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Q·ACE에 '상단 노출' 뺏긴 한화운용 ARIRANG...치열한 ETF 리브랜딩 경쟁
입력 2024.05.16 07:00
    취재노트
    ETF 리브랜딩 결론 못 내는 한화운용…KB운용도 고민
    수익성 낮아도 '금융그룹 정체성' 돼버린 ETF 사업
    커지는 연금시장서 주목 갈구…"차별화 상품이 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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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한화자산운용의 ETF 리브랜딩 고민이 수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A'로 시작되는 ETF 브랜드명(ARIRANG)를 사용해 검색어 상단 노출 효과를 누려 왔지만, 한국투자신탁운용(ACE)과 하나자산운용(1Q)이 새로운 브랜드명을 차례로 내놓으면서 '무력화'된 까닭이다.

      일각에선 운용사들이 차별화된 상품을 제공하는 것보단 마케팅 고민에만 몰두하는 것이 국내 ETF 시장의 한계라고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화자산운용은 지난해부터 ETF 리브랜딩 가능성이 언급돼왔다. 일각에선 한화그룹의 야구단 '한화이글스'의 이름을 따 'EAGLES'로 바꾸는 안이 거론되는 등 웃지 못할 언급들이 나오기도 했다.

      한화자산운용은 지난 13년 동안 'ARIRANG'을 써왔다. ETF 상품 검색 시 최상단에 노출시키는 목적으로 작명한 브랜드로 분석된다. 그러나 2022년 10월 한국투자신탁운용이 브랜드명을 'KINDEX'에서 'ACE'로 바꾸면서 ARIRANG은 후순위로 밀려났다. 최근에는 하나자산운용이 'KTOP'에서 숫자로 시작되는 '1Q'(원큐)로 리브랜딩하면서 ACE를 밀어냈다. 

      '상단 노출' 어드밴티지를 잃어버린 게 한화자산운용 ETF 리브랜딩 추진의 핵심 배경으로 꼽힌다. 숫자인 1보다 노출 우선 순위가 높은 브랜드를 정하기가 어려워 시일이 소요되고 있는 것이란 평가가 많다. 한화자산운용 측은 "ETF 리브랜딩 추진을 진행 중"이라며 "하반기까지는 결론을 낼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이런 분위기는 비단 이들 세 회사에 국한된 사안이 아니다. 'KBSTAR'를 쓰고 있는 KB자산운용도 상위 노출 및 검색 편의를 위해 ETF 리브랜딩 추진을 검토하고 있다. 'KOSEF'를 쓰고 있는 키움자산운용 역시 ETF 리브랜딩 가능성이 지난해부터 제기되고 있다.

      ETF 경쟁이 심해지며 수익성을 크게 내기 어려워진 게 이 같은 리브랜딩 열풍의 핵심 배경으로 꼽힌다. 

      지난해 국내 ETF 총 자산 규모가 1500조원으로 집계되는 등 운용자산 자체는 급증하고 있지만 수익성은 되레 줄었다는 분석이다. 경쟁 심화에 따른 현상으로 풀이된다. 삼성자산운용이 ETF 보수를 인하하자 미래에셋운용 또한 인하 결정을 내리는 등 '제살깎이'식 경쟁 또한 전개되는 중이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가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가운데, '도전자' 입장인 타 운용사들은 '상단 노출' 가능성에라도 매달려야 하는 실정이란 지적이다. 실제로 한국투신운용이 ETF 브랜드를 ACE로 변경한 후 불과 1년 사이에 시장점유율이 3%대에서 5%대로 급증한 바 있다.

      ETF 브랜드 자체를 '금융그룹의 정체성(Identity)'로 삼고자하는 분위기도 조성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나자산운용이 하나금융그룹의 디지털 플랫폼 브랜드명을 ETF 이름에 차용한 게 대표적이다. 회사 측에서는 부인하고 있지만, 한화자산운용 역시 100% 모회사인 한화생명의 김동원 사장이 직접 ETF 브랜드명 변경을 지시한 것이라는 얘기마저 나오기도 했다. 그만큼 회사든, 업계든 민감하게 받아들인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다만 이같은 마케팅 전쟁을 두고 국내 ETF 시장 발전 저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퇴직연금 시장이 커지고 있는 와중 양질의 상품 제공보단 마케팅을 통한 상품 판매에 더 혈안이 돼 있는 까닭에서다. '상단 노출'을 위해 그간 쌓아온 브랜드를 바꾼다는 것 역시 웃지못할 일이라는 자조도 적지 않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타사 ETF 상품을 베끼는 것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처음으로 ETF 상품을 시장에 소개한 자산 운용사의 인지도는 따라가기 쉽지 않은 면이 분명 있다"며 "그럼에도 ETF 사업에서 성과가 나면 대외적인 노출도도 높고 금융그룹 평판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포기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