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열렸는데 우량매물은 가뭄"… NPL펀드 출자에 고심 깊은 기관들
입력 2024.05.24 07:00
    부실화로 경·공매 나오는 사업장 증가
    사업성 높은 사업장은 만기 연장 이어져
    PF정상화 대책, 우량 사업장 부실 확률 낮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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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부실채권(NPL) 펀드 출자에 대한 기관투자가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해 경·공매 시장에 나오는 사업장은 급증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NPL펀드의 수익성이 생각만큼 높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NPL펀드는 위험자산으로 분류하는 NPL에 투자하는 만큼 내부수익률(IRR) 10% 이상을 목표로 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를 위해 투자자는 사업성이 뛰어난 사업장을 저렴하게 매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운용사는 EOD가 발생한 기존 대주단의 채권(NPL)을 사들인 후 채권 가격 상승을 노리거나 출자 전환해 경영권 매각으로 수익을 올린다. 

      현재 상황에선 채권 가격의 상승을 기대하거나, 경영권 매각으로 수익을 올릴만한 사업장은 드물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량 사업장은 대주단이 최대한 만기를 연장하면서 EOD가 발생하는 경우가 적기 때문이다.

      건설근로자공제회는 올해 NPL펀드 출자를 투자 전략 중 하나로 설정했지만, NPL 투자 기회가 적다고 판단해 출자를 적극적으로 검토하지 않는 상황이다.

      건설근로자공제회 관계자는 "사업성이 뛰어난 사업장들의 경우 계속 만기가 연장되면서 NPL로 나오지 않고 있다"며 "시장에서 모집 중인 펀드들의 수요를 조사한 후 (펀드 출자) 공고를 내는데 운용사들의 펀드 결성 계획이 계속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운용사 관계자 또한 "사업성이 좋은 사업장일수록 부동산 경기가 다시 살아날 때까지 4~5년을 버티려 하지 50% 가까운 손실을 확정 짓고 NPL 펀드에 매각하려는 대주는 거의 없다"며 "NPL펀드에 매각하는 건 최후의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이 13일 발표한 PF정상화 방안의 영향으로 우량 사업장이 부실화할 확률은 더 낮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PF정상화 방안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사업성이 충분하다고 보는 사업장을 '양호'나 '보통' 분류하고, 자금공급을 확대할 예정이다. 정상 PF사업장이 공사비 증액 등으로 어려움을 겪을 경우 추가 보증을 제공하는 등의 방식을 활용한다.

      기존에는 사업성이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자금 경색으로 인해 경·공매로 넘어간 사업장을 인수할 수 있다는 운용사들의 기대감이 있었다. 다만 정부의 PF정상화 대책 발표 이후 금융당국의 추가 자금 투입이 가시화함에 따라 정상 사업장이 EOD가 발생해 경·공매 넘어갈 확률이 더 낮아졌다는 설명이다. 

      공제회 대체투자 관계자는 "최근 PF정책으로 인해 정상 사업장이 NPL로 나올 확률이 더 낮아졌다"며 "PF정책과 같은 변수 때문에 NPL 출자를 성급하게 검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NPL 시장이 확대할 것이란 기대감은 여전하다. 당장의 수익률에 연연하기보단 시장 확대에 앞서 투자 기회를 만들어 놓겠다는 기관투자자들의 전략도 엿보인다. 최근 우정사업본부는 NPL 전략 펀드에 3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으로, 위탁운용사 2곳을 선정 중이다. NPL 매각 규모가 급증한 지금이 투자 적기라는 판단에서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올해 NPL 매각 규모가 전년 대비해서 130% 확대한다는 전망과 NPL 증가 추세가 유지된다는 점을 투자 요소로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수많은 사업장이 NPL로 나온다는 건 시장 모든 참여자가 알고 있는데 투자에 손을 놓고 있을 수 없다"며 "일단 실탄은 쌓아놔야 하는 거 아니냐는 업계 공감대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