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핵심 사업지에서 연달아 입찰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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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주택 전망이 어두운 가운데 DL이앤씨는 주택부문 관련 구조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DL이앤씨는 10대 건설사 중 재무구조가 양호하다는 시장 평가를 받는 곳이다. 유일하게 현금성자산이 총차입금보다 많다. 자회사인 DL건설은 총차입금 대비 현금성자산 비율이 주요 건설사 중 유일하게 2배가 넘기도 했다.
그럼에도 DL이앤씨는 주택부문 관련 구조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주택본부 직원 1800명 중 올해 최대 600명을 감원한다는 내용의 게시글이 직장인 익명 게시판 '블라인드'에 올라오기도 했다.
이미 DL이앤씨는 지난 3월 31일 대대적으로 조직을 개편했다. 마창민 전 대표를 포함해 임원 18명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주택(6명)·토목(7명) 부문이 대부분이다. 작년 말 기준 DL이앤씨의 미등기 임원이 57명임을 고려하면 전체 임원 중 3분의 1이 물러났다.
서영재 신임 대표를 선임한 이후 DL이앤씨는 올해 신규 수주보다 관리에 더 힘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송파구 삼환가락, 용산구 용산산호, 강남구 도곡개포한신 등 서울 핵심 사업지에서 연달아 입찰을 포기했다. 대신 이산화탄소 포집·저장·활용(CCUS), 소형모듈원전(SMR) 플랜트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주택 전망이 어두운 가운데 DL이앤씨가 사적전으로 구조조정의 밑작업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추후 기대 수익이 줄어들어 인건비 등 지출이 부담스러울 거란 예상이다.
DL이앤씨가 자회사인 DL건설의 조직 규모도 줄여 흡수합병할 거란 얘기도 끊이지 않고 나온다. 실제로 DL이앤씨의 인사담당 상무가 올해부터 DL건설에서 인사담당을 맡게 됐다. 이에 대해 회사측은 "흡수합병 계획은 없다"며 "DL건설도 주택사업 비중이 높아 흡수합병할 경우 구조조정의 의미가 퇴색된다"고 밝혔다.
재무구조가 좋은 DL이앤씨는 선제적으로 구조조정을 할 수 있어 차라리 낫다는 평가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재무구조가 있으니 희망퇴직 신청을 받을 수 있다"며 "퇴직 위로금마저 지급하기 어려울 만큼 상황이 안 좋은 건설사는 직원들을 자기 발로 나가게 할 것"이라 말했다.
DL이앤씨 이외의 주요 건설사도 인건비를 줄이는 모습이다. 대우건설은 유급 휴직 제도를 실시할 계획이며, 포스코이앤씨와 한화 건설부문은 임원 급여를 각각 10%, 20% 삭감한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관련 전망이 갈리는 건 사실이지만, 현재 고금리 및 공사비 상승 외에도 국내 인구절벽 현상이 심해지고 있어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게 건설업계 전반적인 분위기"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