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금융 주가 홀로 이끈 메리츠화재…예상치 못한 호실적에 ‘잡음’
입력 2023.11.27 07:00
    조정 불가피한 보수적 가정 사용으로
    예실차發 호실적 기록
    어닝서프라이즈 통해 주가 부양 꾀하는 것 아니냔 목소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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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예실차’(예상과 실제 차이)가 견인한 메리츠화재 호실적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3분기 순이익의 30%를 예실차가 차지할 정도의 보수적 가정을 사용한 것을 두고 경영전략상 이유가 있는 행보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메리츠화재는 3분기 4963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업계 1위 삼성화재(4032억원)를 제쳤다.  

      이에 시장에선 통합 메리츠금융그룹이 출범한 첫해인 만큼 주가 끌어올리기 목적으로 실적을 당겨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미래이익인 CSM(보험계약마진)을 보수적으로 잡는 대신 당기 손익에 바로 반영되는 예실차가 높게 나오는 방향으로 가정을 설정해 올해 실적을 돋보이게 하는 것이란 분석이다.   

      CSM은 보험계약으로 미래에 얻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익을 현재 가치로 나타낸 값인데, 우선 부채로 인식한 다음 계약 기간 동안 이를 상각해 이익으로 인식하게 된다.   

      IFRS17이 도입되며 많은 보험사들은 '실적 부풀리기' 논란에 휩싸였다. 어디까지나 CSM은 추정치인 만큼 낙관적인 가정을 사용해 예상 이익을 크게 잡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메리츠화재는 타사와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몇 년에 걸친 상각을 통해 이익에 반영되는 CSM을 보수적으로 잡았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보험손익에 바로 반영되는 예실차는 크게 나왔다. 

      이는 전체 순이익에서 예실차가 차지하는 비중에서 드러난다. 메리츠화재와 같이 가정을 보수적으로 적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삼성화재의 경우 올해 1~3분기 누적 순이익(1조5877억원)에서 누적 예실차(2256억원)가 차지하는 비중은 14.2%이지만 메리츠화재의 경우 3개 분기 누적 순이익(1조3353억원)에서 누적 예실차(3015억원)의 비율은 22.58%다. 3분기만 떼어놓고 보면 삼성화재 18%, 메리츠화재 30%로 격차가 더 커진다.    

      높은 예실차는 메리츠화재가 추구해온 방향성이기도 하다.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대표는 과거 실적발표회에서 "예실차를 보면 그 회사가 가정을 얼마나 보수적으로 했는지 판단할 수 있다"며 예실차가 플러스로 나올수록 신뢰할 만한 보험사라는 점을 내비치기도 했다. 메리츠화재 측은 높은 예실차에 대한 논란에 대해 "마이너스가 아닌 플러스 예실차인 만큼 큰 문제는 아니다"는 입장이다. 

      다만 업계에서 바라보는 시각은 다르다. 가정과 실제 수치의 차이인 만큼 플러스가 난다고 무조건 좋은 게 아니라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IFRS17 하에서 최적 가정으로 보험부채를 평가해야 하는 만큼 플러스, 마이너스 모두 예실차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벌어지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보수적이든 낙관적이든 편향된 가정은 결국 조정을 피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함께 나온다. 감사보고서를 작성하는 회계법인에서 매 회계연도 결산을 검증하며 과도하게 벌어진 차이에 대해 기초 가정을 수정하도록 요구하게 돼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는 다음 회계연도에 적용하는 가정을 수정하도록 하지만 그 차이의 정도가 심해 오류라고 판단되면 당해 연도 회계 수정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다.         

      달리 보면 회계 안정성이 낮고 미래 이익을 줄이는 전략임에도 불구 높은 예실차가 나올 수밖에 없는 가정을 쓰는 메리츠화재를 두고 여러 추측이 나오고 있다. 올해 통합 메리츠금융지주가 출범한 만큼 주가 부양 혹은 배당 재원 마련 등을 위한 행보가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김용범 대표가 증권 쪽 전문가인 만큼 어떻게 하면 주가 상승에 도움이 될지 잘 알고 있는 것 같다"며 "시장 기대 대비 실적이 잘 나올수록 주가 호재로 작용하는데, 예실차를 통해 이를 잘 활용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부동산 PF 문제 등 메리츠증권 실적이 감소하는 와중에 통합 금융지주를 출범시켜 성과를 내는 것을 보면 전략 자체는 성공적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메리츠금융지주는 부동산금융 부문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메리츠증권이 업황에 따라 침체를 겪고 있음에도 불구, 메리츠화재 덕에 올해 순익 2조 달성을 앞두고 있다. 3분기 누적 기준 메리츠금융지주 실적(1조7997억원)서 메리츠화재(1조3353억원)가 차지하는 비중은 74%를 넘는다. 사실상 지주 실적을 메리츠화재가 견인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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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메리츠화재의 연이은 어닝서프라이즈에 메리츠금융지주의 주가도 순항 중이다. 메리츠금융지주의 주가가 밸류 대비 너무 높은 탓에 TP(목표주가)를 설정하기 어려워 다루고 싶어도 못 다룬다는 애널리스트가 있을 정도다. 

      한 증권사 금융 담당 연구원은 "주가가 5만원 아래로 내려가면 다뤄야겠다는 생각으로 모델링도 다 해놨는데 현 주가가 너무 비싸 못 하고 있다"며 "투자의견을 매수로 제시할 게 아니라면 의미 없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메리츠금융지주의 주가는 22일 종가(5만5700원) 기준 통합 지주사로 출범한 지난 4월 25일 종가(4만5600원) 대비 22.15% 올랐다. 

      이에 대해 메리츠화재 측은 "가정을 보수적으로 잡는다고 회사에 득 될 것은 없다"며 "3분기 예실차는 미보고발생손해액(IBNR) 산출 방식 변경에 따른 결과"라고 설명했다. 또한 "2조1500억원의 자본준비금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배당 가능 재원도 확보하는 만큼 배당을 위해 예실차를 의도적으로 높인다는 일각의 추측도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개별사 회계에 대해 언급을 하기는 조심스럽다"면서도 "CSM 규모는 자본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보험사들이 각사 재무 상황과 전략에 따라 가정을 설정하고 있는데, 이제 IFRS17이 도입된 만큼 당분간은 회계법인 감사 등을 통해 자체적인 자정 작용을 거치며 안정화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