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카카오·쿠팡, 中 알리·테무 공습에 가장 취약한 곳은 어디일까
입력 2024.05.16 07:00
    中 공습 6개월 만에 달라진 '네·카·쿠' 1분기 성적표
    적자 쿠팡 '쩐의 전쟁'…네이버·카카오도 양상 제각각
    광고주냐 경쟁자냐…네이버 딜레마 우회 지속될까
    폐쇄성→안전성 된 카카오…안심하기도 어려운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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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 알리와 테무가 국내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지 6개월 만에 네이버·카카오·쿠팡 실적이 달라지고 있다. 각사 사업 구조와 시장 포지션이 달라 양상은 제각각이다. 그러나 국내를 대표하는 IT 기업들에 대한 중국발 타격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업계 지형도가 크게 뒤바뀔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8일 쿠팡은 1분기 31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분기 기준 당기순손실을 낸 건 지난 2022년 2분기 이후 처음이다. 분기 매출액이 9조원을 넘기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중국 업체의 국내 진출로 수익성이 급락했다. 회사 측에서도 중국 업체의 국내 유통시장 진입 장벽이 높지 않다는 점을 인정하며 고객 록인(lock-in) 효과에 안주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쿠팡이 국내 커머스 시장에서 승기를 쥐었다고 내다본 시장에서도 충격적이라는 반응이다. 투자업계에선 이미 작년부터 쿠팡이 완전한 선순환 구조에 들어섰다는 평가를 주로 내놓고 있었다. 그러나 알리와 테무 공습 6개월 만에 상황이 뒤집혔다. 

      쿠팡은 멤버십 기반 생태계를 강화하기 위해 자본 경쟁에 나설 예정이다. 지난달엔 유료 멤버십 요금을 인상했고, 마련한 군자금은 알리·테무를 막아내기 위한 장벽 구축에 투입한다는 복안이다. 커머스 시장 점유율과 멤버십 생태계 1위 사업자라 해도 중국 자본과 직접 경쟁하는 게 쉽지 않다는 분위기가 전해진다. 

      양상은 다르지만 네이버와 카카오의 1분기 성적표에서도 중국 플랫폼의 명암이 드러나고 있다. 양사는 쿠팡과 달리 커머스 외 광고 사업이라는 캐시카우를 쥐고 있다. 알리, 테무를 견제해야 하는 동시에 광고주로 모셔야 한다는 얘기다. 

      가장 큰 딜레마는 네이버에서 엿보인다. 1분기 실적 자체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서치플랫폼에선 경기 우려로 광고주 지갑이 얇아진 시기 알리와 테무라는 해외 큰손이 등장한 덕을 봤다. 우려가 집중된 커머스 부문에선 자체 서비스를 통해 오히려 성장세를 강화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계속해서 이번 분기와 같은 전략을 펼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중국 직구 플랫폼에서 구매한 물품들의 안전성·품질 우려 등 보도가 도배되고 있는데, 쿠팡이나 네이버와 같은 오픈마켓 플랫폼에 입점한 셀러들이 더 비싼 가격에 팔던 물건들이기도 하다"라며 "중국에서 물건을 떼오던 군소 셀러들이 타격을 받으면 거래액 등 외형을 채워주는 롱테일(long tail)이 통으로 날아갈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쿠팡이 실적 발표에서 시인했듯 최근 국내 소비자들의 구매 형태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쿠팡이나 네이버쇼핑에서 가격대나 이용 후기 등을 검색한 뒤 주문·결제는 알리에서 하는 식이다. 알리나 테무가 국내 사업 기반을 갖추고 나면 이 같은 변화가 가팔라질 수 있다. 네이버의 강점인 고객 데이터 기반 서비스 역량이 자사 오픈마켓 실적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중국 업체로 새나갈 수 있다는 얘기다. 

      컨설팅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네이버가 중국 직구 플랫폼이 네이버 보유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광고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는데 자기 잠식 우려가 크다"라며 "알리, 테무가 네이버 광고 서비스 효과를 제대로 누리는 만큼 커머스 사업이 타격을 입는 구조가 된다. 이들의 국내 사업 영역이 확장할수록 방어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 역시 1분기 나쁘지 않은 성적을 기록했다. 광고 매출에선 중국 업체의 국내 진출 효과를 봤으면서도 커머스에선 3사 중 가장 타격이 적은 사업자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카카오의 커머스 사업은 플랫폼 내 선물하기 기능과 같은 관계 기반 사업이라 중국 업체 노출도가 가장 낮은 편으로 꼽힌다. 

      3사 중 카카오만이 무풍지대에 놓여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단언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많다. 카카오도 네이버처럼 광고와 커머스 사업이 주력 캐시카우다. 중국 업체의 국내 잠식이 가시화할 경우 국내 광고주들의 지출 여력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카카오의 선물하기 서비스가 비교적 안전한 것은 사실이지만 다른 플랫폼 기업의 커머스 사업에 비해 규모가 약소한 편이다. 

      달리 보자면 네이버·쿠팡에 비해 확장성이 떨어진다는 시장 시각이 중국 업체의 공습을 계기로 안전성이 높다는 평가로 뒤집힌 상황으로 볼 수도 있다. 이번 1분기 각사 실적에 차별화된 영향이 드러나기 시작한 만큼 장기적 전망에 대한 고민도 깊어질 전망이다. 알리와 테무의 성공적 안착을 단언하긴 어려우나 3사의 서로 다른 사업 구조의 허와 실이 차차 가려질 것이란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