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S&T도 다변화 고심…외환·매칭서비스 등 영역 확장
입력 2024.05.27 07:00
    [2024년 증권사 S&T 부문장 인터뷰]
    ELS 사태로 '원금보장' 상품개발 고민 커진 증권사들
    고금리 기조 장기화에 중요해진 채권 운용 전략
    주식시장 예측도 어려워…"절대 수익 추구할 것"
    신사업에도 관심…밸류업·신외환법 등 활용 고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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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한 예측이 어려워지고 대외 변수가 늘면서, 올해 증권사들의 실적을 좌우할 'S&T(세일즈&트레이딩) 부문' 전략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주식연계증권(ELS) 사태로 인해 상품 제공에 한계가 생기며 세일즈 부문은 상품 마련 및 창구별 차별화에 트레이딩 부문은 채권 운용 전략을 세우는 데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인베스트조선은 국내 5대 증권사 (미래에셋증권· 신한투자증권·KB증권·하나증권·한국투자증권)의 S&T 및 운용 부문장에게 올해 운용 계획과 신사업 전략에 대해서 들어봤다. 

      S&T 부문은 각 증권사마다 조직구성이 다양하다. 근간은 고객에게 자금을 유치하거나 증권사 고유계정을 통해 확보한 자금 운용을 기반으로 한다. 자금을 운용함에 있어서 채권운용이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한다. 그렇기 때문에 채권운용 성과가 S&T 부문 수익에 직결된다. 그만큼 금리 변화에 따른 운용전략이 중요하다.

      올해 들어 이들의 고민은 깊어졌다. 그간 증권사들은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이 S&T 부문이라고 판단, 예년 수준 이상의 수익 목표치를 둬 왔다. 직면한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올해는 각 증권사마다 차별화된 전략을 통해 수익추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채권운용은 이자수익 중심으로...보수적 운용 기조

      증권사들은 올해 채권운용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 10년간 저금리 구간에선 채권을 사두기만 하면 가격이 올라서 수익확보에 대한 고민이 깊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는 연초부터 금리 예상이 빗나가고, 하반기 전망도 무의미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요 국내 증권사 S&T 임원들은 하반기 중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한 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그간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한 예측을 하기는 녹록지 않았다. 일부 외신을 통해 연준의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가 올해 말 금리 인하가 가능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히긴 했지만 투자업계 관계자들은 '지켜봐야 한다'라는 입장을 고수하는 분위기다.

      되레 현재의 금리 수준을 '뉴노멀'로 받아들일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과거와 같은 저금리 상황이 당분간 오기는 힘들 수 있어서다. 현재의 금리 수준을 기준으로 채권 운용 전략을 세워야만 한다는 설명이다. 

      채권운용에 있어서는 '보수적' 기조를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사 S&T부문 관계자들은 공통적으로 ‘캐리운용(채권 보유를 통한 이자수익)‘을 강조하고 있다. 시의적절하게 헤지를 하느냐에 따라서도 운용 성과가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채권을 사고 파는 타이밍도 강조했다. 운용역들의 실력이 채권운용 수익에 있어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란 설명이다. 2022년 채권 운용에서 대규모 손실을 낸 증권사들은 인력충원 및 조직개편 등을 통해서 운용역량 강화에 집중했다. 올해 실적을 통해 증권사별 역량 강화의 결과가 여실히 드러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안석철 신한투자증권 S&T부문 대표는 “연초 크레딧 강세를 예상하고 대응한 부분이 올해 가장 잘한 부분이다. 최근 연준의 동향을 보면 자산 가격의 과도한 상승이 나타나면 인하에 대한 부정적 멘트가 언급되는 경향이 있다”라며 “금리 움직임은 박스권에서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고 과도한 배팅보다는 캐리 위주의 안정적 운용을 지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KB증권의 민시성 S&T 부문장도 시장 보다는 운용역의 실력에 성과가 달릴 것으로 보고 있다. 민 부문장은 “비지니스 과점에서는 캐리 수익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크레딧 포트폴리오를 일정 수준 이상 지속 운용하고, 해외 해외 채권 및 FX 등을 활용한 수익률 보강(Yield Enhancement)을 계속 추구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 주식은 특정 섹터 중심으로 기회...테마주 과도한 낙폭 피해야

      주식시장도 운용 전략을 세우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고금리 상황은 주식시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리의 급진적인 상승이나, 중앙은행의 태도 변화가 없다면 특정 섹터를 중심으로 해선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인공지능(AI) 등 기술주 중심으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박헌준 하나증권 S&T그룹장은 “금리의 발작적인 상승이 추가적으로 발생하지 않고 중앙은행이 향후 금리 전망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만 제시한다면 높아진 금리 상황에서도 섹터 중심의 운용은 충분히 좋은 수익을 기록할 장세로 보인다”라며 “섹터 모메텀에 무조건적으로 편승하기 보단, 금리 대비 밸류에이션 메리트에 입각해서 작은 수익률을 착실하게 쌓아나가는 전략으로 대응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안석철 신한투자증권 S&T그룹 대표는 보수적인 주식운용 방향을 밝히기도 했다. 안 대표는 “주식 또한 일부 테마주 중심의 과도한 상승으로 지수 왜곡이 나타나고 있어 절대수익 추구 형태로 계속 방향을 잡고 있다”라고 말했다. 

