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그룹, 실체없는 약속만 강조…결국 오너 위한 기자회견?
입력 2024.01.09 14:50|수정 2024.01.09 14:51
    취재노트
    TY홀딩스·SBS 주식의 담보 제공 전제 조건은
    "기존 자구안으로 태영건설 유동성 해결 안 될 경우"
    "언론에 공개적으로 약속"…채권단 확약은 '추후'
    SBS 지분 매각에는 선 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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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영그룹은 9일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본사 사옥에서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관련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과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 등이 참석했다. 

      핵심은 TY홀딩스와 SBS 보유지분을 담보로 제공해 태영건설을 살려낸다는 내용이었다.

      아버지와 아들의 입장문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태영건설을 살리기 위해 필요하다면 TY홀딩스와 SBS 보유지분을 담보로 제공한다", "TY홀딩스의 대주주 및 이사회 의장·태영건설의 이사회 의장으로서 창업회장과 뜻을 같이해 태영건설 워크아웃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짓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두 회장은 태영건설의 '건실함'과 '불가피한 어려움'을 강조했다. 윤 창업회장은 "태영건설이 창사 이래 지난 50년 동안 적자가 난 해는 단 두 번뿐"이며, 태영건설이 지금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고금리와 부동산 경기 침체 같은 요인에 기존 PF 대출의 만기연장(롤오버)이 안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윤 창업회장과 윤 회장은 입장문 발표가 끝난 직후 회견장을 빠져나갔다. 입장 10분만이다. 카메라도 다 물러났다.

      이후 최금락 태영그룹 부회장 등과의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임원단은 기자들에게 두 회장이 발표한 내용 중심으로 질문하며, 입장문과 관련없는 내용은 다른 창구를 통해 질문하기를 요청했다.

      TY홀딩스·SBS 지분 담보 계획, SBS 지분 매각 관련 질문이 집중적으로 나왔다. 사재 출연 규모 및 회수 가능성, 태영건설 유동성 확보 가능성 등과 관련한 질문도 이어졌다. 결국 궁금한 건 이것들이고, 이것에 대한 해답이 있는지였다.

      결론적으로는 여태껏 발표했던 내용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TY홀딩스와 SBS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기로 했지만 이마저도 조건이 붙었다. 자구안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았을 경우에 담보로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최금락 태영그룹 부회장은 "네 가지 자구안이 철저히 이행만 돼도 워크아웃 플랜이 확정된 4월까지는 태영건설의 유동성 부족은 해소될 것"이라며 "그러나 여러 사정으로 그렇게 하고도 태영건설 유동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TY홀딩스와 SBS 주식을 내놓겠다는 것이다. 대주주의 지분 모두 걸겠다는 각오다"고 밝혔다.

      태영그룹이 기존 산은에 제시한 네 가지 자구안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1549억원의 태영건설 지원 ▲에코비트 매각 추진 및 매각대금의 태영건설 지원 ▲블루원 지분 담보 제공 및 매각 추진 ▲평택싸이로 지분 62.5% 담보 제공이다.

      담보 제공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약속하지 않았다. TY홀딩스·SBS 담보 제공과 관련해 채권단과 확약 절차와 관련한 질문에는 '신뢰'를 강조했을 뿐이다.

      최 부회장은 "언론 앞에서 공개적으로 약속한 것이다. 공개적으로 약속한 것 이상으로 또 어떤 확실한 약속이 있을까. (담보 제공이) 필요한 때가 되면 필요한 절차를 밟아갈 것"이라며 "자구계획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충분히 협의가 이뤄진 상황"이라 전했다.

      SBS 지분 매각에는 선을 그었다. 그동안 태영그룹은 방송법상 대기업 지분 제한과 방송통신위원회의 최대주주 변경 승인 등의 제약이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최 부회장은 "여러 규제를 받는 방송기업이라 일반 기업과 달리 매각에 법적 규제가 많다. 유권해석을 받아보니 담보 제공은 문제가 없다"며 "SBS 지분 전부 필요하면 전부 (담보로) 내놓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추가적인 사재 출연 계획은 당장 밝히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최 부회장은 "TY홀딩스·SBS 주식 (담보 제공)도 사재출연으로 보면 된다"며 "현시점에서 얼마가 될지 추산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사주 일가가 태영건설 직접 지원이 아닌 TY홀딩스에 자금을 대여하는 방식을 두고 자금 회수를 염두에 둔 횡보가 아니냐는 비판에도 반박했다.

      최 부회장은 "윤석민 회장이 낸 416억원은 실제로 태영건설에 지원됐으며, 기술적인 문제로 지주사를 통해 갔을 뿐 본인이 원금과 이자를 모두 받지 않겠다고 약속했다"며 "윤재연 대표는 계열사 대표를 맡고 있지만 지주사나 건설 지분이 하나도 없고 경영에도 참여한 적 없는, 이번 사태와 직접적으로 관련 없는 사람이다. 다만, 이번에 890억원을 (추가 투입하기 위해) 마련하는 과정에서 탈탈 털어도 모자라 윤 대표의 돈을 빌려서 집어넣었다"고 전했다.

      오너 일가가 떠나고 난 뒤 최 부회장이 기자회견을 주관했지만, 속시원한 해결책은커녕 기존 주장에 대한 해명만 남은 꼴이 됐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개시 여부가 이틀 남았다. 사실상 기존의 계획과 달라진 바 없다. TY홀딩스·SBS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겠단 계획은 규모도, 시기도, 이행 여부도 불명확하다. '허울뿐인 계획'이라는 평가다. 부정적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눈속임'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과연 태영의 '신뢰'라는 단어를 신뢰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