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없는 자문사 다수…비교 무의미
삼일PwC, PEF 딜 자문 이끌며 1위
세종·김앤장 법률자문 1위 경쟁
회계실사에선 삼정·삼일 쌍끌이
차환 거래 많았던 인수금융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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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올해 1분기 인수합병(M&A) 시장은 순위 비교가 무의미할 정도로 기근이 돌았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다수 플레이어가 자취를 감췄다. 조(兆) 단위 ‘빅딜’은 전무했다. 1분기 M&A 건수는 22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40%, 규모는 3조5500억원으로 같은 기간 약 75% 빠졌다. 2분기에도 M&A 시장 회복은 불투명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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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올해 M&A 시장 순위를 판가름낼 것으로 보였던 HMM 매각이 지난달 최종 무산됐다. HMM 외에도 시장의 눈길을 끌 만한 대형 거래는 없었고, 자문사들의 성과도 미미했다.
미드캡(mid-cap) 강자로 꼽혀 온 삼일PwC가 1분기 IMM PE, 모건스탠리PE 등 사모펀드(PEF) 운용사의 딜 자문을 4건 이끌며 1위로 올랐다. 1위이긴 해도 예년 1분기 실적에 비하면 초라했다.
2위부터 4위까지 모두 1건씩 수임하는 데 그쳤다. NH투자증권은 쌍용C&E 공개매수 건을 자문하며 2위에 올랐다. 쌍용C&E는 이번 공개 매수를 통해 한앤컴퍼니의 자회사가 되고 동시에 상장 폐지 수순을 밟을 목적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유나이티드터미널코리아(UTK) 매각, UBS는 인수 측 자문을 맡으며 각각 3, 4위를 차지했다.
1분기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활약이 저조했다. 지오영(모건스탠리), 프리드라이프(BofA), 롯데손해보험(JP모건), 에코비트(UBS·씨티), 제뉴원사이언스(씨티) 등 조단위 대형 거래가 올해 결실을 거둘지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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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정KPMG는 회계실사에서 5건의 거래에 참여하며 1위를 기록했다. 화장품 업체 스킨이데아와 통신장비 업체 다산네트웍스 M&A에서 실사를 진행했다.
IMM PE의 UTK 인수와 IMM인베스트먼트의 방산 업체 켄코아에어로스페이스 인수 실사를 담당한 삼일PwC가 2위다. 삼정KPMG보다 전체 실사 규모는 크지만, 건수에서 순위가 밀렸다.
3위인 딜로이트안진은 전체 실사 규모가 9381억원으로 경쟁사 중 가장 컸다. 유진그룹의 YTN 인수, LIG넥스원의 로봇 개발 및 제조업체 고스트로보틱스 인수를 도왔다. 숲은 신세계건설의 레저사업부문 매각에서 회계실사를 맡았다.
회계법인들도 일감 기근에 허덕이는 모습이다. 적자를 내거나 인력 조정을 단행하는 곳이 나올 것이란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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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자문 1위는 세종이다. 한미약품그룹의 한미사이언스 매각, 맥쿼리PE의 UTK 매각을 맡았다. 김앤장은 OCI홀딩스의 한미사이언스 인수, 한앤컴퍼니의 쌍용C&E 공개매수, 유진그룹의 YTN 인수 등 굵직한 거래들을 자문하며 2위에 올랐다.
다만 28일 치러진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에선 OCI그룹과 통합에 반대하는 임종윤·임종훈 형제 측이 승리하면서 거래가 무산됐다.
태평양과 화우는 각각 켄코아에어로스페이스의 인수 및 매각 자문을 1건씩 담당하며 3위에 올랐다. 이외에도 광장, 베이커맥켄지&KL파트너스, 기현 모두 1건씩 자문했다.
법무법인들 역시 1분기 자문 분야에서 고전을 거듭하며 새로운 수익 창출원을 찾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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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금융 시장에선 리파이낸싱(차환) 거래가 두드러졌다. 전체 주관 건수 14건 중 9건이 리파이낸싱 거래였다. 거래 금액 기준으로는 65%를 차지한다.
인수금융 금리가 소폭 하락 조짐을 보인 작년 4분기부터 리파이낸싱 거래가 증가했다. 작년 3분기까지 리파이낸싱 거래는 분기별 3~4건에 불과했는데 4분기에는 11건을 기록했다.
KB증권은 인제니코, 로젠 등 수천억원대 해외 인수금융 거래에 참여해 1위를 기록했다. 2위는 5100억원 규모의 휴젤 리파이낸싱을 주관한 삼성증권이다. 단일 기준으로 가장 큰 금액이다.
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은 근소한 차이로 3, 4위를 차지했다. 하나은행이 1분기에 주관한 현대글로비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등 거래는 모두 리파이낸싱 거래였다. KB국민은행은 SK피유코어, 휴젤 등 거래를 주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