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증자 공시 이후 대부분 주가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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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최근 바이오 기업들의 투자 매력도가 떨어지면서 기관투자자의 관심도 멀어지고 있다. 유상증자 외에는 자금 조달 창구가 마땅찮은 상황이다. 운영자금과 채무상환자금을 채우기 위해 유증에 나선 기업은 주가 하락이라는 '악순환'에 빠지고 있다.
유증을 완료했거나 준비 중인 바이오 기업들이 하반기에만 20곳이 넘는다. ▲에스디바이오센서(3104억원) ▲루닛(2019억원) ▲메디포스트(1200억원) ▲매드팩토(1159억원) ▲박셀바이오(1006억원)는 1000억원이 넘는 유증을 결정했다. 업계에 따르면 이외에도 신라젠 등 특례상장기업들이 이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바이오 시장 '한파'에 VC(벤처캐피탈) 등 기관으로부터 투자 유치가 어려워졌다. 기업공개(IPO)를 통한 자금회수(엑시트)가 어렵다는 판단 하에 기관들은 오히려 지분 매각을 검토하기도 한다. 회사채나 기업어음(CP)도 발행이 어려운 상황이다.
그나마 실적이 나오는 제약 기업·의료기기 기업 등과 달리 신약 개발 기업은 당장 매출이 나오지 않아 상황이 더 좋지 않다.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신약 개발(임상 단계~허가 승인)에 걸리는 시간은 약 10년이다. 신약개발 성공률은 극히 희박하다. 전반적으로 바이오 기업의 매력도가 떨어진 상황에서 기관이 '기약 없는' 투자를 꺼리는 이유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바이오·의료 업종에 투자한 벤처투자 규모는 5961억원이다. 작년 상반기 1조3159억원 대비 54.7% 줄어들었다. 바이오·의료 분야 벤처투자 비중도 2019년 약 30%에서 올해 상반기 13.4%로 하락했다.
'원한다면 얼마든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던 과거와 달리 조달 길이 막히자, 유증 외에는 마땅한 조달 방안이 없다는 설명이다.
하반기에 유증 결정을 공시한 기업은 대부분 주가가 하락했다. 유증의 목적이 운영자금·채무상환자금인 일부 기업은 '악재'로 받아들여져 하락 폭이 더 크게 나타나기도 했다. 이미 큰 폭으로 주가가 하락했는데 유증 소식에 또 주가가 하락하며 주주의 반발이 심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코로나 동안 투자 확대 기조에서 저금리로 조달한 바이오 기업들은 청구서 부담이 만만찮을 전망이다.
최근 VC들이 'K-바이오백신 펀드'와 벤처펀드 등을 결성하고 있지만, 바이오 기업들의 자금 부족 현상은 쉽게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K-바이오백신 펀드(1500억원 규모) 운용사에는 프리미어파트너스가 확정됐다. 기존 K-바이오백신 펀드 운용사인 유안타인베스트먼트는 총 2500억원 규모의 펀드를 결성할 계획이다. 사상 최대 규모 펀드(8000억원)를 결성한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펀드 금액의 약 25%를 바이오·헬스케어 기업에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VC의 펀드 결성 움직임은 바이오 업계에 퍼진 최악의 분위기를 해소하는 정도에 그치며, 대다수 기업은 여전히 자금이 부족할 것"이라며 "돈 쓸 곳은 많은데 돈 벌 방법은 없다 보니 바이오 기업은 투자 검토조차 안 하는 분위기"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