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회수 지연되는 라인게임즈…앵커PE의 '불편한 동거' 언제까지
입력 2024.05.29 07:00
    주관사 선정 후 상장 지연
    계속되는 신작 부진에 연속 적자
    라인야후 사태까지 겹치며 복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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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라인게임즈의 상장이 좀처럼 가시화하지 않으면서 홍콩계 사모펀드 운용사 앵커에쿼티파트너스(Anchor Equity Partners)의 투자 회수도 지연되고 있다. 계속되는 신작 부진으로 실적 반등이 지연되면서 구조조정과 인력 영입 등 정비에 나섰지만 여전히 상장 시점은 불투명하다. 여기에 최근 라인야후 사태가 터지며 다시 상황이 복잡해진 분위기라 라인게임즈가 앵커PE의 ‘아픈 손가락’으로 남을 지 주목되고 있다. 

      라인게임즈는 2017년 6월 라인(LINE Corporation)이 100% 출자해 설립됐다. 같은해 액션게임 '드래곤 플라이트'와 모바일게임 '데스티니 차일드'를 성공시킨 '넥스트플로어'를 인수하면서 2018년 합병을 진행했고 지금의 라인게임즈가 됐다. 라인게임즈는 '대항해시대 오리진'과 '창세기전 모바일'을 서비스하고 있다. 

      현재 라인게임즈는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합작한 라인야후가 100% 지분을 보유한 Z중간글로벌주식회사(Z Intermediate Global)의 자회사다. 이 회사가 라인게임즈 지분을 35.66% 보유해 대주주다.  

      라인야후 다음으로 앵커PE가 특수목적법인(SPC)인 Lungo Entertainment Limited를 통해 라인게임즈 지분 21.42%를 보유하고 있다. 앵커PE는 2018년 라인게임즈가 진행하는 보통주 유상증자에 참여하며 약 1250억원을 투자했다. 당시 평가된 라인게임즈의 기업가치는 약 4500억원 수준이었다. 라인게임즈는 2021년 기업가치 약 7000억원 수준으로 1000억원가량을 투자받았는데, 500억원가량은 중국의 텐센트가 투자한 것으로 파악된다.  

      라인게임즈는 2022년 삼성증권을 기업공개(IPO) 주관사로 선정하고 상장을 준비중이다. 상장준비를 위한 경영진 정비 등에 나서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계획은 나오지 않았다.

      상장이 미뤄지는 데에는 우호적이지 않은 시장 환경도 있지만 연이은 신작 실패로 인한 실적 부진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라인게임즈는 2018~202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라인게임즈는 연결 기준 매출 489억원, 영업손실 394억원, 당기순손실 1803억원을 올렸다. 전년 대비 매출은 40.9%가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3.8%이 줄었다. 올해 1분기 흑자전환했지만 실적이 의미있게 반등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반등세가 보여야 한다는 관측이다. 

      라인게임즈는 상장 준비를 위해 구조조정과 인력 정비에 나서고 있다. 라인게임즈는 2022년 6월 골드만삭스 출신 신권호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영입했고 지난해 2월 박성민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했다. 박 대표이사는 판사를 역임한 법률 전문가로 상장 준비에 앞서 리스크 관리 전문가를 앞세운 것으로 해석된다. 

      박 대표로의 교체와 더불어 라인게임즈 전신인 넥스트플로어의 창업주로서 설립 이후 회사를 이끌던 김민규 전임 대표는 최고프로덕트책임자(CPO)로 개발 파트를 맡게됐다. 라인게임즈는 지난해 전체 임직원의 10% 이상에 해당하는 인력을 구조조정했고 신규 프로젝트도 중단됐다. 한편 넥슨 출신 김태환 부사장, 윤주현 CTO(최고기술책임자), 조동현 COO(최고운영책임자)를 영입했다. 

      최근 일본 총무성이 네이버에 소프트뱅크에 라인야후 지분을 매각하라고 요구하면서 라인게임즈의 향방에 대한 내외부 불안감이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라인게임즈는 지난 13일 박성민 최고경영자(CEO) 등 경영진과 직원들이 모여 라인야후 사태에 대한 설명회를 갖는 등 불안 여론 진화에 나섰다.

      앵커PE 입장에서도 고민이다. 라인게임즈 외에도 국내 투자 포트폴리오 중 다수의 기업공개(IPO)가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앵커PE는 카카오엔터의 2대 주주인데,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에서 시세조종에 나섰다는 의혹을 받고 있어 사법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돼야 상장이 가시화할 수 있다. ‘아픈 손가락’으로 꼽히는 컬리도 상장 재추진 시점이 불투명하다. 이번 1분기 창립 이후 첫 분기 흑자를 기록하는 등 기대가 오르고 있지만, 기업가치 관점에선 과거 앵커PE가 투자할 당시의 4조원 내외는 내다보기 어려워졌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라인게임즈도 회수가 늦어지는 포트폴리오 중 하나라 앵커PE가 고민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최근 SSG닷컴과 어피니티 등 FI와의 갈등처럼, 시장 침체 장기화로 PE들이 회수가 늦어지는 포트폴리오에 대해 고민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