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화號 포스코, 업황 악화에 자금조달 최소화하며 '관망세'
입력 2024.06.04 07:00
    대규모 자금조달 예상에도 상반기 회사채 발행 계획 연기
    2차전지 소재 자회사 지원 계획도 축소 수정 전망
    "포스코그룹 방향성 불투명해졌다" 평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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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포스코그룹이 장인화 회장 취임 후 자금조달을 최소화하며 '관망세'에 들어갔다. 본업인 철강과 신사업인 2차전지 소재 업황이 모두 꺾이며 회사 재무구조를 재정비하는 등 전면 검토에 들어간 모양새다.

      포스코그룹은 2분기에도 회사채 발행을 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올해 자금조달 계획 또한 상환 목적의 회사채만 소규모로 발행할 것으로 전해진다. 포스코그룹이 대규모로 회사채를 발행할 것이란 예상과 반대되는 행보다. 포스코그룹은 1분기 회장 교체 이슈로 자금 조달 등 주요 의사결정을 뒤로 미뤘는데, 이로 인해 증권사 영업담당(RM)들 사이선 2분기에 대규모로 회사채를 발행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업계에선 '정통 철강맨'인 장인화 회장이 취임하면서 그룹 전반의 투자 계획과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본업인 철강 산업과 신사업인 2차전지 소재 산업 모두 업황이 꺾이면서 투자를 '잠시 멈춤'한다는 설명이다. 취임 시 내세웠던 포스코 7대 미래혁신 과제 1번이었던 '철강 경쟁력 재건'에 무게가 실린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포스코그룹이 지난해 양극재와 음극재 사업 등 2차전지 호황과 맞물려 운 좋게 실적이 잘 나왔지만, 지금은 포스코그룹의 방향성이 명확하지 않아 기업의 정체성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고 말했다. 

      대규모 투자가 예정돼 있던 2차전지 소재 자회사 지원 계획도 손 보고 있는 것으로 얘기가 전해진다.

      국내 증권사 한 관계자는 "최정우 전 회장 체제에선 2차전지 소재 관련 핵심 자회사들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분위기였지만, 이제는 자회사들이 각자도생해야 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며 "광양 자회사들 사이에선 2차전지 업황도 꺾였는데 모회사의 지원도 덜해지니 경영이 힘들다며 볼멘소리가 나온다"고 전했다.

      양극재와 음극재를 동시 생산하는 대표적인 2차전지 소재 자회사인 포스코퓨처엠의 유상증자 계획도 미뤄진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8월 포스코퓨처엠은 2차전지 소재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밝히며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해 조 단위 자금을 조달하겠다고 밝혔지만 그룹 내에선 구체적인 계획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포스코퓨처엠은 올해만 해도 1조원이 넘는 설비투자 계획을 구축해둔 상태로, 100조원이 넘는 수주 잔고에 대응하려면 회사채 발행과 유상증자 등 자금 조달이 시급한 상황이다. 

      포스코홀딩스 관계자는 "그룹의 자금조달 계획은 금리 등 금융 시장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