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피'에 투기판 전락한 공모주 시장…증권가는 '과열·지수부담' 우려
입력 2024.01.29 15:51
    연초 따블·따따블 후 하한가 직행 사례 늘어
    신규 상장 포스뱅크, 따블 후 급락...30% 마감
    따따블 우진엔텍·현대힘스, 29일 나란히 하한가
    증권가 "공모시장 이상 과열…이어지면 지수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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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연초 공모주 시장의 가격 변동성이 극에 달하고 있다. 신규 상장 종목의 상장일 가격 제한폭이 확대되면서 '따따블'(공모가의 400% 상승)을 어렵지않게 찾아볼 수 있게 됐지만, 상장 이튿날 하한가까지 급락하는 등 변동성 또한 커졌다.

      증권가에선 공모주의 변동성이 심화한 이유로 연초 박스권에 갇힌 국내 증시를 꼽는다. 증시 약세가 지속되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공모주 시장에 몰린다는 것이다. 상장 당일 높은 시세 차익을 노린 개인·기관투자자들이 이튿날 차익 실현을 위해 물량을 매도하면서 급락하는 장세가 반복되면 지수 전반에도 부담이 될 것이란 지적이다.

      29일 코스닥 시장에 신규 상장한 포스뱅크는 공모가(1만8000원) 대비 29.72% 상승한 2만33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212.78%까지 상승하며 '따블'을 기록했지만, 장 마감 직전 급락하며 상한가 수준만 기록하는 데 그쳤다.

      포스뱅크는 상장 당일 유통 가능 물량이 29.75%에 달하고 한달 후에는 22.56%의 보호예수 물량이 해제되며 상장 전부터 오버행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이에 이르면 내일부터 차익 실현을 위한 매도 물량이 더 쏟아질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한 증권사 시황 연구원은 "현재의 공모주 시장은 상장일에 '따블' 이상을 기록하는 것이 거의 보장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과열된 상황"이라며 "포스뱅크는 오버행 우려에 오후 주가 하락폭이 컸는데, 당분간은 차익 실현 물량이 쏟아져 나올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올해 신규 상장한 종목들은 상장일 급등 후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1호 상장사인 우진엔텍은 상장일 따따블을 기록한 후 이틑날엔 상한가를 찍으며 급등했지만, 나흘 째인 오늘(29일) 하한가를 기록했다. 우진엔텍에 이어 2호 따따블 종목이었던 현대힘스는 1거래일만에 하한가를 기록했고, 상장일 따블을 기록했던 HB인베스트먼트는 이후 2거래일 연속 급락해 첫 날 상승분을 다수 반납했다.

      증권가에서는 공모주 시장에서의 큰 변동성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과 함께 투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경고를 내놓는다. 박스권에 갇힌 지금의 증시에서는 자금이 몰릴 곳이 공모주로 제한적이지만, 언제 상황이 반전될 지 예측할 수 없단 것이다.

      내달 1일 코스닥에 상장할 예정인 이닉스는 10조원이 넘는 청약 증거금을 끌어모았는데, 이는 9조7800억원의 증거금을 모은 현대힘스를 상회하는 수치다. 내달 6일 상장 예정인 스튜디오삼익도 5조687억원의 청약 증거금과 2650대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공모주의 급등락세가 반복되면 지수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신규 상장 기업은 상장 이튿 날부터 코스피와 코스닥지수에 편입되는데, 상장일 급등했다 이른 시일 내 급락하게 되면 지수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 불가피하단 지적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신규 상장이 예정된 종목들이 수조원의 증거금을 끌어모은만큼 상장일 주가의 급등세는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시장의 관심이 언제 공모주에서 다른 쪽으로 옮겨갈 지 예측할 수 없어 투자에 주의할 필요가 있고, 이러한 장세가 한동안 유지되면 가뜩이나 약세인 증시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할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