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적 매물' 티웨이항공도 경영권 지분 매각 거론
대한항공-아시아나 통합 시 출범할 '메가 LCC' 부담
운영 장기화 시 추가 증자 부담…PEF 감수 쉽지 않아
-
- 이미지 크게보기
- (그래픽=윤수민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절차가 진척되면서 저비용항공사(LCC)에 투자한 사모펀드(PEF)들의 회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국적항공사 합병 후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을 합친 '메가 LCC'가 탄생하면 기존 LCC의 영업 부담이 커지고 투자 매력도도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합병 과정에서 나오는 사업을 인수할 경우 정상화에 드는 비용이 크고 추가 증자 부담이 생길 가능성도 있어 그 전에 투자금을 회수해야 한다는 인식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5일 에어프레미아의 최대주주인 JC파트너스는 보유 지분 중 약 13%를 2대주주 AP홀딩스에 매각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AP홀딩스는 44%에 달하는 지분을 확보하며 최대주주가 됐다. AP홀딩스는 김정규 타이어뱅크 회장과 문보국 전 레저큐 대표가 공동 설립한 투자목적회사다.
이번 거래에서 주당 단가는 1600원, 기업가치로 환산하면 약 4700억원 수준이다. 2021년 3월 투자 기준 1460억원, 2022년 7월 기준 2640억원보다 크게 뛰었다. JC파트너스는 이미 원금과 투자이익 700억원가량을 회수했고, 펀드 내부수익률(IRR)도 50% 이상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JC파트너스는 에어프레미아 잔여 지분 22%도 이르면 올해, 늦어도 내년까지 매각할 계획이다. 2026년 PEF 만기가 돌아오기 전 투자금 회수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티웨이항공 2대주주 JKL파트너스도 올해 들어 시장에서 원매자를 찾고 있다. JKL파트너스는 올해 전환우선주(CPS)를 보통주로 전환하며 지분율을 26.77%까지 끌어올렸다. 최대주주 예림당(티웨이홀딩스)과 특수관계인 지분은 약 29.95%로, 양측 지분 차이는 3%포인트에 불과하다.
JKL파트너스는 작년부터 블록딜을 통한 지분 전량 매도를 추진해 왔다. 최근엔 예림당과 협력해 지분을 동반 매도하는 방식도 고려하고 있다. 티웨이항공의 매력을 높이고 기대한 회수 성과를 내려면 경영권 프리미엄이 필요하다는 시각에서다.
에어프레미아, 티웨이항공 투자자들은 지금이 매각 적기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후속 조치로 각각 미주와 유럽 노선을 이관받기로 하며 성장 기대감이 높아진 상황이다.
작년 일본 노선 등 단거리 여객 업황 개선으로 LCC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것도 긍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작년 10월(1900원대) 연간 최저치를 기록한 티웨이항공 주가는 최근 2600원대까지 올랐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이 완료되면, 국내 LCC들이 타격을 받을 것이란 우려도 있다. 대한항공은 통합 후 2년이 지나면 자회사인 진에어와 아시아나항공 계열사 에어부산·에어서울 등 3개 LCC를 합친 '메가 LCC'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통합 LCC가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경우, 업계 1위인 제주항공도 실적을 걱정해야 한다. 이외 LCC들의 사업 환경은 더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주요 LCC들은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인수를 검토 중이다. 이후 재무구조 개선, 신규 화물기 확보 등에 들어갈 자금을 마련하려면 증자를 진행해야 할 것으로 보이다. PEF가 최대주주인 경우 한 포트폴리오에 추가 자금을 집행하는 것이 쉽지 않거니와, 증자 시 지분율이 희석된다는 점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한 PEF 관계자는 "아시아나 화물을 인수하려면 추가 증자가 필요한데, 그 전에 지분을 미리 낮춰두고 최소한의 투자금이라도 회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