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작년 주요 거래 대부분 국내 운용사 '손바뀜'
'큰손'인 해외 운용사는 대기…"가격 조정 불충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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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내 오피스 시장에 매각가 1조원이 넘을 '대어'가 등장했다. 단일 빌딩 가격으로 역대 최고가를 기록할 가능성도 있다. 서울 강남권역 내 최대 규모의 랜드마크 빌딩인 '더 에셋 타워'가 그 주인공이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코람코자산신탁은 더 에셋 타워 매각 자문사 선정을 위한 RFP(입찰제안요청서)를 최근 발송했다. 외국계 운용사도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상가·숙박시설·물류센터·오피스텔 등 상업용 부동산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상황에서 오피스 시장은 비교적 활황이다. 손바뀜을 기다리는 매물도 많다. 국내 부동산 투자의 '큰손'인 외국계 운용사들도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가격이 충분히 떨어지길 기다리고 있어 언제라도 핵심 플레이어로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내부수익률(IRR)을 충족하기 쉽지 않은 점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오피스 투자 수요는 고금리에 차입비용이 증가하고 부동산 경기 침체가 이어지며 위축됐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작년 서울 지역 오피스 총투자 규모는 8조2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8.4% 감소했다. 2018년 이후 처음으로 투자 규모가 10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투자 수요 위축에도 불구, 국내 오피스 시장은 기관투자자에 매력적인 투자처로 꼽힌다. 작년 위축됐던 서울 지역 오피스 거래가 올해 10조원 규모로 회복해 전체 상업용 부동산 시장을 견인할 거란 전망도 나온다.
외국계 운용사들도 국내 오피스 시장을 투자 기회로 보고 있다. 대부분 자금 조달을 마치고 적절한 투자 시기를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각국의 오피스 공실률이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 이상으로 치닫는 상황에서도 서울은 이례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원화에 비해 달러가 강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환차익 효과를 앞세워 공격적 투자도 가능하다.
싱가포르투자청(GIC)는 이미 국내 부동산 투자의 주축으로 자리잡았다. 브룩필드는 한국에서 활발히 매물을 물색하고 있으며, KKR은 최근 임원급뿐 아니라 주니어급 인력도 보강하며 공격적인 확장 전략을 펼치고 있다.
서울을 중심으로 오피스 시장이 견고한 건 결국 마땅한 투자처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안전 자산'으로 투자 수요가 몰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작년 상가·오피스·숙박시설·물류센터·오피스텔 등 전반적 상업용 부동산은 2021년을 정점으로 거래량이 줄어들고 있으며,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매매가격 하락세가 특히 두드러졌다. 특히, 연면적 1만평(약 3만3000㎡) 이상의 프라임 오피스의 경우 공급이 제한적이지만 수요가 이어져 안정적인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꾸준한 수요는 낮은 공실률로 이어졌다.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기업 JLL에 따르면 서울의 평균 공실률은 1.5%로 3분기 만에 1%대로 재진입했다. 도심권(CBD), 강남권(GBD), 여의도권(YBD) 등 서울의 주요 세 권역 모두 자연공실률인 5%를 하회하는 낮은 공실률을 기록했다. 자연공실률은 공급과 수요가 균형인 상태에서의 최저 공실률이다.
단기간 내 공급 부족으로 낮은 공실률이 이어질 전망이다.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기업 세빌스코리아는 "2023년 공급된 3건의 프라임급 오피스와 2024년 공급 예정인 2건의 프라임 오피스 면적 대부분 입주(예정) 임차인이 확정돼 있고, 기존 빌딩들은 재건축, 리모델링 기간 멸실 예정으로 서울 프라임 오피스 공실률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2025년까지는 새로운 프라임 오피스 빌딩이 없어 공실률은 1~2년간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프라임 오피스의 공급이 부족해 시장이 포화하고 임대료 비용이 증가하며 서울 주요 세 권역 이외의 지역이 대안으로 떠오르기도 한다. 글로벌 종합 부동산 서비스 기업 CBRE에 따르면 판교, 마곡, 성수, 용산, 잠실 등이 거론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오피스가 다른 상업용 부동산 대비 수급 상황이 가장 좋은 상품"이라며 "지식산업센터 등 다른 상품은 금융기관의 대출조차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있어 오피스로 전환하자는 논의가 이뤄지기도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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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운용사는 아직 오피스 투자에 활발하지는 않은 모습이다. 작년 주요 오피스 거래 대부분이 국내 운용사 사이에서 손바뀜이 일어났다. 작년 최대 부동산 거래로 꼽히는 삼성SDS타워는 주인이 유경PSG자산운용에서 KB자산운용으로 바뀌었다. 알파돔타워, 마제스타시티타워1, 타워8 등도 마찬가지다.
가장 큰 이유는 오피스 가격이 충분히 내려가지 않았기 때문으로 전해진다. 업계 한 관계자는 "IRR을 맞출 만큼 한국 오피스 시장의 가격 조정이 미미해 해외 기관투자자의 투자가 활발히 일어나고 있지 않다"며 "기관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IRR 20%를 검토하기도 한다. 환차익 효과를 감안해도 맞추기 쉽지 않은 수준이다"고 밝혔다.
해외에 본진을 둔 이상 글로벌 투자심리를 따라야 하는 점도 한몫한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한국 오피스 시장이 좋아도 글로벌 오피스 시장 전반적으로 투자심리가 좋지 않다보니, 본사 차원에서 오피스 카테고리 자체의 투자를 멈춘 곳도 있다"고 전했다.
제약 요인도 있다. 부동산 자산운용사들이 오피스 우선주 투자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으며 딜 클로징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다. 고금리 상황에서 지분(에쿼티) 투자의 매력이 신규·담보 대출과 비교해 크게 두드러지지 않기 때문이다. 에쿼티 투자의 경우 추후 오피스 가격이 떨어지면 배당 수익률 악화는 물론 원금 손실 우려도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하나대체투자운용이 키움투자자산운용과 양해각서(MOU)를 연장하지 않으며 신라스테이 마포 매각 작업은 사실상 불발됐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후 약 1450억원의 자금 모집에 나섰으나, 우선주를 포함해 약 180억원을 모으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코람코자산신탁이 블랙스톤에 인수하는 아크플레이스도 우선주 투자 모집에 난항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우선주 투자 등 에쿼티 투자는 대출과 비교해 위험 부담이 커 금리도 높다. 그러나 금리가 높아지며 에쿼티 투자 수익률과 대출 금리의 차이가 줄어들었다. 업계에 따르면 서울 기준 우선주 배당률이 5~6%대지만 대출 금리는 5% 안팎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시중금리 인하가 시작되고 투자 조건이 맞춰지면 외국계 운용사의 국내 오피스 투자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거대 자본을 바탕으로 한국 부동산 시장을 투자 기회로 여기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