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 발표 전 CJ대한통운에 '재기회' 준 알리
해외 직구 물량 40%가 알리發…"미래 성장동력"
中 이커머스 부정 여론에도 알리 절실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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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대한통운이 중국 이커머스 회사 알리익스프레스(이하 알리)에 '사활'을 걸고 있다. 물류 위탁계약 경쟁 입찰 결과가 지연되는 가운데, CJ대한통운은 알리와 단가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그룹 계열사 실적과 유동성이 아쉬운 상황에서 알리와의 위탁계약은 절실하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알리의 물류 위탁계약 경쟁 입찰이 '3라운드'에 돌입했다. CJ대한통운이 기존 수의계약 대비 단가를 낮춰 입찰했지만, 경쟁사가 이보다 더 낮은 단가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결과가 나지 않고 2·3차 입찰로 이어지자, 알리가 CJ대한통운에 기회를 주는 모양새다. 신영수 CJ대한통운 대표이사(CEO)는 알리 본사에 오가며 협상 조건을 조율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CJ대한통운은 경쟁사가 알리에 제시한 단가 수준을 맞출 때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저울질하고 있다"고 밝혔다.
알리는 해외 직구와 관련해 통관·택배를 모두 위탁계약 중인데 현재 CJ대한통운은 이 가운데 통관 일부와 택배 전부를 담당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2022년 9월 알리바바그룹의 산하물류회사 차이냐오와 협력관계를 구축한 뒤로 알리의 한국배송 물량 대부분을 전담해왔다.
기존 계약기간은 올해 4월까지로 1년 단위로 재계약한다. 계약기간은 끝났지만, 입찰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CJ대한통운이 이어간다. 이번에 입찰을 따내는 사업자는 1년 동안 알리의 해외 직구 택배를 국내에 운송하게 된다.
경쟁사의 낮은 단가 입찰이 부담되지만, CJ대한통운이 알리와 협상을 이어가는 건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위탁계약 외에도 양사가 '비즈니스 관계를 돈독히 하기 위한 작업'이 감지된다고 전해진다.
알리는 택배업계 1위 사업자인 CJ대한통운과 협업 시 국내 시장 침투율을 빠르게 늘릴 수 있다는 판단이다. 경쟁 입찰을 통해 택배 단가를 기존보다 낮출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협상 과정에서 더 급한 쪽은 CJ대한통운이다.
알리와의 위탁계약은 CJ대한통운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히기에 이 계약이 끝나면 타격이 적지 않다. 이는 경쟁사인 롯데글로벌로지스와 한진도 마찬가지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작년 알리가 한국에 배송한 직구 물량 총 4600만건 중 CJ대한통운이 3200만건을 담당했다. 작년 CJ대한통운의 전체 해외 직구 물량이 8000만건인 점을 감안하면 물량의 약 40%가 알리에서 나온 셈이다.
CJ대한통운은 알리·테무·쉬인 등 중국 이커머스 관련 부정적 여론에도 불구, 단가를 낮추며 알리와 협상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이커머스는 국내 업체와 달리 규제 없이 가품, 불량품을 판매하면서 고객 대응도 미흡해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개인정보 보호가 제대로 이뤄지는 지에 관한 불안감도 존재한다.
CJ그룹 입장에선 CJ대한통운이 어느 정도 실적을 유지해줘야 하는 상황이다. 주력인 식료품 사업과 엔터테인먼트·미디어 사업이 예전같지 않다. 특히 그룹 전체 매출의 절반가량 차지하는 CJ제일제당의 경우 자회사 대한통운을 제외한 작년 매출은 4.7%, 영업이익은 35.4% 감소했다. 48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CJ대한통운이 잘 버텨줘야 한다.
알리가 경쟁사의 입찰 단가를 CJ대한통운에 공유해 더 낮은 단가를 제시하게끔 하는 의도는 분명해 보인다. 알리의 의중을 알고도 물밑 재협상에 나선 CJ대한통운은 그만큼 절실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