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2분기부터 출자 정상화 가능성
GP 요건 강화…신생PE 기준 엄격해질 듯
줄어드는 루키리그…공동GP 활발할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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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새마을금고가 대체투자 부문에 대한 출자 재개에 시동을 걸고 있다. 작년 출자비리 사건으로 관련자들이 재판을 받으면서 출자 활동이 '올스톱' 된 바 있다. 더 이상 출자를 미룰 수 없다는 판단에 예상보다 이르게 출자를 재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과거 문제가 됐던 위탁운용사(GP) 선정 요건 강화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2일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새마을금고가 대체투자부문 출자를 위해서 사모펀드(PEF) 등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하반기에나 되어야 출자가 재개 될 것으로 보였으나, 2분기부터는 대체투자 건에 대한 심사와 출자가 정상화 될 것이란 관측이다.
한 PEF업계 관계자는 "새마을금고가 작년에 출자비리로 출자가 중단되면서 쌓여있는 자금이 있다보니 출자 압력이 커지는 것 같다"라며 "PEF들과 접촉하면서 투자건을 물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새마을금고는 "출자와 관련해서 특별하게 언급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라며 "다만 내부적으로 리스크관리 역량 강화 등에 힘을 쏟고 있다"라고 말했다.
업계의 관심은 과거 문제가 됐던 GP 선정과정에서 어떠한 변화가 있는 것이냐다. 출자비리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새마을금고는 GP들에게 '신 적인 존재'였다. 2018년부터 2022년 8월까지 새마을금고가 자금을 댄 PEF 운용사가 총 77곳에 달할 정도로 활발하게 출자를 진행했다. 해당 PEF 운용사 중에선 이렇다할 트랙 레코드가 없는 곳도 포함되어 있어 출자 기준에 대한 논란이 있기도 했다.
실제로 2017년 설립된 ST리더스PE는 새마을금고 출자를 바탕으로 2020년 M캐피탈 인수에 나서는 등 급속하게 성장했다. 하지만 검찰 수사에서 ST리더스PE가 불법 리베이트를 통해 수천억원에 달하는 프로젝트 펀드 자금을 받은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결국 ST리더스PE는 출자금 약 1000억원을 회수당했다. 이와 관련된 새마을금고 측 인사들도 재판에 넘겨졌다.
새마을금고는 출자를 재개하면서 이런 부분이 재발하지 않게 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주력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11월에 새마을금고 측이 내놓은 경영혁신안에 따르면 대체투자 최대 출자를 펀드의 50%로 제한하고 신생운용사에 대한 출자는 엄격하게 제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서 세부적인 부분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문제가 됐던 신생PE 출자와 관련해선 기준이 엄격해 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그 기준으로는 업력 기준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프로젝트 투자 건에 대해서 좋은 매물을 가져오더라도 최소 3~5년 정도의 업력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PEF를 검증하기 위해서 자산운용규모(AUM) 1000억~1500억 정도가 기준으로 제시될 것이란 관측이다.
이를 바탕으로 살펴보면 업계에선 대부분의 신생PE들은 해당 조건을 충족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최근 2~3년 동안 펀딩 시장이 어려웠기 때문에 업력이 3~4년 내에 저 기준을 맞추는 곳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업계에선 앞선 출자비리 건 등을 살펴봤을 때 신생PE에 대한 검증절차가 필요하단 부분에 대해선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라고 말했다.
새마을금고가 신생PE에 대한 출자기준을 높인다면 PEF업계 지형변화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신생PE에 자금을 공급했던 곳이 새마을금고인데, 새마을금고 마저 출자조건을 까다롭게 바꾼다면 이들로선 자금을 구할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다른 연기금, 공제회는 신생PE에 대한 출자를 꺼리는 분위기가 만연하다.
실제로 신생PE의 등용문과도 같았던 연기금·공제회의 '루키리그'는 자취를 감췄다. 지난해 군인공제회는 벤처펀드 출자사업에서 루키리그 GP 발탁을 최종 포기했고, 다른 공제회들도 루키리그를 없애거나 규모를 대폭 축소했다. 유일하게 지난해 루키리그를 선정했던 교직원공제회의 경우, 2년에 한 번 꼴로 운영한다는 점에서 올해 공제회에서 루키리그를 찾아볼 수 없을 가능성이 높다.
한 공제회 관계자는 "현재 금리 상황 등을 감안할때 선순위 대출만 하더라도 일정 수익률 확보가 가능하다"라며 "PEF출자 니즈가 높지 않은데, 여기에다 굳이 신생PE에 자금을 넣는 곳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PEF들은 생존방법을 모색하기 위해서 중소형사를 중심으로 합종연횡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출자시장이 어려워도 대형PEF 블라인드 펀드 출자 시장은 여전히 문이 열려있다는 점에서 이들로선 출자기준 강화의 영향이 크지 않다. 하지만 딜이 필요한 중형PE와 출자가 필요한 신생PE들 간의 프로젝트 건에 따른 공동GP를 조성하는 일이 활발해 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다른 PEF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신생PE가 출자를 받을 길이 마땅치 않다는 점에서 좋은 딜을 발굴한 신생PE들의 경우 공동GP 조성의 필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라며 "대형PE보단 딜 소싱 능력이 떨어지는 중형PE들과 합종연횡이 이뤄지면서 PE업계의 양극화도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새마을금고 관계자는 "PEF 출자기준을 강화하는 방향은 맞다"라면서도 "구체적인 기준이나 블라인드 펀드 출자 계획 등에 대해 확인해줄 수 있는 부분은 없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