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피알 IPO, 공모가 2배 장외 시총에 과열 양상…수요예측까지 이어질까
입력 2024.02.01 07:00
    에이피알 시총, '공모가'는 1.5조·'장외가'는 3조
    높은 간극에 과열 우려도…시장 관심은 수요예측
    연초 상장사들 모두 흥행…공모가 밴드 상단 초과
    장외 열기 이어질 듯…해외 투자자 관심도도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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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올해 첫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이자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유니콘 기업 APR(에이피알)이 수요예측을 앞두고 있다. 조 단위 'IPO 대어'의 첫 주자란 점에서 시장과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은 가운데, 치솟고 있는 장외시장 주가가 수요예측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에이피알의 장외시장 주가 기준 시가총액은 최근 희망 공모가 기준 예상 시가총액의 두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수요예측 및 공모 청약 과정에서 과열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3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뷰티테크 기업 에이피알은 내달 2일부터 8일까지 일주일간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실시한다. 대표 주관사는 신한투자증권, 공동주관사는 하나증권이다. 희망 공모가 밴드는 14만7000원~20만원이며, 예상 시총은 1조1149억원~1조5169억원이다.

      최근 공모주 시장의 비이성적인 과열 분위기가 이미 장외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장외거래업체 증권플러스 비상장에 따르면 에이피알은 이날 17시 기준 38만1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를 발행 주식수로 환산한 추정 시가총액은 2조8000원 수준으로, 희망공모가 밴드 기준 시총보다 약 두 배가량 높다. 

      투자자들은 에이피알이 상장 후 '따따블'(공모가의 400% 가격제한폭까지 오름)을 이룰 거라는 데 베팅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에이피알을 향한 시장의 관심이 지나치게 과열되었다고 평가한다. 최근 공모주들이 연이어 수조원의 증거금을 끌어모으며 흥행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3조원에 가까운 기업가치는 고평가됐단 것이다.

      한 증권사 IPO 담당자는 "에이피알이 실적이 탄탄하고 투자 매력도가 높은 종목임은 인정한다"면서도 "장외 시장에서 3조원에 가까운 고평가를 받는 것은 밸류에이션 산정 근거가 부족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고평가 논란에도 불구하고 에이피알의 상장은 업계의 주목도가 높은 상황이다. 올해 첫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동시에 시총 1조원이 넘는 조단위 대어다. 뿐만 아니라 상장 후 실적 논란을 빚었던 유니콘 기업 파두와 달리 지난해 가결산 기준 창사 이례 역대 최대 수준인 영업이익 1022억원을 기록하는 등 실적도 탄탄하다.

      이에 곧 있을 수요예측도 흥행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실제로 올해 신규 상장한 공모주들은 모두 기관 수요예측에서 공모가 밴드 상단을 웃도는 주문을 받았다.

      우진엔텍은 지난 8일~15일 진행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통해 공모가 희망밴드(4300원~4900원)를 초과한 5300원에 공모가를 확정했다. 경쟁률은 1263대1을 기록했다. 이 밖에도 HB인베스트먼트와 포스뱅크, 현대힘스도 모두 공모 희망밴드의 20%를 웃도는 선에서 공모가를 확정하며 기관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한 외국계 증권사 고위급 관계자는 "에이피알은 주관사가 국내 증권사들이라 현재 브로커를 통해 개별적으로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비즈니스 모델이 좋고 실적도 고성장중인 기업이라 해외 투자자들의 관심이 큰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희망 공모가격도 시장의 눈높이와 차이가 크지 않단 평가다. 에이피알은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 클리오 등 9개사를 피어그룹으로 선정했는데, PER 산정에 있어 아모레퍼시픽(41.93배)부터 LG생활건강(14.89배)까지 다양하게 구성하면서 기업에 유리한 '가치 부풀리기'를 하지 않았단 설명이다. 에이피알은 밴드 상단 기준 PER을 20배로 적용하며 피어그룹 평균 PER보다 낮은 배수를 적용했다.

      다만 오버행 우려는 부담이다. 에이피알은 상장 직후 유통가능물량이 36.85%에 달한다. 또한 상장 1개월 후 48.37%, 2개월 후에는 60.05%까지 비중이 커지는만큼, 상장 이후 차익 실현을 위한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재 에이피알의 유일한 리스크는 오버행 이슈"라며 "다만 연초 공모시장을 둘러싼 열기가 워낙 뜨겁고, 에이피알이 제시한 공모가액 밴드도 합리적인 수준이라 곧 있을 수요예측에서 기관의 주문을 받기엔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