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기준 불확실성에 보험주 일제히 급락
입력 2024.05.22 16:12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보험주 하락세
    회계기준 변경 가능성에 보험업종 반응
    ‘1분기 만에 또’…보험업계 혼란 가중
    • (그래픽 = 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 = 윤수민 기자)

      금융감독원(금감원)이 보험사의 보험계약마진(CSM)을 평가하는 과정을 검토하기로 하면서 보험업종 주가가 악영향을 받았다. 해당 규제가 적용되면 보험사 실적이 전반적으로 하락할 수 있어서다. 보험 및 회계업계에서는 또 다시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삼성생명 주가는 전날보다 5.23% 급락한 8만7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삼성화재(-8.02%), DB손해보험(-5.81%), 현대해상(-4.68%) 등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 1분기 새 회계기준 하에서 호실적이 기대되며 3월 이후 오름세를 보였던 보험주들의 주가가 일제히 조정을 받는 모양새다. 조정폭도 예상보다 컸다. 금감원 보험리스크관리국에서 보험사 CSM에 관한 회계처리 기준을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은 보험사 CSM을 회계처리하는 과정에서 현재가치로 환산할 때 할인율을 적용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작년부터 새로운 회계기준인 IFRS17이 적용되면서 보험사들은 CSM을 당장 이익으로 잡지 않고 우선 부채로 인식한 뒤 이를 현재가치로 할인해 매년 이익으로 전환하게 됐다. 

      보험사들이 바뀐 회계기준 제도 하에 ‘실적 부풀리기’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진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기존대로 할인율을 적용하게 되면 전체 보험사가 인식하는 총이익은 동일하지만 초기 시기에 전환되는 이익규모가 크다. 이 때문에 보험사들은 지난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특히 한화손해보험이나 현대해상 등 손해보험사들은 전년 동기 대비 이익이 50% 이상 늘어난 곳도 있다. 

      반면 할인율을 적용하지 않으면 보험사들은 동일하게 이익을 배분하게 된다. 초기에 이익이 몰리지 않고 동일하게 분배되는 만큼, 그간 보험사들이 봤던 실적 증대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험 및 회계업계에서는 회계기준 불확실성이 높아진 데 따라 당혹스럽다는 의견이다. 바뀐 기준을 적용하면서 보험사나 감사를 맡은 회계법인들은 적응하는 데 상당한 비용과 시간을 쏟은 바 있다. 만약 기준이 또 다시 바뀐다면 혼란이 가중된다는 점에서다. 또, 보험부채의 평가방식을 현재가치로 반영하자는 IFRS17 기본 취지에 어긋난다는 시각도 있다. 

      장기적으론 보험사의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방식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롯데손해보험이나 MG손해보험, ABL생명, KDB생명 등 보험사 매물이 쌓여가는 가운데 기업가치 평가 방식을 재정립해야 할 가능성도 떠오른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몇몇 보험사들은 바뀐 회계제도를 기준으로 유상증자를 단행한 곳도 있는데 만약 회계기준이 바뀌게 되면 당시 가격이 공정하게 평가됐는지 여부를 두고 논란이 벌어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주요 보험주 및 금융주의 급락세에도 코스피지수는 전일 대비 0.03%포인트 하락하며 보합세로 마감됐다. 현대차가 미국 관세정책 수혜 가능성으로 10% 가까이 급등하며 52주 신고가를 새로 썼고, 엔비디아 실적 발표를 앞두고 SK하이닉스 주가 역시 20만원에 성큼 다가서는 등 대형주 위주 장세가 펼쳐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