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시공·벌떼입찰' 논란 잇따랐던 건설업계...국감 앞두고 '발등에 불'
입력 2023.09.27 07:00
    사망사고 8건 DL이앤씨, 이해욱 회장 출석 주목
    DL이앤씨, 국감 앞두고 대관조직 재정비 움직임
    '최장수' 임병용 GS건설 대표, 부실시공 입 열까
    국토부장관 타깃 호반건설, 정무위·국토위 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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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정감사(이하 국감)가 3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주요 건설사 CEO들이 증인·참고인 명단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되며 건설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지난해 건설업계의 국감 주요 이슈가 중대재해처벌법이었다면, 올해는 '부실시공'과 '벌떼입찰' 등으로 범위가 넓어졌다는 평가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토교통위원회(이하 국토위)와 환경노동위원회(이하 환노위) 등에서 주요 건설사 CEO들의 증인 출석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특히 단일 기업으로 8건의 가장 많은 사망사고를 일으킨 'DL이앤씨'와 지난 4월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주차장 붕괴사고로 영업정지 위기에 놓인 'GS건설', 벌떼입찰로 공정위 과징금을 받았던 '호반건설'의 경영진 출석 가능성이 크다.

      DL이앤씨는 이해욱 회장이 증인으로 출석할 것인지 주목된다. 지난해에도 5건의 사망사고를 내 마창민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한 바 있는 DL이앤씨는 당초 마 대표가 2년 연속 출석할 전망이었지만, 최근 이 회장 출석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한 국토위 관계자는 "처음에는 마창민 대표 증인 소환을 고려했으나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다수의 사망사고를 낸 것은 개선 의지가 없다고 판단해 이해욱 회장을 소환하는 것으로 논의했다"며 "국감장에서 현장 안전 관리 실태와 지난해 국감 지적사항에 대한 개선 여부를 따져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시공순위 3위인 DL이앤씨가 대형건설사 중 처음으로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사업주가 형사처벌을 받는 사례가 될지 주목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부산지방고용노동청은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관련해 DL이앤씨 본사와 현장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국감 이후 수사가 탄력을 받을지 관심이 모인다.

      DL이앤씨는 국감을 앞두고 대관조직을 재정비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최근 회사는 서치펌을 통해 전·현직 국회정책 비서관 등을 대상으로 대외협력담당자 직무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DL이앤씨는 지난달 31일 비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홍보임원 A씨를 경질하기도 했다.

      한 국회 관계자는 "최근 DL이앤씨 대외협력담당자 포지션을 제안받은 국회 비서관들이 여럿 있다"며 "올해도 증인 출석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장기적으로 대관조직을 재정비해 국회와의 접점을 늘리려는 것 같다"고 밝혔다.

      DL이앤씨 외에도 대우건설(4명)과 현대건설(3명), 현대엔지니어링(3명), 한화 건설부문(2명), SK에코플랜트(2명) 등의 기업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이후 사망사고가 발생해 증인 출석 가능성이 있다.

      GS건설은 임병용 대표이사(부회장) 출석 여부에 시선이 모인다. 회사는 지난 4월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를 냈다. 철근 누락에 따른 부실시공이 원인이었는데, 이후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로부터 총 10개월의 영업정치 처분을 통보받았다. 행정처분에 대한 GS건설의 의견제출 기한은 내달 13일까지다.

      임 대표이사는 2013년 취임 후 올해로 만 10년을 맞은 최장수 대표이사다. 지난해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외벽 붕괴 사고로 국토위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했던 HDC현대산업개발 정익희 대표이사와는 분위기가 다를 전망이다. 정 대표이사는 작년 국감에서 '사고발생 시점이 취임 이전'이라는 이유로 모르쇠로 일관했다.

      벌떼입찰도 이번 국감에서 중요하게 다뤄질 안건 중 하나다. 호반건설 김상열 회장과 박철희 대표이사의 증인 출석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벌떼입찰은 공공택지의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 모기업과 다수의 위장계열사(페이퍼컴퍼니)들을 입찰에 참여시키는 행태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지난 6월 호반건설이 김상열 회장 아들 소유의 호반건설주택, 호반산업 등을 부당하게 지원하고 사업기회를 제공한 부당내부거래 행위에 대해 과징금 608억원을 부과했다.

      공정위 조사결과에 따르면 호반건설은 2010년 12월부터 2015년 9월까지 벌떼입찰을 통해 확보한 공공택지 23개를 두 아들의 회사에 양도했다. 23개의 공공택지 시행사업에서 발생한 분양매출과 분양이익만 각각 5조8575억원, 1조3587억원이란 설명이다. 이에 업계에선 조단위 분양이익에 비해 과징금이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SNS를 통해 "2013~2015년도 벌어진 이 건에 대해 공정위에서 과징금 608억원을 부과했지만, 호반건설의 두 아들이 운영하는 회사들은 분양이익만 1조3000억원 이상을 벌었다. 불공정도 이런 불공정이 없다"며 "먼저 해당시기 등록기준 충족 여부를 조사하고, 더 자세한 불법성 여부는 경찰, 검찰 수사로 밝혀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호반건설 외에도 대방건설, 우미종합건설 등이 주목받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난 7월 국회 허종식 의원실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입수한 '추첨 방식 공공택지 당첨 모기업 상위 10개사'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대방건설은 전국 191개 필지 가운데 가장 많은 21개 필지를 낙찰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정무위 관계자는 "벌떼입찰 문제는 새로울 게 없지만 이번에 호반건설이 공정위로부터 받은 과징금은 국민의 눈높이를 충족하지 못했던 것이 분명하다"며 "국토부장관이 공개적으로 언급한 만큼 국토위 증인 출석도 유력해보이지만, 공정위 수사와 관련해 정무위 차원에서 질의할 수 있는 부분을 정리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