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비은행 강화' 외치지만…부실 뇌관으로 남은 '하나증권'
입력 2023.11.03 07:00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취임 이후 비은행 주력하지만
    주력 계열사인 하나증권은 부동산에 발목 잡혀 '지지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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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하나금융지주가 비은행 강화라는 숙제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하나증권이 2개분기 합산 1000억원에 가까운 적자를 기록해 눈길을 끌고 있다. 비은행 주력 계열사인 하나증권의 실적이 부진하면서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의 비은행 강화 전략이 녹록지 않을 것이란 시선이 나온다. 

      30일 하나금융지주에 따르면 하나증권은 3분기 48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전년동기대비 적자전환했다. 고금리·유동성 감소 등 시장 여건이 악화되며 해외 부동산 등 IB(투자은행) 자산 손실이 예상됨에 따라 충당금을 쌓은 영향이다. 영업손실은 569억원으로 집계됐다. 

      하나증권은 지난 2분기에도 영업손실 329억원, 당기순손실 487억원을 기록했다. 2개분기 연속 500억원의 가까운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2개분기 합산 1000억원의 적자를 낸 셈이다. 이번 분기 영업손실폭은 지난 2분기와 비교하면 더 커졌다. 자기자본 4조원이 넘는 초대형IB 중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증권사는 하나증권 뿐이다. 

      하나증권이 그간 부동산금융 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출하면서 늘린 부동산 자산이 이제는 실적에 걸림돌이 된 모습이다. 전세계적으로 고금리 기조가 유지되고 재택근무 문화가 확산되면서 해외 부동산(오피스) 가격이 급락하면서다.  하나증권은 자기자본(약 6조원) 대비 해외 부동산 익스포저가 많은 증권사로 꼽힌다. 하나금융의 해외상업용부동산 익스포저(6월 말 기준)는 약4조6000억원으로 이 가운데 하나증권 보유분이 약 2조4000억원 수준이다. 

      해외 부동산 자산의 가격 하락이 이어지면서 추가 충당금 적립 및 실적 부진 가능성이 거론된다. 증권업계에선 내년 상반기까지 부실을 털어내야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 27일 하나금융지주 실적발표회에선 추가로 충당금을 쌓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한 참석자가 부동산 관련 추가 손실 가능성을 묻자 정승화 하나증권 부사장은 해외에 보유한 부동산을 다시 평가하여 손실이 전망되는 부분을 재적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승화 하나증권 최고위기관리자(CRO)는 "(하나금융지주)의 해외 익스포저의 경우 상업용 부동산(오피스)이 약 1조3000억원으로 상반기에 현장 실사를 통해서 선제적으로 이부분에 대해 평가하고 충당금을 쌓았다"라며 "미국과 유럽쪽으로 재실사하여 평가손실이 예상되는 부분을 올해 전부 다 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관련업계에선 하나증권이 3분기까지 적지 않은 규모의 충당금(1834억원)을 쌓았지만, 충당금이 충분하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여전히 부동산 부실이 현실화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지침에 따라 하나증권이 대규모의 충당금을 쌓고 있지만, 전체 부동산 익스포저를 감안하면 충분하다고 속단하기 이르다"라며 "손실 가능성이 있는 해외 부동산 익스포저(만기가 도래하는 펀드 등)가 남아있는 게 사실이고 시장상황도 안좋다"라고 말했다. 

      이에 업계 안팎에선 하나증권의 증자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하나금융지주는 비은행 주력 계열사로 그간 하나증권에 줄곧 힘을 실어주고 있는데 최근 해외 부동산 위기 여파로 하나증권의 확장 기조가 멈췄고 추가 부실 우려도 상당하다는 설명이다. 하나증권은 지난해에도 지주로부터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받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하나증권이 지난 몇년간 자체 자본을 키워 자금 운용에 시너지를 내려고 하고 있다. 그런데 이익이 예상하는 만큼 안나오니까 하나금융지주가 유상증자를 해서 자본확충을 뒷받침해줄 것이란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증권의 부진이 이어지면서 함영주 회장의 비은행 강화 전략이 녹록지 않을 것이란 평가다. 함 회장은 KDB생명 인수 등 비은행 사업을 키우기 위해 다각도로 검토 중이지만 은행 집중도는 되레 커지고 있다. 하나증권이 업황 부진에 빠지자 상반기 하나금융지주 이익의 90%가 은행에서 나올 정도다. 

      현재 하나금융의 비은행 계열사 중 대규모 증자를 받을만한 조직이 증권 외에는 마땅치 않다는 지적이다. 최근에 하나금융지주가 비은행금융 강화를 목적으로 각각 2000억원, 1500억원의 유상증자를 결정한 하나캐피탈과 하나에프앤아이는 연간 순이익 규모가 약 3000억원, 300억원 수준이다. 증권업계에서 파악하는 하나증권의 연간순이익 규모는 5000억원 선이다. 

      아울러 하나금융의 자회사 출자 여력 많지 않다는 분석이다. 금융사의 자회사 출자여력 및 M&A를 통한 확장 여력은 이중레버리지비율이란 지표를 통해 알 수 있다. 하나금융지주의 이중레버리지비율은 6월말 기준 125%로 9300억원 수준인데 하나캐피탈과 하나에프앤아이에 3500억원을 투입하고 나면 출자여력이 더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금융지주사의 이중레버리지비율을 130% 이내에서 관리하라고 권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