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의 W컨셉, 무신사의 29CM에 '여성 패션플랫폼' 밀리나
입력 2024.05.20 07:00
    지난해 미국법인 부진 등으로 수익성 악화
    경쟁사인 29CM 공격 확장에 거래액도 밀려
    "BEP 모델 지속 유지중"…올해 성적표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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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신세계그룹의 패션 플랫폼 계열사 W컨셉의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여성 패션플랫폼 1위’ 자리가 흔들리고 있다. 무신사가 인수한 29CM가 공격적 확장을 하면서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해외 자회사 부진, 경쟁 심화, 인력 이탈 등 W컨셉의 신임 경영진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른 가운데 올해 성적표가 패션 플랫폼의 희비를 가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SG닷컴(쓱닷컴)의 100% 자회사인 더블유컨셉코리아(W컨셉)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582만원을 기록했다. 전년 30억8500만원에서 크게 감소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도 9억7800만원 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소폭 증가에 그쳤다.

      W컨셉이 연결기준 순손실로 전환한 것은 2019년 이후 4년 만이다. SSG닷컴은 2021년 4월 더블유컨셉코리아 지분을 보유한 사모펀드 IMM PE(80%), ISE커머스(20%)로부터 지분 100%를 2650억원에 인수했다. 2020년 W컨셉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717억원과 6억원이었다. 2020년 거래액(GMV)은 2350억원이고, IMM PE는 이에 1.1배의 배수를 적용해 기업가치(EV)를 산정했다. 

      W컨셉은 2021년 쓱닷컴에 인수될 때만 해도 여성패션 플랫폼 1위였지만 현재 당시 2위였던 29CM가 무신사에 인수된 이후 공격적으로 확장하면서 여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W컨셉에 입점했던 다수의 브랜드들이 29CM에도 입점했는데, ‘브랜드 파워’가 가장 중요한 패션 플랫폼인 만큼 독보적인 경쟁력 유지를 위해서는 브랜드 유지가 핵심이다.

      이커머스 플랫폼은 GMV가 가장 중요한 성장 지표로 꼽힌다. 회사마다 산정 기준이 다르다 보니 논란의 여지도 많다. 각 사가 공식 수치를 밝히지 않고 있지만, 업계 추정에 따르면 2022년 기준 W컨셉이 약 4600억원, 29CM가 약 4900억원으로 29CM와 W컨셉의 거래액 규모가 역전됐다. W컨셉이 2008년, 29CM이 2011년 론칭한 점을 고려하면 후발주자가 선발주자를 추월한 셈이다.

      29CM의 현재 성장속도가 유지된다면 올해 거래액 1조원에 이를 것이란 관측도 있다. 29CM는 올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60% 이상의 거래액 성장세를 보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 속도라면 올해 W컨셉과의 거래액 차이는 2배에 이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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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CM 성장세가 가파르지만, W컨셉 또한 ‘후진’은 아니다. 특히 지난해 GMV가 처음으로 5000억원 규모를 넘어선 점은 긍정적이다. 패션 전문 플랫폼이라는 특성 아래 지속적인 매출 신장 기조를 보이고 있고 신세계그룹 내에서 몇 안 되는(?) ‘흑자’ 플랫폼이라는 기대도 여전하다. 지난해 W컨셉 수익성 악화의 주범으로 꼽힌 미국법인 부진도 정비가 진행 중이다.  

      W컨셉은 신세계그룹에 편입된 초기 1년에는 뚜렷한 실적 개선을 보였다.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섰고 신세계 계열사들과의 시너지가 나타났다. 성장세에 2022년 신세계그룹은 복수의 PEF를 대상으로 W컨셉 소수지분 투자 유치도 진행했다. 당시 한 대형 PEF가 1000억원 투자를 추진했으나 펀딩이 되지 않아 결국 진행하지 못했다. 

