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 정상화에 또 다시 등장한 '면책' 카드…"혜택 가장한 강제"
입력 2024.06.03 09:52
    취재노트
    PF 사업장에 유동성 공급하다 손실나도 면책
    코로나·레고랜드·태영사태 때 등장한 면책 특례
    가장 쉽고·실효성은 낮고·부작용은 많다는 평가
    규제 완화한 만큼 유동성 공급?…사실상 '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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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금융당국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연착륙 대책을 추진 중인 가운데, 또 한번 '면책 특례' 카드를 꺼내들었다. 일전에 예고한 규제 완화 과제들 중 일부를 대상으로 실제 비조치 의견서를 발급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당국이 이번에도 가장 쉬운 길을 택했단 반응이 나온다. 사태 해결을 금융사에 떠넘기는 동시에 주체가 되어야 할 당국은 시급한 유동성 지원을 명목으로 손실을 눈감아주는 모양새다. 일각에선 면책이란 혜택을 가장해 사실상 금융사에 PF 지원을 강요하고 있단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달 30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PF 연착륙 정책을 위한 6개 과제에 대해 비조치의견서를 발급했다. 구체적으로 ▲신규자금 공급 및 재구조화·정리 관련 면책 특례 ▲주거용 부동산 대출에 대한 NCR 위험값 완화 ▲채무보증의 대출전환 관련 NCR 위험값 완화 등이다. 모두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된다.

      이번 조치의 핵심은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손실나도 책임을 묻지 않고, NCR 위험값도 낮춰줄테니 은행과 보험사, 증권사와 저축은행은 PF 사업장에 마음껏 유동성을 지원하라'는 것이다. 이러한 규제 완화가 금융사 입장에선 없는 것 보단 나은 조치지만, 과연 실질적으로 PF 사업장 정상화에 도움이 될 일인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사실 면책 특례 조치는 과거 유동성 위기 때마다 단골손님처럼 등장했다. 금융당국은 과거 ▲2020년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 ▲2022년 레고랜드 사태 당시 회사채·단기자금시장 등 관련 시장안정대책 ▲2023년 관계부처 합동 태영건설 대응방안 금융지원 업무 등에서 어김없이 면책 특례를 활용해왔다.

      현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상 당국이 특수한 상황에서 한시적으로 비조치의견서를 발급해 면책 특례를 적용하는 것이 위법은 아니다. 다만 업계에서는 면책 특례를 두고 '가장 쉽고, 실효성은 낮고, 부작용은 많은 조치'라고 평가한다.

      실제로 면책 특례는 과거 수차례 '모럴 헤저드'를 야기한다는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코로나 당시엔 금융사 임직원이 재택근무를 하는 과정에서 고객의 개인정보를 유출해도 회사에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이 가능해 한 차례 논란이 일기도 했다. 물론 보안의식 조치사항을 철저히 준수하는 경우에 한한다는 단서가 붙었고 실제 유출 사고가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이러한 가정이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실효성 측면에서도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많다. PF 부실을 은행과 보험 등 우량 금융권으로 전이시킨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타 금융업권에 비해 우량하다고 평가받는 은행과 보험업권은 현재 5조원 규모의 PF 신디케이트론(공동대출)을 조성하고 있다. 자발적 경영활동의 일환이든, 당국의 요청에 따른 것이든 은행과 보헙업권의 자금이 PF 사업장으로 흘러들어가게 된다.

      이 자금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PF 사업장이 정상화 된다면 최선의 결과겠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결과를 야기한다면 부실을 은행과 보험업권도 함께 떠안게 되는 셈이다. 이 과정 속에서 금융당국이 하는 역할은 '손실이 나도 책임을 묻지 않는 것' 뿐이다.

      당국이 면책 특례까지 적용한 이상, 금융사들은 어떠한 형태로든 PF 재구조화와 정상화에 기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당국의 눈 밖에 날 우려가 있다. 금융권에서 이번 조치를 두고 '혜택을 가장한 강제'란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면책 조치가 없는 것보다는 도움이 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마냥 좋은 것만도 아니다"라며 "당국이 면죄부까지 주면서 금융사를 위하는 것은 사실상 그만큼 더 유동성을 투입하라는 것이기 때문에 '혜택을 가장한 강제'에 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