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담 내년까지 이어질 것"…비관론 팽배한 증권가 실적 전망
입력 2023.10.26 07:00
    증권사 3분기 실적은 재차 컨센서스 하회할 듯
    부동산 업황 악화로 해외 실물 및 국내 부동산 PF 위기
    고금리 이어지며 내년까지 실적 기대감 낮은 분위기
    특히 부동산 익스포저 큰 미래에셋·한국證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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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부동산 업황 악화로 증권가 3분기 실적은 또다시 컨센서스를 밑돌 것으로 보인다. 투자 자산의 평가손실이 발생하고 충당금을 설정한 영향이다.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며 내년 금리 하락 시점까지 실적 회복이 요원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9일 하나증권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한국금융주지주·NH투자증권·삼성증권·키움증권 5개사의 당기순이익은 전분기 대비 15% 감소한 6999원으로 추정됐다. 컨센서스를 9% 하회한 수준이다. 거래대금이 증가하며 브로커리지 수수료수익은 호조를 보이겠지만, IB부문 실적 부진으로 이익이 훼손된다는 분석이다. 부동산 시장 악화에 따른 충당금 설정 및 평가손실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업종의 주가는 저점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17일 기준 미래에셋증권·한국금융주지·NH투자증권·삼성증권·키움증권 5개사의 평균 PBR은 0.41배로 역사적 최하단을 기록 중이다. 금리상승으로 증권사의 주 수입원이었던 부동산 업황이 부진하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증권업계에선 특히 부동산 익스포저가 큰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을 주목하고 있다. 투자자산의 부실로 인한 실적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증권은 4조원에 달하는 해외 투자자산을 보유 중인데 이 중 해외상업용 부동산 익스포저는 1조7000억원으로 추산된다. 미래에셋증권은 3분기에도 해외상업용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인한 평가손실 및 CJ CGV 주가 하락에 따른 전환사채 평가손실이 실적에 반영될 예정이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의 3분기 연결 기준 지배주주순이익은 1300억원으로 예측된다. 2년전인 2021년 3분기 실적 대비 60% 이상 줄어든 수준이다. 

      국내 부동산 PF 투자자산이 많은 한국금융지주도 당분간 부진한 실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한국금융지주의 3분기 연결 기준 지배주주 순이익은 1744억원으로 직전 분기 대비 21%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금융지주는 그룹사 합산 부동산PF 익스포저가 5조원으로 대형 증권사 가운데 가장 크다. 고금리로 부동산관련 자산의 추가적인 충당금 적립이나 평가손실 인식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증권사 금융 연구원은 "부동산 익스포저가 큰 회사들의 실적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해외 부동산 투자가 많은 미래에셋증권과 국내 부동산PF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한국금융지주가 가장 실적 타격을 크게 받을 것"이라며 "해외상업용 부동산은 공실률 상승으로 가격 하락 이슈가 있고, 국내 부동산 PF 시장은 분양시장 침체로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반면 삼성증권은 부동산 투자자산이 적어 상대적으로 양호한 이익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삼성증권의 3분기 연결기준 지배주주순이익은 1488억원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업계 1위인 미래에셋증권의 3분기 순이익 예상치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금리 상승기조가 이어지며 IB부문에서 부진한 업황이 이어지겠으나 상대적으로 리테일 비중이 높은 점이 실적 방어에 톡톡히 역할할 것이란 분석이다.  

      해외부동산 투자를 크게 집행했던 일부 회사에선 자본이 크게 감소하는 위기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마저 거론된다. 한국은행은 지난 26일 「금융안정상황」에서 6월말 기준 9개 증권사(미래·한국·NH·삼성·키움·하나·신한·KB·메리츠)가 상업용 부동산 투자에서 100% 손실이 발생하는 상황을 가정할 경우 자본비율이 428% 하락할 것으로 봤다. 

      부동산 업황 부진 여파는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부동산PF의 경우 일반적으로 사업기간이 2~3년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시장이 회복되더라도 과거 수준의 주관수수료를 수취하기까지는 추가적인 시간이 필요할 것이란 예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 하락이 주가 및 실적 반등에 분수령이 될 것으로 판단하는데 고금리 상황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본다"라며 "완공한 곳들은 침체된 분양시장을 맞닥뜨리고 있고, 준공 중인 곳들은 높은 공사비와 인건비를 감내해야 한다. 부동산 시장 회복이 더딜 것으로 예상돼 내년까지 증권사 영업에 불리한 환경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