      최근 들어 W컨셉 경영진의 업계 특성 이해 부족에 대한 우려가 회사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9월 단행된 신세계그룹의 ‘물갈이 인사’로 이주철 G마켓 전략사업본부장이 W컨셉 대표직을 맡고 있다. 패션 커머스는 젊은 세대를 사로잡는 것이 중요한 만큼 업계 이해도가 핵심이지만, ‘온라인몰’ 경험을 가진 경영진의 전략이 비껴가고 있다는 평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W컨셉이 최근 다소 부진한데, 대표 교체 이후 방향성을 잃고 있다는 시선도 있다”며 “브랜드와의 파트너십 등이 중요한 패션 부문은 생필품 등 다른 소비재 영역이랑 결이 다르기 때문에 이해도가 높은 것이 중요한데, 아무래도 경영진도 패션 부문에 적응하는 기간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신임 대표가 부임한 지 얼마 안 된 상황에서 경영 성과를 논하기는 이르단 시선도 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G마켓에서 작은 조직으로 이동한만큼 조직 정비 등 과도기에 있단 평이다. W컨셉은 이주철 대표 이전에 이은철 전 대표가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대표직을 맡았다. 새 경영진은 결국 올해 실적부터 ‘진짜 성적표’를 받게 되는 셈이다.

      회사 측은 "SSG닷컴 자회사로 인수된 후 그룹 관계사와 온·오프라인 협업 강화해 입점 브랜드 판로 확대, 매출 신장에 기여하고 있다"며 "매출액도 2021년 1014억원에서 2023년 1454억원으로 2년만에 43% 신장하며 BEP(손익분기점) 모델을 지속 유지중"이라고 설명했다.

      경쟁사 등으로 인력이 유출되는 점은 위험 요소로 꼽힌다. 다수의 W컨셉 인력이 네이버 패션타운, 크림(KREAM), 무신사 등 동종업계로 이직한 것으로 파악된다. 패션 부문 강화에 나선 컬리(Kurly) 등의 커머스로도 자리를 옮겼다. 물론 온라인몰 플랫폼 업계가 이직이 잦고, 특히 패션 부문은 경력직 채용이 많아 이동이 흔한 일이다. 다만 W컨셉에서 소위 ‘에이스’로 불린 실장급 인력들이 회사를 떠난 점은 내부 리더십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패션 플랫폼 경쟁이 심화하면서 각사가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가운데 올해를 기점으로 성적표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2021년 신세계가 W컨셉, 카카오가 지그재그(ZIGZAG), 무신사가 29CM를 인수하는 등 패션 플랫폼 M&A가 흥행한 바다. 전반적으로 부진했던 지난해 패션 플랫폼들은 올해 성장으로 분위기를 반전시키려는 각오를 보이고 있다.

      무신사는 2021년 스타일쉐어(의류 도소매)·에이플러스비(29CM)·어바웃블랭크앤코(의류 제조판매) 등을 인수했다. 29CM은 2020년 기준 거래액은 1800억원, 매출액 257억원을 기록했고 당시 흑자전환했다. 무신사는 인수 이후 스타일쉐어·에이플러스비 등을 흡수합병했다. 온라인 플랫폼은 별도로 운영하고 있지만 기본 경영 조직은 통합해 사실상 하나의 회사로 운영하고 있다. 

      29CM 부문은 2021년 5월부터 박준모 부문 대표가 맡고 있다. 박 대표는 2021년 5월부터 29CM에 합류했고 이전에는 IBM, 구글, 아마존 등 빅테크를 거쳤다. 박 대표는 내부 소통에 적극적인 리더로 내부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고 전해진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29CM는 무신사가 인수한 회사 중 가장 빠른 성장을 하고 있는데, 남성 패션이 강하던 무신사가 29CM를 필두로 여성 패션에 힘을 준 전략이 통했다”며 “최근 에이피알 등 커머스 기업들이 좋은 밸류를 받은 점 등 크게 봐서 ‘플랫폼’인 커머스들도 자신감이 오르고 있는 가운데 올해 각 플랫폼의 성적표를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