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촉진법 예고에 '대관라인' 재가동하는 빅테크들…"지금 움직여야 빠진다"
입력 2023.12.27 07:00
    온플법 후 3년만 다시 플랫폼 기업 규제 예고한 공정위
    구체적 내용은 아직…야당案 기준되면 범위 대폭 늘 전망
    빅테크 대관라인 재가동 움직임…案 확정 전 선제적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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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다시 한번 플랫폼 기업에 대한 제재에 나섰다. 소위 '온플법'이라고 불리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을 입법예고한 지 3년 만에, 이번에는 플랫폼 경쟁촉진법(가칭) 추진을 공식화했다.

      아직 구체적인 안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규제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되는 빅테크 기업들은 국회를 비롯한 유관 부처 입법 동향을 살피느라 분주한 분위기다. 지금부터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규제 대상에서 빠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19일 공정위는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플랫폼 경쟁촉진법을 보고했다고 밝혔다. 제정안의 핵심은 플랫폼 시장을 좌우할 정도의 지배력을 가진 소수의 핵심 플랫폼을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로 사전 지정해 감시를 강화하는 것이다.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는 현행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사업자를 플랫폼 기업에 적용한 개념이다. 공정위는 그동안 기업간 분쟁이 발생하면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시장 획정을 통해 시장지배적 사업자 지위 여부를 결정해왔다. 제정안은 이를 사전에 지정해 제재 속도를 단축하겠단 의도다.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사업자 지위가 인정될 경우 매출액의 최대 6% 범위 내에서 과징금 부과할 수 있다. 시장 점유율이 높은 기업들은 공정위의 시장 획정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달 초 공정위로부터 약 19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던 CJ올리브영을 두고 당초 시장에서 과징금 규모를 최대 5800억원까지 추산했던 배경이기도 하다.

      공정위는 대상 사업자를 지정하는 과정에서 지정 전 의견제출, 지정 후 이의제기, 행정소송 등 항변 기회를 다양하게 보장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IT업계에선 규제 대상에 포함될 경우 향후 사업을 영위하고 확장해 나가는 데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고 우려하는 상황이다.

      현재 규제 대상으로 거론되는 국내 빅테크 기업들은 네이버와 카카오, 쿠팡 등이지만 범위가 더 넓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공정위는 관계부처 및 국회와 협의해 법안을 발의할 예정인데, 야당에서는 박주민 의원과 이동주 의원이 비슷한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구체적으로 박 의원이 발의한 법안상 규제 대상 기업은 ▲시가총액 혹은 공정시장가치 30조원 이상▲연평균 매출액 3조원 이상▲월평균 이용자 수 1000만명 혹은 이용사업자 수 5만개 이상에 모두 해당하는 경우다. 

      이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규제 대상 범위가 더 넓다. ▲연평균 매출 3조원 혹은 시가총액 또는 공정시장 가치 30조원 이상 ▲활성이용자 수 월평균 1000만명 혹은 활성이용사업자 수 5만개 이상 중 하나라도 해당할 경우 규제 대상이 된다. 

      야당이 공정위와의 협의 과정에서 이 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기준으로 제시한다면 규제 대상 기업은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앱 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올해 국내 빅테크 기업 중 네이버와 카카오, 쿠팡 외에도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1986만명)과 당근(당근마켓·1914만명), 비바리퍼블리카(토스·1809만명) 등이 월평균 이용자 수 10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아직 공정위가 안을 협의 중이고, 한기정 위원장이 공식적으로 국회에 기존 발의된 법안과 차이가 있다고 밝힌 만큼 공정위의 입법예고가 발표된 이후 법안의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이에 국내 빅테크들은 입법 동향을 파악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느라 대관라인을 재가동하는 등 분주한 모습이다.

      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공정위가 플랫폼법 입법 의사를 밝힌 이후 규제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업 대관 담당자들로부터 협의 진행 과정 등을 묻는 연락을 받았다"며 "아직 구체적인 안이 확정되지 않았을 때 미리 선제적으로 대응하고자 하는 의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온플법이 공정위의 입법예고를 거쳐 국회에 발의된 2021년, 네이버와 카카오, 쿠팡 등 빅테크 기업들은 한 차례 대관라인을 강화한 바 있다. 당시 검찰과 법원, 정책기관 등 관(官) 출신 인사들이 대거 기업으로 이동했다. 온플법은 2021년 1월 28일 발의돼 아직 국회 계류 중에 있는데, 대관라인이 바쁘게 움직인 영향이 컸다는 지적이다.

      앞서 관계자는 "온플법이 아직 통과되지 않은 데는 물밑에서 이뤄진 대관라인의 움직임도 무시할 수 없다"며 "구체적인 안이 나온 후에는 법안 통과를 막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지만, 지금은 범위 획정에 따라 대상에서 아예 제외될 수도 있는 만큼 연말과 연초 대관라인이 더욱 바빠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