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대리전 아시아나 화물 매각…최종 승자는 막차 탔던 한투파?
입력 2024.05.13 07:00
    PEF가 주요주주인 LCC끼리 인수 경쟁 구도
    에어프레미아-MBK, 에어인천-한투파 우군
    저마다 자금력 보완했지만 취약점도 있어
    한투파는 막판에야 에어인천과 연합 구도
    SI 잡은 에어인천 승리시 한투파 '어부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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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인수전은 유력 사모펀드(PEF)간 대리전 양상이다. 저마다 저비용항공사(LCC)의 덩치를 키워 쏠쏠한 회수 성과를 올리겠다는 청사진을 그리는데 어느 곳이 그 기회를 잡게 될지 관심이 모인다. 자금력에선 MBK파트너스가 첫 손에 꼽히는 가운데 VIG파트너스의 인수 의지도 여전하다. 뒤늦게 인수전에 참여한 한국투자파트너스가 득을 볼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25일 치러진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매각 본입찰에는 에어인천·에어프레미아·이스타항공 등 3사가 참여했다. 직전까지 고심을 거듭한 제주항공이나 에어로케이는 발을 뺐다. 매도자 측은 인수 후보들의 제안을 검토하고 있는데 이르면 이달 중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LCC들이 전면에 나섰지만 그 뒤에는 PEF 사모펀드들이 있다. 이스타항공은 VIG파트너스, 에어인천은 소시어스PE가 주인이고 에어프레미아에는 JC파트너스가 주요주주다. 여기에 MBK파트너스와 파빌리온PE가 에어프레미아, 한국투자파트너스가 에어인천의 우군으로 나섰다. PEF간 대리전 양상이란 평가가 따랐다.

      이번 거래는 쟁쟁한 투자자들이 참여한 만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각 인수후보들은 시장 상황을 주시하며 거래 성사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정부나 한진그룹 외에 유럽 경쟁당국(EC)까지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에 막판까지 긴장의 끊을 놓을 수 없다는 분위기다. EC가 예의주시하는 만큼 무리한 경매호가식 입찰을 진행하거나 일부 후보에 특혜를 주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화물사업에는 화물기에 딸린 금융부채도 고스란히 딸려오게 되기 때문에 기업가치(EV)가 얼마인지는 큰 의미가 없다는 평가다. 그보다는 결국 사업인수 가격으로 얼마를 써내느냐가 중요한데 인수후보들은 엇비슷한 금액을 써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액과 세부 조건 등 미세한 차이가 거래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에어프레미아는 에어프레미아 대주주 JC파트너스와 파빌리온PE가 공동으로 펀드를 만들고 MBK파트너스 스페셜시츄에이션(SS)펀드도 힘을 보탤 것으로 예상된다. MBK파트너스가 참여한 만큼 잠재적인 자금 경쟁력은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매도자로서도 '큰 손'과 손을 잡는 게 불안감이 덜하다.

      다만 MBK파트너스는 출자확약(LOC)이 아닌 의향서(LOI)를 제시한 정도라 상대적으로 투자 확실성이 약하다. PEF들이 에어프레미아 증자에 참여할 경우 주주구성이 더 복잡해진다는 점도 고민이다.

      이스타항공은 VIG파트너스가 자금을 추가로 대게 될 것으로 보인다. VIG파트너스는 바이아웃 M&A에 주력하는 만큼 경쟁 강도가 낮은 이번 거래에 참여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인수금융 주선사단도 윤곽이 잡혀가는 모습이다.

      VIG파트너스는 재무 여력을 완충하기 위해 전략적투자자(SI)를 적극 물색해 왔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보면 이스타항공은 VIG파트너스의 자금력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한다. 이스타항공에 자금을 집행하려면 새로 프로젝트펀드도 꾸려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어인천은 화물운송 전문 항공사로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반등에 성공했지만 다른 곳에 비해 자금력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시선을 받았다. 이런 상황을 아는 국내외 투자사들의 러브콜이 이어졌다.

      한국투자파트너스의 PE본부도 그 중 하나다. 한국투자파트너스는 당초 다른 인수후보들을 먼저 찾았지만, 이미 큰 손 투자자가 있거나 사업 전략이 달랐던 터라 긍정적인 답을 얻지 못했다. 막판에야 에어인천과 연이 닿아 투자 기회를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중순위 투자에 나설 전망이다.

      에어인천은 따로 SI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거래에서 손을 맞춘 적이 있는 중소기업이 SI로 거론되는데, 이 SI가 수백억원 규모의 입찰 보증금도 부담하기로 했다. 에어인천이 경쟁사보다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런 면이 부각되면 뒤늦게 참여한 한국투자파트너스가 PEF 중 최종 승자가 될 수도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에어인천은 소시어스PE와 연이 있는 SI가 입찰 보증금을 대기로 하면서 좋은 평가를 받은 분위기"라며 "에어인천이 승리하며 뒤늦게 참여한 한국투자파트너스가 어부지리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