스팩 광풍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박스권 장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단타를 하려는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이 몰리며 스팩들의 흥행이 이어지고 있다. 증권사 입장에서도 수수료 수익이 적지 않기 때문에 연일 스팩 상장에 열을 올리는 분위기다. 100억원 규모의 스팩을 1년에 5~6개 정도 상장하면 수수료 수익으로 10억원 안팎이 나온다. 

      이에 일반 예비 상장 기업과 달리 스팩은 더욱 엄격한 시초가 규제를 적용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초 IPO 개선안은 상장 기업이 빠른 시일내에 적정한 기업가치를 찾도록 하려는 취지로 시행됐으나 스팩은 합병 전까진 사실상 껍데기 회사로 높은 주가 변동성을 허용할 필요성이 적다는 이야기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스팩은 유통주식 물량이 적어 단타족들의 타깃이 된 지 오래"라며 "스팩에 한정해 상장 당일 가격 제한폭을 이전처럼 90~200%로 적용하거나, 내용물이 없는 페이퍼컴퍼니임을 감안해 90~120% 등 좀 더 엄중하게 규제할 필요성이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