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주로 전락한 저PBR주…당국 정책에 금융주 주가 일제히 상승
입력 2024.02.01 16:50
    보험·금융주 강세…제주은행 일주일 새 주가 2배
    코스피도 2주만 2500 돌파…저PBR 현대차·기아↑
    외인은 팔자인데…단타 노린 기관 매수세 유입
    경고 목소리도…"정치테마주와 다를 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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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금융당국이 최근 도입을 예고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여파가 매섭다. 대표적인 저PBR주로 꼽히는 금융주 등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미만 종목들의 주가가 연일 상승세를 보이면서다. 연초 약세를 이어갔던 코스피도 저PBR주의 상승세에 힘입어 약 2주만에 2500을 넘어섰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아직 구체적인 정책 윤곽이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기대감'만으로 금융주가 급등하고 있어 투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단기 시세 차익을 노린 기관 자금이 대거 유입돼 주가 상승을 이끌고 있단 점에서, 금융주가 총선을 앞두고 급등락을 반복하는 정치 테마주와 다를 바 없단 지적도 나온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대표적인 저PBR주로 분류되는 보험과 금융 관련 주들이 일제히 상승했다. 31일 상한가를 기록했던 제주은행은 이날 3.28% 오른 1만323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 밖에도 JB금융지주(9.97%), DGB금융지주(8.77%), 하나금융지주(8.79%), BNK금융지주(4.52%) 등 다른 금융주들도 강세 마감했다.

      특히 제주은행은 인터넷전문은행 전환이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1월 23일 연중 최저가인 7360원을 기록했지만, 당국의 정책 발표에 불과 일주일 새 2배 넘게 주가가 뛰었다.

      보험주도 주가도 고공행진했다. 흥국화재가 상한가를 기록한 데 이어 한화손해보험(17.43%), 삼성화재(9.66%), 동양생명(9.13%) 등이 상승 마감했다.

      코스피도 덩달아 웃었다. 코스피는 1일 1.79%오른 2541.76에 마감했다. 코스피가 2500을 넘어선 것은 지난 1월 15일 이후 약 2주만이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 대부분이 약보합세를 보였지만, 현대차(6.89%)와 기아(3.30%)가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현대차와 기아는 PBR이 각각 0.5배, 0.8배로 저PBR로 분류된다.

      금융주와 보험주가 상승하는 이유는 이들이 저PBR 종목으로 분류돼 정부의 정책 수혜를 입을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31일 기준 은행 업종(카카오뱅크 제외)의 PBR은 0.3배, 생명보험은 0.2배, 손해보험은 0.4배로 모두 기준치인 1을 밑돈다.

      손해보험 관련주가 특히 더 강세를 보인 데는 당국의 저PBR정책 외에도 이날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실손보험 개선 방안도 있단 평가다. 보건복지부는 실손보험 제도 개선을 예고하며 실손보험 개발 및 변경에 있어 복지부-금융위와의 사전 협의 제도화 등을 약속했는데, 이에 따라 실손보험 손실 완화 기대감이 커진 영향이다.

      이홍재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저PBR 정책이 시행되면 우리나라 금융사들의 주주환원책이 진일보할 것"이라며 "잉여자본 여력을 감안하면 은행 업종이 투자 매력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증권가에서는 장기적으로 당국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한편, 최근의 금융주 급등에 대해서는 유의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한다. 외인은 이탈하는데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기관의 자금이 주가 상승을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31일 상한가를 기록한 제주은행의 경우 외국인은 9만8078주를 순매도했지만, 기관이 11만8399주를 순매수했다. 이 밖에도 대부분의 금융주들이 외국인과 개인은 순매도, 기관은 순매수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에 금융주가 총선을 앞두고 비합리적인 급등락을 반복하는 정치테마주로 전락해버렸단 지적이 나온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정치인의 사진 한 장으로 급등하는 정치테마주에 투자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이야기하는 전문가는 아무도 없는데, 지금의 금융주가 사실 이 정치테마주와 다를 바가 없다"며 "아직 구체적인 정책 밑그림이 나오지도 않은 상황에서 당국의 한 마디에 금융주로 수급이 쏠리는 지금의 상황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