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 내내 이어진 위기설, 기관도 언급 부담
워크아웃에 자율협약·회생절차 가능성도 제기
"태영건설, 추가로 지분·사업장 매각 준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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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아웃설에 시달리고 있는 태영건설이 기관투자자·자문사 등에 자사의 위기를 외부에 누설하지 말라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진다. 기관들도 타사보다 위기를 먼저 언급해 태영건설에 낙인효과를 만들까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다.
시공능력 16위인 태영건설은 현재 경영 정상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태영건설은 연말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신청 가능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확정된 바가 없다고 27일 공시하기도 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김주현 금융 위원장·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태영건설 워크아웃 가능성을 논의했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다.
태영건설이 계획한 자금 조달이 '예정대로만' 진행된다면 내년 만기가 돌아오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상환·차환(리파이낸싱)을 전혀 못 해도 생존할 수 있다는 평가다.
한 자문사에 따르면 태영건설이 추가로 처분하려고 준비하는 자산이 있다고 전해진다. 1조원 가까이도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태영건설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조달 계획이 순조롭게 이뤄지지 못할 거란 게 중론이다. 단기 유동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은 "모든 지방 현장이 미착공 상태에서 대출 연장 없이 사업을 마감할 경우 이행해야 하는 보증액은 약 7200억원"이라며 "(다만) 태영건설의 3분기 말 기준 순차입금은 1조9300억원, 부채비율은 478.7%에 달해 시공능력 평가 35위 내 주요 대형·중견 건설사를 통틀어 부채 비율이 가장 높다. 벌어들이는 영업이익은 이자비용으로 모두 충당하고 있는 상황"이라 밝혔다.
NICE신용평가도 "PF우발채무가 자기자본에 비해 매우 과중하다"며 "만기구조는 비교적 분산돼 있으나, 미착공 현장의 지방 소재 비중이 높은 점을 감안시 사업불확실성이 높은 수준이다"고 경고한 바 있다.
올해 태영그룹은 태영건설의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연초부터 태영건설은 지주회사인 티와이홀딩스에서 4000억원의 장기 자금을 지원받았고, 한국투자증권과 2800억원의 금융조달상품 협약을 체결했다. 1000억원 규모의 사모사채를 발행했고, 알짜 자회사인 태영인더스트리를 사모펀드(PEF) 운용사 KKR에 매각했다. 최근에는 관계기업인 포천파워 보통주 지분 전량을 264억원에 매각한다. 경기 부천 군부대 이전사업장 대한 지분 약 3000억원 매각도 추진 중으로 전해진다.
그럼에도 경고음은 계속 울리고 있다.
한국투자증권과 맺은 투자 협약의 만기는 내년 3월6일이다. 한국투자증권은 2000억원을 지원하며 태영건설이 소유한 골프장 루나엑스CC를 담보로 잡았다. 한국투자증권이 보장받은 금리는 약 7.5%로 태영건설은 약 2150억원을 갚아야 한다. 태영건설이 리파이낸싱이나 상환에 실패할 경우 루나엑스CC가 한국투자증권으로 넘어가는 건 물론, 펀드 출자금 800억원을 잃을 가능성도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사로 참여하는 서울 성동구 성수동 오피스2 개발 사업은 좌초 위기다. 개발 사업 시행사이자 차주인 '성수티에스2차프로젝트금융회사(PFV)'는 18일 480억원 규모의 PF 대출 만기가 돌아왔으나 열흘간 상환 유예해 28일로 미뤄졌다.
사실상 지주사인 TY홀딩스의 지원이 유일한 희망인 셈인데, TY홀딩스에 더 중요한 건 태영건설이 아니라 SBS라는 평가도 있다. SBS를 살리기 위해서는 마냥 태영건설을 지킬 순 없다는 논리다.
이에 시장에선 태영건설의 워크아웃뿐 아니라 다양한 시나리오가 돌고 있다.
자율협약 신청 가능성이 제기된다. 워크아웃제도와 달리 자율협약은 채권단 전원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자율협약을 신청하면 채권단이 평가를 통해 이자유예, 신규자금 지원 등을 결정하게 된다. 물론 회사측은 상응하는 자구안을 마련해야 하고 채권단이 자구안이 충실히 이행됐다고 판단할 때 자율협약 종료를 선언하게 된다.
법정관리 가능성도 제기된다. 태영건설 위기가 그룹 전체에 전이되지 않기 위해 태영건설이 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해 자산을 동결하는 보전 처분과 함께 채권자들의 강제 집행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올해 신용평가사는 태영건설의 신용등급을 내리고 있다.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태영건설 회사채 신용등급을 A(부정적)→ A-(안정적)→ A-(하향검토) 순차적으로 떨어뜨렸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태영건설의 신용등급 그 자체로는 더 이상 큰 의미가 없다는 반응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태영건설의 펀더멘털이 1년이나 훼손된 상황에서 오히려 현 신용등급이 유지되는 상황이 아이러니하다"며 "이미 조달금리가 20%까지 오른 상황에서 추가적인 신용등급 하락은 의미가 없을 정도"라 말했다.
일 년 내내 위기가 이어지다 보니, 최근 태영건설은 기관투자자·자문사 등에 자사의 위기를 외부에 누설하지 말 것을 부탁했다. 부정적 얘기가 시장에 퍼질 경우 유동성 확보, 자금 조달, 사업장 만기 연장 등이 더 어려워질 가능성을 우려한 것이다.
기관도 부담스럽긴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어디서 얘기가 나온 지 일정 부분 특정되는 상황에서, 태영건설의 위기를 확산시킨 '주범'으로 낙인찍히기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태영건설이 어떻게든 '불'을 끄려 고군분투하는 상황에서 시장에 도는 이야기가 '기름'을 끼얹는 꼴이 될 수도 있다"며 "할 말은 많지만, 태영건설 위기가 업계 전반적으로 번질 게 걱정돼 한마디도 하기 어려운 상항이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