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젠슨 황 한마디 한마디에 삼성전자는 롤러코스터
입력 2024.06.05 11:16
    외신 보도에 급락한 주가, 젠슨 황 발언에 회복세
    경영진보다 주가 영향력 커진 젠슨 황 HBM 언급
    일시 수급일 뿐 불확실성 여전하단 평…변화는 無
    결국 성과로 증명해야…당분간 롤러코스터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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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발언이 삼성전자 주가를 들었다 놨다 하고 있다. 회사 경영진보다 젠슨 황 CEO의 발언 무게감이 주가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다. 

      5일 삼성전자 주가는 개장 직후 전일보다 3% 이상 올라 7만7000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5거래일 중 가장 큰 폭의 오름세다. 최근 엔비디아향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이 차질을 빚었다는 외신 보도로 발생한 하락분 일부를 되돌렸다. 

      전일 젠슨 황 발언이 주가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보인다. 젠슨 황은 4일(현지시각)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은 물론 삼성전자에서도 HBM을 공급받을 계획이라 밝혔다. 삼성전자의 엔비디아향 HBM 공급 성적은 아직 불확실하나 협력을 지속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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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에 대한 시장 판단에 젠슨 황 발언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가 주가로 드러난다는 평이다. 지난 3월에도 젠슨 황이 공식 석상에서 삼성전자 HBM을 거론하자 주가가 크게 치솟았기 때문이다. 공급 불확실성이 불거질 때마다 떨어지는 주가를 고객사 수장이 번번이 끌어올리는 구도가 반복된다. 

      그러나 증권가에선 HBM 공급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젠슨 황 발언을 소재로 눌려 있던 삼성전자로 잠시 수급이 이동한 것에 가깝단 애기다. 

      증권사 반도체 담당 한 연구원은 "지난달 엔비디아 실적 발표가 최근 SK하이닉스 신고가로 이어졌기 때문에 숨 고르기가 필요했던 상황"이라며 "젠슨 황 발언을 이벤트 삼아 잠시 삼성전자 주가로 대피하는 모습으로 보인다. 당장 HBM 공급 성적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건 이미 시장이 알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젠슨 황 발언은 "삼성전자에서도 HBM을 납품받을 것"이라는 내용에 가깝다. 현재 HBM을 독점 공급 중인 SK하이닉스 외 마이크론과 삼성전자 모두 중요한 파트너이며, 가능한 빠른 시일 내 인증을 거쳐 자사 칩에 적용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겠다는 게 요지다. 협력이 지속된다고 재차 밝힌 것을 빼면 작년 9월 이후 바뀐 내용이 없다. 

      엔비디아에 삼성전자나 마이크론의 공급 능력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SK하이닉스 홀로 HBM을 책임질 경우 엔비디아도 서버용 AI 가속기 선점 효과를 극대화하기 어려운 탓이다. 당장 엔비디아 칩을 쓸어 담는 일부 빅테크를 제외하면 가격 부담 문제로 자체 AI 서버 구축을 주저하거나 대안을 찾는 잠재 고객사가 적지 않다. 극단적 품귀현상을 피하고 가격을 안정시켜 장기집권을 달성하자면 삼성전자의 힘이 꼭 필요한 상황이다.

      엔비디아가 보여줄 수 있는 건 인내심일 뿐 결국 삼성전자가 마땅한 성과를 내줘야 주가 불확실성이 걷힐 거란 얘기다. 반도체 업계에선 정식 공급이 이뤄질 시점을 올 하반기 이후로 점치고 있다. 달리 보자면 올 상반기와 마찬가지로 공급 차질 잡음과 젠슨 황 발언으로 주가가 오르내리는 구간이 반복될 수 있다는 얘기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 전영현 부회장이 DS부문장으로 복귀한 뒤 전략 방침에 대해 구체적으로 드러난 게 없어 삼성전자에 대한 재평가는 이르다"며 "명확한 변화를 확인하기 전까진 젠슨 황의 HBM 발언과 같은 이벤트로 수급이 오락가락하는 움직임을 반복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