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신평 "韓 석유화학 변곡점 도래"…NCC 중심 구조조정 시작 전망
입력 2024.05.09 17:51
    국내 석화산업 우상향 추세 40년 만 종료 전망
    "NCC 경쟁력 저하로 구조조정 시작할 것"
    "롯데·LG그룹, 상대적으로 위험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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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나이스신용평가(이하 나신평)가 국내 석유화학 산업 이익 창출력의 장기 우상향 추세가 종료하고 산업구조 재편이 시작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서연 나신평 수석연구원은 9일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NICE 크레딧 세미나 2024'에서 "지난 40년 동안 석유화학사들의 이익 창출력은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면서도 장기 우상향 추세를 보여왔지만 이번 사이클을 변곡점으로 우상향 추세가 종료되고 산업구조 재편이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석유화학 수출은 50% 이상 중국에 기반하는데 2019년 이후 중국이 대규모 석유화학 증설을 시작함에 따라 중국의 한국 의존도가 하락했다는 설명이다. 주요 수출 시장 내에서도 중국 업체와의 경쟁 심화에 따라 석유화학 수출 감소를 전망했다.

      이어 한국보다 먼저 석유화학산업 구조적 변화를 겪은 미국과 일본 중 한국은 일본과 유사한 방향으로 갈 것이라 분석했다. 석유사의 화학사 인수를 통해 자연스레 사업 재편이 이뤄진 미국과 달리 일본은 정부 주도로 소규모 설비들 간 통합을 시도했지만 업스트림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었다.

      나신평은 한국의 경우 일본과 유사하게 원가 경쟁력이 열위한 단독 NCC 설비를 중심으로 설비 통합과 매각 등 구조조정이 시작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한국 석유화학사들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신용위험은 상승할 예정"이라며 "사업 재편이 일단락된 이후 장기적으로 이익창출력은 회복할 수 있다고 판단하지만 시일이 다소 소요될 것이며 이른 향후 신용평가 시 주요 검토 사항으로 반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한 SK, LG, 롯데, 한화그룹 등 주요 대규모 기업집단들이 비석유화학 분야로 사업범위 확장을 시도 중이나 신규 사업의 이익창출은 중단기간 제한적이며 과중한 설비투자(CAPEX) 부담이 지속할 것이라 예상했다. 특히 나신평은 중국 증설로 인해 공급과잉이 심화하는 에틸렌, 프로필렌, PP 비중이 롯데(36%), LG(32%), 한화(26%), SK(23%) 순으로 높다고 분석했다.

      SK그룹의 경우 작년 하반기부터 반도체 부문의 실적이 반등하고 있으나 배터리와 화학 부문의 저조한 실적이 그룹의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K그룹은 배터리와 반도체 부문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한 결과 SK그룹 자본적지출(CAPEX)은 2020년 30조원을 초과, 차입금 규모가 2019년 말 61조원에서 2023년 말 117조원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신호용 나신평 책임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과 SKC는 신사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면서 석유화학업 부진을 대응하려 하고 있으나 2022년 이후 이익창출력이 둔화되며 투자 부담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SKC는 사업부 및 지분 매각을 통해, SK이노베이션은 자체 현금흐름과 FI(재무적 투자자) 유치를 통해 자금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LG그룹은 석유화학과 디스플레이 부문 부진으로 실적 저하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석유화학 부문의 부진과 배터리 소재 신규 투자로 재무 부담 확대가 전망되며 신용 위험 또한 상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신 연구원은 "LG화학은 석유화학 부문 부진으로 신용위험이 상승하고 있다"며 "LG디스플레이는 수익성 저하로 2018년 이후 신용등급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롯데그룹의 경우 캐시카우 역할을 해온 롯데케미칼의 2년 연속 영업적자 기록과 롯데건설의 높은 PF보증 규모로 인해 재무 부담 확대가 지속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영록 나신평 연구위원은 "2022년 이후 석유화학과 유통 부문에서 등급 하향이 있었으며, 올해 상반기 정기평가에선 롯데그룹의 석유화학과 건설 부문의 실적 변화 및 재무 부담 추이를 집중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신평은 한화그룹 역시 그룹 내 가장 큰 이슈로 석유화학을 꼽았다. 주요 석유화학사인 한화솔루션과 과 한화토탈에너지스 모두 이익창출이 급감했고 향후 실적 회복 수준과 시기가 불확실하다는 평가다.

      최 연구위원은 "글로벌 태양광 발전 시장이 높은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지만 업스트림 부문은 손실구간 벗을 벗어나는 데 시일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