      반면 한국투자증권은 국내 주식시장 상황이 나쁘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부동산문제 옥석가리기가 시작되었고, 미국 금리 인하 시점까지 견딜 수 있다면, 국내 주식시장은 견조할 것이란 예측이다. 연말 코스피 3000 또한 달성 가능하다는 예측이다. 

      ELS 사태 이후 원금보장형 상품 공급 통해 자금확보

      ELS 사태 이후 세일즈 부문의 일감은 줄어들었다. 상품 제공을 통해 확보할 수 있는 자금 규모 또한 크게 줄어들었다. 이를 운용해서 수익을 내는 S&T 부문으로선 ELS를 대체할 상품 공급이 중요해졌다. 당장은 원금보장형 상품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다른 한편으론 ELS를 대신할 정도의 수익을 보장하는 상품 개발도 고민 중이다. 특히 발행어음을 통한 자금 확보가 어려운 증권사일수록 새로운 상품에 대한 고민이 깊다. 

      민시성 KB증권 S&T 부문장은 “은행 고객 대상으로 비고난도 원금보장형 상품을 다양화하고, 증권 리테일을 대상으로는 국내 개별 종목∙신규 지수를 활용한 상품 다변화를 통해 상품 라인업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진행 중에 있다”라고 말했다. 

      파생상품 개발에 강점이 있는 하나증권은 ELS를 대신할 파생상품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조만간 해당 상품출시를 통해서 신규 고객 확보에 나선다는 생각이다. 다만 하나은행이 주요 채널이란 점에서 원금보장형 상품 확대에도 힘을 싣고 있다. 

      박헌준 하나증권 S&T 그룹장은 “ELS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당사는 원금보장형 상품(ELB/DLB)의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라며 “또한 향후 증권사 고객을 대상으로 한 원금비보장형 상품 개발을 통해, 당사 리테일 고객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상품을 공급할 계획 중에 있다”라고 말했다.

      관건은 新사업...외환 사업부터 해외 기관 매칭 서비스까지 고민

      운용 전략을 차별화하기 힘들고, 자금확보도 쉽지 않은 상황으로 정리된다. 결국 새로운 수익원 확보가 올해 S&T 부문 성적을 가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미래에셋증권은 그룹의 강점인 상장지수펀드(ETF) 상품과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복안이다. ETF 시장 확대에 따른 연관 비즈니스 성장 및 변동성 차익거래를 통한 견조한 실적 달성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GLOBAL X ETF (미국/홍콩/일본)의 현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이들과 협업하여 국내 기관고객에게 경쟁력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신한투자증권과 하나증권은 신 외환법 규정과 관련해서 새로운 비지니스 기회를 살피고 있다. 신외환법은 외환 거래에서 사전신고를 폐지하고, 연간 5만달러 이상의 자금도 자유송금이 가능하도록 개편하는 방안이다. 이러한 제도개편에 맞춰선 신한투자증권은 외환 비지니스는 향후 증권사의 큰 먹거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증권은 FX데스크 세팅 및 시스템 강화를 통해 리테일 환전 비지니스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KB증권은 S&T 부문 내 국제영업본부를 중심으로 글로벌 기관 고객 대상 국내 주식 위탁 영업 및 매매, 국내 기관 고객 대상 해외주식 위탁 영업 및 매매, 해외 금융상품 소싱 및 영업 등 크로스보더 비지니스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KB증권이 글로벌 기관투자자 네트워크 확대에 선봉에 선다는 구상이다. 

      한국투자증권도 글로벌 사업 강화에 방점을 찍고 있다.  대표적으로 칼라일, 앵커리지캐피탈 등 해외 유수의 운용사들과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 사업 확대를 꾀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CLO 상품에 투자하는 해외운용사에 출자하거나, 이들과 함께 CLO를 국내 리테일에 출시하는 등의 신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양해만 한국투자증권 S&T 그룹장은 “비트레이딩 자산운용 위해 일부조직을 대체투자(인수금융, 부동산, 인프라)와 글로벌 투자 부서로 재편했다. 더불어 글로벌 IB와 PE와 협업을 통해서 신사업 분야를 개척한다는 계획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