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시장에 주목하는 韓 기관투자가들…高밸류·변동성엔 우려도
입력 2023.10.20 07:00
    중국 대체 투자처로 주목…FDI 유입 증가세
    KIC 빠르면 올 연말 인도 오피스 개소 예정
    행공·교공 미래에셋 손잡고 인도 투자 시동
    PER 23배 '과열'·취약한 '변동성' 리스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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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인도가 중국을 대체할 새로운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 인도 시장의 성장성과 공급망 재편, 정부의 정책 지원 등이 맞물려 글로벌 투자자금이 몰리고 있단 분석이다. 국내 기관투자가들도 인도의 주식과 대체투자 영역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모습이다. 다만 인도 시장의 경기 변동성에 부담을 느낀 일부 기관들은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보겠단 입장이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공사(KIC)는 현재 인도 뭄바이에 신규 오피스 설립을 위해 인도 정부와 협의를 진행하는 등 운영 관련 제반사항을 준비하고 있다. KIC는 빠르면 올 연말, 늦어도 내년 초까지는 인도 신규 오피스를 개소할 예정이다.

      KIC는 지난해부터 대체투자 영역 포트폴리오 확장과 우량 투자기회 발굴, 지리적 다변화 등을 위해 신규 전략지역에 대한 진출을 검토한 후 인도를 신규 거점으로 낙점했다. KIC는 현재 뉴욕과 런던, 싱가폴에 지사를, 샌프란시스코에 사무소를 두고 있다.

      KIC 측은 "우량 대체투자 기회 선점 경쟁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사모주식 및 벤처투자 기회가 풍부한 아시아 거점 지역을 물색하던 중 인도에 주목하게 됐다"며 "인도의 빠른 경제 성장 과정에서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부동산 및 인프라 투자기회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요 공제회들도 인도 신규 투자를 집행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교직원공제회는 지난 4월 인도에 신규 투자를 집행하기 위해 해외주식 이머징위탁운용사 모집 공고를 내고,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위탁운용사로 선정해 500억원을 투자했다.

      행정공제회는 지난 8월 인도 주식형 펀드에 투자하기 위한 위탁운용사로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선정했다. 구체적인 투자 규모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해외 연기금과 국부펀드 역시 인도 시장의 성장성에 주목하고 있다. 싱가포르 GIC와 테마섹 등 국부펀드, 캐나다 국민연금(CPP) 등이 인도 뭄바이에 사무소를 두고 있다. 작년 캐나다 온타리오교직원연금(OTTP)이 뭄바이에 사무소를 개소했다. 현재 사우디 PIF, 카타르 QIA, 아부다비 ADIA 등 중동 국부펀드들도 인도 사무소 설립에 관심을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관투자가들이 인도 시장을 주목하는 데는 인도 시장의 성장성과 공급망 재편, 정부의 정책적 지원 등이 맞물렸단 분석이다. 지난 4월 유엔경제사회처는 인도가 중국의 인구를 추월했다고 발표했다. 중위 연령도 28.7세에 불과해 노동 가능 인구가 절반 이상이고, 인구에 기반한 탄탄한 내수 시장을 보유하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 글로벌 기업들이 '차이나 플러스 1'을 하기 위해 중국 외의 수출 국가를 물색했는데 그 대상으로 인도가 선정된 것"이라며 "다른 신흥국들이 올해 이익이 역성장한 데 반해 인도는 실적 성장성이 뛰어나 현재 다소 높다고 보여지는 밸류에이션도 시장에서는 적정하다고 판단해 투자자들의 관심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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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인도는 정부 주도 하에 제조업 중심 성장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2014년 취임 후 '메이크 인 인디아' 정책을 발표하며 해외투자 유치를 위한 인허가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외국인직접투자(FDI) 자동 승인 대상 산업을 확대했다. 인도의 FDI 유입액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한 중소형 증권사 연구원은 "인도는 인구에 비해 인프라 확충이 미비해 여전히 도시 개발에 대한 필요성이 크다"며 "정부 주도 인프라 관련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인도 증시가 단기적으로 과열됐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일부 보수적인 기조의 기관투자가 사이에선 인도 투자를 주저하는 움직임도 보여진다. 현재 인도의 주가수익비율(PER)은 23배로, 신흥국 평균(12배)의 2배에 달하고 있다. 

      신흥국 투자의 특성상 경제 펀더멘털이 견고하지 않고 외부 충격에 취약하다. 단기적인 급등락세를 보이는 등 변동성에 크다는 점도 주의가 필요하단 분석이다. 실제로 올해 1월 뉴욕의 힌덴버그 리서치가 인도의 아다니그룹의 주가 조작과 분식회계 의혹을 언급한 보고서를 발표한 이후 아다니그룹의 시가총액이 1400억달러 이상 증발하기도 했다. 아다니그룹은 인도 증시에서 시총 비중 약 9%를 차지하고 있다. 

      한 공제회 최고투자책임자(CIO) "인도 증시가 많이 올랐지만 아직 투자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4~5년 전 베트남 주식에 투자를 했는데 당시 급등락을 반복하는 등 변동성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던 기억 때문에 전반적으로 투자를 주저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