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업 경쟁력 회복한다지만…이마트에 다시 날아드는 신용도 '경고장'
입력 2023.12.19 07:00
    한신평 12일 전망 하향…타 신평사도 전망 조정 가능성
    2016년 이후 7년째 신용도 하향만…M&A 시너지 부족해
    "본업에 집중" 점포 매각 중단에…신평사 "재무부담" 경고
    이커머스 전략도 모호…네이버·쿠팡에 中알리까지 공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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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마트의 신용등급 전망이 또 다시 조정됐다. 한국신용평가(이하 한신평)는 지난 12일 이마트의 무보증사채 AA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이번 한신평의 등급 전망 변경은 2020년 2월(긍정적→안정적) 이후 약 3년 10개월만에 이뤄졌. 한신평을 시작으로 다른 신용평가사들도 전망을 조정할지 관심이 모인다.

      15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국내 신평 3사는 현재 정기 기업어음(CP)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CP 평가지만 이 과정에서 장기신용등급을 들여다본 뒤 수시 평가 형태로 신용도를 조정하기도 한다.

      현재 이마트에 대한 신용도를 손댄 곳은 한신평 뿐이지만, CP 정기평가 이후 추가 조정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한신평 뿐만 아니라 다른 신평사들 역시 이마트에 대해 유사한 의견을 갖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마트의 신용등급은 2016년 이후 7년동안 꾸준히 하락했다. 한신평은 2019년과 2020년, 2023 세 차례에 걸쳐 이마트의 신용등급과 전망을 변경했는데, 그 기간 이마트의 신용등급은 AA+(안정적)에서 AA(부정적)까지 떨어졌다.

      이마트는 2021년 이후 여러 인수합병(M&A)을 단행하며 사업 다각화에 집중했다. 이베이코리아(G마켓)와 W컨셉코리아, SCK컴퍼니(스타벅스), 미국 와이너리(쉐이퍼 빈야드) 등이다. 다만 이마트와의 사업적 시너지가 드러나지 않으면서, 대형마트라는 이마트의 본원 경쟁력이 약해졌단 지적도 따랐다.

      이 과정에서 순차입금 규모가 증가했다. 재무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이마트는 가양점과 성수점 등을 매각했다. 이후에도 중동점과 명일점 등 오프라인 점포 매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며 유동성 확보에 주력했다.

      최근 한채양 대표가 취임하며 분위기가 반전됐다. 한 대표는 이마트 창립 30주년 기념식에서 "오프라인 유통이라는 본업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마트는 내년까지 신규 점포 출원을 위한 5개 부지 확보 계획을 밝혔다. 매각 추진 중이던 중동점과 문현점을 포함해 점포 매각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평사들은 이마트의 '본업 경쟁력 회복' 전략이 재무부담을 키워 신용도에는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신평은 이마트 등급전망 변경 리포트에서 "신규 출점을 재개하고 핵심 영업자산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사업전략을 전환함에 따라 자산매각을 통한 대규모 자금 마련도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한 신평사 관계자는 "내년에도 민간 소비가 부진할 걸로 보여 대형마트에 집중한다 하더라도 단기간에 실적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점포 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늘어나는 재무부담을 줄이기 위해선 다른 비주력 자산을 일부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마트가 오프라인에 집중하겠단 계획을 밝힘에 따라 이커머스 자회사 지마켓·SSG닷컴(쓱닷컴)의 방향성에도 의문이 따른다. 두 회사는 모두 영업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마트와의 시너지도 뚜렷하지 않다는 평가다. 

      현재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쿠팡과 네이버가 양분하고 있다. 데이터조사업체 오픈서베이에 따르면 2023년 지마켓과 쓱닷컴의 시장 점유율은 각각 6.8%, 2.3%다. 여기에 중국의 알리익스프레스 등이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 국내 진출에 시동을 걸고 있다. 업계에서는 중하위권 업체를 중심으로 시장지위 변동 가능성이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마트가 오프라인 매장에 투자를 집중하기 위해선 비주력 사업 등을 정리하는 것이 불가피한데 아직 움직임이 보이는 것은 없다"며 "그간 이커머스를 포함해 M&A 과정에서 뚜렷하게 드러난 성과가 없는데, 일부라도 정리하지 않으면 당분간 재무구조 개선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