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사업인 건설·석화 모두 부진
DL이앤씨, 임원 1/3 교체…대부분 주택·토목
또 LG 출신 서영재 후보…신사업 확대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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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DL그룹이 2021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이후 그룹의 핵심 사업인 건설사업과 석유화학사업의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LG화학·롯데케미칼 등 국내 대표 화학사의 '탈화학'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그룹 내 건설을 담당하는 DL이앤씨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 DL이앤씨는 신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서영재 전 LG전자 전무를 새 대표로 선임할 계획인데, 건설 사업 경험이 전무하다는 점에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존재한다.
DL그룹은 2021년 1월 대림산업을 지주회사인 DL로 변경하고, 대림산업의 건설 부문과 석유화학 부문을 각각 DL이앤씨와 DL케미칼로 분할했다.
DL그룹은 지주사 체제 전환을 선언하며 "그동안 건설사업과 석유화학사업이 독립적으로 성장전략을 추진해 나갈 최적화된 시점을 모색해 왔다"며 "기업분할로 산업별 특성에 맞는 개별 성장전략을 추구하고 기업가치 재평가를 통해서 주주가치 제고와 주주이익 극대화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2021년 이후 주가는 하락해 시장에선 기업분할 효과에 의문을 가진다. DL은 2021년 10만7000원을 찍은 후 5만2000원대로, DL이앤씨는 같은 기간 7만9623원에서 3만5000원대로 각각 50% 이상 빠졌다.
DL이앤씨도 영업이익이 2021년 9567억원에서 2023년 3312억원으로 65% 하락했다. DL이앤씨는 그룹 내 핵심으로 꼽히며, 작년 DL그룹의 매출 40% 이상을 차지했다.
DL그룹은 이외의 주요 사업인 석유화학 부문도 실적이 부진하다.
DL케미칼이 2022년 약 3조원에 인수한 미국의 대형 화학기업 크레이튼은 작년 영업손실 1563억원을 기록하며 DL그룹의 실적을 악화시켰다.
DL케미칼이 에틸렌 공급을 목적으로 한화솔루션과 설립한 합작사(JV)인 여천NCC(나프타분해시설)는 2022년부터 2000억~3000억원대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여천NCC의 합작 투자 계약 기간은 2024년 말 종료되는데, 양사는 여천NCC 처리 방안을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1~4업장을 2개씩 가져가는 방안, NCC 매각 등 여러 방안이 거론된다.
석유화확 기업들이 보유한 NCC는 구조조정 1순위로 꼽힌다. NCC는 석유화학 기초 원료인 나프타를 분해해 플라스틱, 합성섬유, 합성고무 등의 원료가 되는 에틸렌, 프로필렌, 부타디엔 등 기초유분을 추출하는 석유화학의 핵심 설비다. 하지만 최근에는 NCC 공장을 가동할수록 손실을 볼 만큼 수익성이 악화했다. COTC(Crude Oil to Chemical) 설비 도입이 본격화하면 현재보다 원가 경쟁력이 더 훼손될 수 있단 전망도 나온다.
이해욱 DL그룹 회장은 2005년부터 2010년까지 대림산업 석유화학사업부 부사장을 맡았다. 현재로선 그룹이 석유화학사업 강화 계획을 이루지 못했다는 평가다.
DL그룹은 2021년 "DL케미칼은 저원가 원료기반의 사업을 확대하는 한편 윤활유와 의료용 신소재 등 스페셜티 사업 진출을 통해 글로벌 톱20 석유화학 회사로 발돋움한다는 전략"이라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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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건설사업보다 수익성이 좋던 석유화학사업이 지주사 체제 전환 이후 더 부진하자, DL그룹은 건설사업의 수익 창출 방법을 정비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DL이앤씨는 타 건설사 대비 우발 채무가 적은 점은 긍정적이지만, 그룹에서 DL이앤씨가 주력인 만큼 유사시 계열사의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다.
특히 플랜트 비중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작년 주택·토목사업 매출 비중은 감소했지만, 플랜트사업만 전년 2.7%에서 5.6% 소폭 증가했다. 업계에 따르면 DL이앤씨는 시공사 선정을 앞둔 사업장도 재검토하는 등 보수적인 입장으로 돌아선 것으로 전해진다.
이태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DL이앤씨는 플랜트사업의 성장이 본격화하고 있다"며 "에쓰오일 샤힌 프로젝트(1조4126억원), 러시아 발틱 콤플렉스 프로젝트(1조2652억원), 미국 석유화학 플랜트 프로젝트(GTPP, 1244억원) 등 대형 현장 공사가 이어지면서 성장세를 유지할 것"이라 전망했다.
대대적 조직 개편도 이뤄졌다. DL이앤씨는 마창민 전 대표이사, 박경렬 전 재무관리실장(CFO) 등 임원 19명을 교체한다. 부문별로 주택 6명, 토목 7명, 플랜트 2명, 경영지원 3명 등 상무·전무급 임원에 3월 31일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주택·토목 부문이 대부분이다. 작년 말 기준 DL이앤씨 미등기 임원이 57명임을 고려하면 이번 인사로 전체 임원 중 약 3분의 1이 물러났다.
DL이앤씨에 따르면 새 대표이사로 서영재 전 LG전자 전무를 선임해 이산화탄소 포집·저장·활용(CCUS), 소형모듈원전(SMR) 등 신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CCUS·SMR 플랜트를 설계부터 시공까지 수행하며 경쟁력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서 후보는 오는 5월 임시주주총회에서 승인 절차를 거쳐 대표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다만 이종산업 출신을 대표직에 임명한다는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주요 건설사 대표직은 건설업계에 오래 몸담은 전문가가 맡고 있다.
서 후보는 전임자인 마 전 대표와 마찬가지로 건설 사업 경험이 없다. 서 후보는 LG전자에서 TV·AV·IT사업부장 등을 거친 '전략기획통'으로 헬스케어, 홈피트니스 등 신사업 개발과 재무·경영관리를 담당했다.
건설 경기 침체 상황에서 기존 주력사업 부진을 극복하며 신사업을 확대하는 역할이 쉽지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서 후보는 DL건설 대표를 맡다가 DL이앤씨로 이동한 곽수윤 주택사업본부장 등 각 사업본부 담당자들과 합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신사업은 아직 비중이 크지 않으며, 인수합병(M&A)을 하지 않는 이상 단기간에 비중을 유의미하게 키우기 쉽지 않다"며 "5월 10일에 열릴 임시주주총회 전까지 서 후보의 정당성을 주주들에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DL이앤씨는 "건설업이 불황이고 외부 경영환경이 급격히 변하는 상황에서 인적쇄신과 조직개편이 필요하다"며 "건설사 중 가장 우량한 DL이앤씨는 이럴 때일수록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게 중요하다. 기술자가 아닌 경영자인 서 후보는 외부 시각으로 기존 시스템을 바꿀 수 있는 후보"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