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 사업장 매물 본격화...증권사ㆍ운용사들, '시장 열린다' 앞 다퉈 인수 준비
입력 2024.05.22 07:00
    늘어나는 PF성 NPL, 인수할 펀드 잇따라 준비
    기존 플레이어 아닌 운용사·증권사들도 도전장
    "NPL 다루기 까다로워" LP들, 1호 펀드 손사래
    "좋은 사업장 안 담길 것" 對 "버티는 데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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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금융당국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상화 방안을 공개하며 그간 버티기로 일관했던 PF 사업장들이 향후 매물로 쏟아져나올 전망이다. 대부분 이전까지 사업성이 없어 자금이 돌지 않았던 곳들인만큼, 일종의 PF 부실채권(NPL) 시장이 형성되게 되는 셈이다. 

      주요 증권사 및 운용사들은 해당 자산에 투자하기 위한 펀드를 잇따라 조성하고 있다. 고금리 기조에 따라 높아진 목표 수익률을 충족하기 위해 연기금 등 기관들도 해당 펀드를 눈여겨 보고 있다.

      문제는 현 자본시장에 먹을거리가 마땅치 않은 가운데 PF에 대한 이해도가 깊지 않은 금융사까지 펀드 조성 검토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비교적 향후 사업성 전망이 좋은 PF 사업장이 과연 매물로 나올지에 대한 의구심도 걷히지 않고 있다.

      21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PF 관련 부실채권 매물이 대량으로 출회되는 분위기다. 이런 채권들에게는 PF 사업장에 지급보증을 선 건설사나 금융사의 대출채권 등이 포함된다. 최근 금융당국이 부동산 PF 사업장 분류를 세분화하는 내용의 'PF 정상화 방안'을 발표한 후 비슷한 채권 매물이 더욱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해당 자산을 담으려는 펀드 조성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PF 관련 부실채권을 주요 타깃으로 하는 '스페셜 시츄에이션 펀드'(Special Situation Fund·SSF) 성격이 많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유진자산운용, 파인트리자산운용 등 부실채권에 투자하는 'NPL 펀드'를 여러차례 조성해본 경험이 있는 운용사들은 이미 자금을 대줄 기관투자가(LP)들과의 접촉을 이어가고 있다. 

      관련 트랙레코드가 많지 않은 일부 운용사나 증권사들도 직접 펀드를 조성하는 안을 검토하곤 있다. 메리츠증권이 이달 중 SSF 1호 결성에 나선 게 대표적이다. 메리츠증권은 그간 PF에 전문적으로 투자해왔다는 점에서 부동산 업황에 대한 이해도가 깊은 것으로 평가받지만, PF 관련 부실채권은 직접적으로 다뤄본 경험이 적다는 점에서 투자를 제의받은 LP들의 고민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신한자산운용과 KB자산운용 등 은행계열 자산운용사들도 NPL 펀드를 직접 조성하는 방안을 살피고 있다. 다만 NPL 매입가 협상이나 사업장 회수 등 절차가 녹록지 않은 탓에 망설이는 분위기가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관련 펀드 출자 검토에 착수했다.

      우정사업본부의 부실채권(NPL) 블라인드 펀드 위탁운용사 선정에 여러 운용사가 관심을 가졌던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현재 1차 정량평가 결과 유진자산운용, 이지스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파인트리자산운용 등이 후보군에 오른 것으로 파악됐다. 21일 프리젠테이션을 거쳐 조만간 최종 결과가 발표될 전망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원래 NPL 펀드는 은행에서 출회되는 NPL을 대량으로 담아 회수하며 수익률을 내는 방식을 취해왔지만, 최근 들어선 개별 사업장 NPL을 취급하는 펀드로 변모하고 있다"라며 "그간 NPL을 펀드를 통해 취급해온 운용사들도 개별로 사업장을 담을 수 있는 펀드인 SSF로 방향을 틀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PF 관련 부실채권에 투자하려는 펀드 조성이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출자를 해줄 LP들의 반응은 갈리는 모습이다. 

      당장 금융당국에서 내놓은 PF 정상화 방안을 두고도 다양한 의견과 분석이 나온다. 부실 사업장에 추가 출자가 새로 이뤄질 수 있다는 기대감과 '뻔한 얘기'라며 그 효과에 의문을 갖는 목소리가 엇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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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핵심은 사업성이 양호한 사업장이 매물로 출회해 SSF 등 관련 펀드에 담길 것이냐에 대한 우려다. 양호한 사업장의 경우 부동산 시장이 회복세에 들어서는 것을 기다리며 계속 '버티기'에 나설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사업성이 부실한 PF 자산은 철저히 가격에 반영해 담아야 하는데, 원금 손실이 불가피한 기존 대주단이 원만하게 자산을 넘길지에 대해서도 큰 믿음은 없는 분위기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개별 사업장 채권을 염가에 매입해야 수익률이 양호하게 나올 것인데 기존 대주단 입장에선 염가에 매각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당국에서 내놓은 PF 대책 등을 고려하면 출자가 추가로 이뤄질 가능성도 생긴 셈인데 이런 변수를 고려하면 펀드가 담을 자산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부실 사업장에 대한 추가 출자가 이뤄지지 않기 시작한 분위기를 감안하면 사업성과 무관하게 PF 사업장 관련 부실채권이 시장에 쏟아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그간 전자단기사채(전단채) 발행이나 자산유동화를 통해 자금을 조달해 사업장에 추가 투입해 온 중소형 증권사 보유 사업장의 경우 비용 부담을 감안하면 더이상 버티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엇갈리는 전망에도 불구, 투자처를 고민 중인 LP들은 해당 시장과 펀드에 일단 관심을 가지는 분위기다. 이들은 고금리 기조 아래 높은 조달 비용을 감내하고 있다. 이를 상쇄할 만큼의 높은 수익률을 보장해줄 투자처에 대한 수요가 큰 상태다. 현 시점에서 비교적 현실적으로 목표 수익률을 두 자릿 수 이상 낼 수 있는 건 PF 관련 펀드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당장 부실 사업장 손실을 확정지을 결단을 내리는 것이 쉽지 않겠지만 요즘은 충당금을 충분히 쌓고 자산을 정리하는 것이 추세가 되어가고 있다"라며 "좋은 사업장이라도 이미 기투입된 자금이나 기회비용을 감안해서 결정을 내릴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향후 펀드를 운용할 운용사의 역량이 중요해질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사업장 옥석가리기에 대한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개발 사업장의 정상화를 위해 권리 관계를 정리하는 데 필요한 법적 지식과 경험도 중요하다. 부실채권의 경우 인수 가격이 향후 수익률을 책임질 핵심 변수인만큼 가격 협상력 역시 필수적이란 평가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LP들 입장에선 직접 부동산 관련 자산을 살펴보고 관리할 순 없으니 운용사의 역량을 중점적으로 검토하는 편"이라며 "이전 트렉레코드 없이 1호 펀드를 조성하려는 운용사나 증권사들에게 선뜻 출자를 하기가 쉽지 않은 이유"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