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기준일' 변경에 엇갈린 보험사 실적...손보 '순익 뻥튀기' 이슈는 도마 위로
입력 2024.05.16 17:09
    생보사, 1분기 순이익 일제히 감소
    회계제도 변경에 책임준비금 조정
    중소형사, 보장성보험으로 발돋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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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 윤수민 기자)

      생명보험사들은 울상을 지었고, 손해보험사들은 웃음을 띄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보험사 실적 기조가 올 1분기에도 지속된 것이다. 회계기준 변경에 따른 책임준비금 환입 규모가 핵심 요소다.

      생보사들은 그 중에서도 보장성 보험 규모가 실적을 갈랐다는 평가다. 중형사들이 약진하며 지각변동도 예고하고 있다. 손보사들은 지난해 4분기 진행한 미보고발생손해액(IBNR) 제도변경 효과가 1분기에도 지속됐다. 실제 보험수익과 운용수익은 줄어드는 추세인 가운데 '뻥튀기 실적' 논란이 제기된다.

      16일 삼성생명은 1분기 당기순이익 6633억원을 내 전년 대비 약 10.3% 감소했다고 밝혔다. 한화생명 역시 전년 같은 기간보다 약 36.5% 줄어든 당기순이익 3683억원을 기록했다. 동양생명은 1분기 순이익 827억원을 내 전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44.7% 감소했다. 국내 상위권 보험사들의 실적이 대부분 대폭 줄어든 셈이다.

      가장 주된 원인은 새로운 회계제도 도입에 따라 미보고발생손해액(IBNR) 제도 변경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IBNR이란 보험사고가 이미 발생했으나 아직 보험사에 청구되지 않은 사고에 지급될 보험금으로 추정해 책임준비금 중 지급준비금으로 편성하는 금액이다. 

      기존 회계제도에서 생명보험사는 사고일자를 지급사유일, 손해보험사는 원인사고일을 적용했는데 새 제도에서는 원인사고일로 통일됐다. IBNR 사고일자를 지급사유일에서 원인사고일로 변경하면 차이가 나는 기간만큼 준비금을 적립해야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손해율이 높아지고 보험영업손익에 마이너스가 된다.

      반면 손해보험사는 제도변경으로 환입 효과를 누리게 됐다. 기존에도 원인사고일을 기준으로 관련 부채를 환입하게 돼 수익효과를 봤다. 

      대표적으로 한화손해보험은 1분기 보험손익이 전년 동기 대비 63% 오른 1494억원을 기록했다. 현대해상 역시 전년동기 대비 50%, 컨센서스 대비 80%가 넘는 4773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어닝 서프라이즈' 대열에 동참했다. 삼성화재를 비롯, 대부분의 상장 손보사가 전년동기 대비 평균 30% 이상의 수익 증가 효과를 봤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손보사들은 IBNR 산정 기준이 바뀌면서 손실계약 관련 비용이 환입됐다”라며 “시행세칙 변경에 따른 적용을 올해 1분기부터 했던 부분이 환입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생보사들은 여기에 더해 저축성보험 비중이 실적 차별화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새로운 회계제도 아래 저축성보험은 만기 시점에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만큼 보험영업수익으로 잡지 않는다. 대신 이를 부채로 인식해 순이익 증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이 때문에 그간 생보사들은 저축성보험보단 보장성보험을 많이 늘려왔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등 굵직한 생보사들은 보장성보험 비중을 꾸준히 증가시킨 데 따라 상대적으로 견조한 이익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라이프생명이나 라이나생명 등 상대적으로 덩치가 작은 보험사들이 이 틈을 파고 들고 있다. 보장성보험을 꾸준히 늘리며 교보생명의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손보사들은 전략적으로 장기보험 상품을 집중판매한 덕을 보고 있다는 평가다. 5대 손해보험사의 1분기 당기순이익 합계는 2조5000억여원으로 1년 사이 5000억 가까이 증가했다. 실제 국내 보험 시장이 연간 20% 이상 성장하는 시장은 아닌만큼, 결국 보험계약마진(CSM) 개선에 특화한 장기 보험 상품 판매가 늘어난 결과로 추산된다.

      손보사들은 IFRS17 적용 이후 장기 인(人)보험 판매에 사활을 걸었다. 간편보험ㆍ자녀보험 등 출혈경쟁이 이어졌다. CSM은 보유 계약이 미래에 줄 이익을 현재 가치로 추산한 수치인데, 이런 구조 때문에 장기 상품일수록 CSM이 크게 늘어나는 효과를 낳는다. 

      지난해부터 이 같은 CSM 중심 출혈경쟁으로 인해 금감원이 계리적 가정에 대한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했지만, 권고 규정이라 실제로 어떻게 추산한 것인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손보사들이 호실적을 잇따라 기록하며 좋은 분위기를 이어나가고 있지만, 실제 마진을 내고 있는지는 당사자 아니면 알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금감원에서도 IFRS17이 출혈경쟁을 유발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고, 당분간 회계처리 관련 표준화에 집중하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