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수요 늘어난 NPL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
"기관들 지갑 잠그면 NPL 투자자 자금모집도 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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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부실채권(NPL) 시장은 경기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록 주목받는 투자처임에는 분명하다. 국내 NPL 시장 규모는 1년 만에 2배 이상 성장했다. 그만큼 투자자들의 경쟁도 치열해졌는데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기대수익률은 떨어졌다.
NPL 시장이 급격하게 커지고, 투자 수요가 갑자기 늘어난 건 사실이지만 이 같은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미지수다.
통상 연말이 다가올수록 투자자들의 자금 조달은 어려워지는 경향을 띤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대체투자부문의 불확실성이 점차 커지고 있는 시점인데 기관투자자들은 보수적인 출자 기조를 강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NPL 투자자들 사이에선 자금 조달 우려가 커지는 상황, 이 가운데 시장에 풀린 NPL 규모는 급격하게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는 연내 약 3조원 규모의 새마을금고의 부실채권을 캠코와 MCI대부에 매각한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벌써 NPL 시장에서 전부 소화하기 어려울 거란 우려가 나온다. 금융당국은 '무리 없다'는 입장을 반복하면서 괴리감이 커지고 있단 분석이다.
국내 NPL 거래 규모는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약 4조원이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이뤄진 거래 규모(2조2400억원)의 약 2배다. 과거의 사례를 비춰보면 1998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3년 경기 침체기에 NPL 시장 규모가 급증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여기에 정부가 추진 중인 최대 3조원에 달하는 새마을금고 NPL의 모든 거래가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올 연말 NPL 시장 규모가 8조원에 육박할 거란 전망도 있다. 전년 대비 4배에 달하는 수치다.
시장에 NPL 매물이 늘어나는 것과는 별개로 투자자들의 자금모집은 점차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감돈다. NPL에 투자하는 운용사들은 주로 블라인드펀드를 결성해 NPL 채권을 담는 방법으로 투자에 나선다. 펀드 결성을 위해 LP로부터 출자금을 조달해야 하는데, 연말에는 기관들이 출자 지갑을 닫는 경향이 강하다.
물론 시기상 올 하반기의 자금조달 이슈라면 큰 문제될 것이 없지만, 앞으로 기관투자자들의 출자 기조가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는 점이 변수다. 국내 주요 연기금, 공제회 등의 아킬레스건은 해외 상업용 부동산이다. 아직 손실을 확정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명확한 손실 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곳이 대부분이다. 대체투자부문의 보수적인 기조는 여전한데, 앞으로 더욱 심화할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NPL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NPL 거래 규모가 급증했는데, 불확실한 글로벌 경제 상황에서 기관투자자들이 자금줄을 조이기 시작하면 신규 NPL 투자자 모집도 상당히 어려울 수 있단 불안감이 있다"고 말했다.
상위권에 위치한 업계도 자금조달 이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올해 상반기 시장점유율(낙찰액 기준) 42.2%로 1위를 기록한 하나F&I는 최근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 증자를 검토했으나, 지주 차원에서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하나F&I의 상반기 부채비율은 320%로 작년 말 99% 대비 약 3배 증가했다. 부채비율이 급증한 건 공격적으로 영업하며 레버리지를 '적극' 활용한 영향이다.
부채비율을 낮추지 않는 이상 추가로 자금을 조달하기는 쉽지 않을 거란 분석이다. 상반기 영업에 공격적으로 '반짝' 나선 하나F&I가 하반기에 사라진 이유로 꼽고 있다. 앞서 5월 하나F&I는 1500억원의 회사채 발행에 나서 2940억원으로 늘려 발행했다. 상반기 CP 발행은 9160억원으로 작년 하나 해 동안 발행한 5350억원의 약 2배다.
NPL 시장은 이미 경쟁이 치열하다. 이는 NPL 매물을 '싸게' 사기 어려워진 환경이 조성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경쟁은 더 치열해졌는데, 자금 조달 창구까지 막히니 현재의 NPL '열기'가 얼마나 이어질까 의문이란 지적도 나온다. 이 과정에서 쏟아져 나올 3조원 규모의 새마을금고발 NPL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 NPL을 취급하는 투자자들이 많아 시장에서 소화하는 데 무리가 없다"라며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