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미뤄진 조 단위 프로젝트 산적…크레딧업계도 예의주시
입력 2024.06.12 07:00
    조 단위 프로젝트들, 브릿지론 만기 연장 거듭
    업계 내 불안감 커져…"단기간 내 해결 가능할까"
    프로젝트 담당 인력 대규모 퇴사 움직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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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시공능력평가 2위로 최상위권의 사업경쟁력을 보유한 현대건설마저 크레딧 시장에서 예의주시하고 있다. 조 단위 대형 프로젝트들이 본PF로 넘어가지 못한 채 브릿지론 연장을 거듭한 영향이다. 대형 프로젝트의 성사 여부에 따라 재무안정성과 신용등급이 하락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수 건설업계가 위기에 직면해도 현대건설은 굳건했다. 신용평가 3사는 지난 2009년 현대건설에 신용등급 AA-(안정적)을 부여한 이후 15년간 유지하고 있다. 최근 등급 평가 근거로 ▲업계 내 최상위권의 사업경쟁역량 및 원가관리능력 보유 ▲운전자본부담 확대로 인한 현금창출력 약화에도 우수한 재무구조 유지 등을 꼽았다.

      다만 신용평가사들은 현대건설의 조 단위 대형 프로젝트 진행 상황과 이에 따른 PF우발채무 규모를 주요 모니터링 사안으로 보고 있다. 현대건설의 PF우발채무는 올해 1분기 말 별도 기준 5조원이다. 80% 이상이 미착공 사업장이며, 이 중 90% 이상이 대규모 프로젝트로 이뤄져있다. 조 단위 사업은  사업성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서울 지역에 위치해있지만, 업황 둔화로 주요 개발 프로젝트의 사업성이 과거 대비 낮아졌다. 사업 일정이 지연돼 본PF 전환이 늦어질 경우 현대건설의 재무안정성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신용평가사들의 의견에 시장도 공감하는 분위기다. 현대건설이 진행하는 일부 대규모 프로젝트는 단기간에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워 보인다는 설명이다. 특히, 크레딧 업계는 신용등급에 악영향을 끼칠 이슈로 대규모 프로젝트 성사 여부를 꼽고 있다.

      현대건설은 신용등급 AA급 건설사 중 브릿지론 비중이 가장 크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신용등급 AA급 건설사의 브릿지론 비중은 70.7%며 이 중 현대건설이 93.7%를 차지한다. 브릿지론에 건설사가 신용보강을 제공한 프로젝트가 부실화할 경우 일부 채무인수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으며, 후순위 대출에 대한 신용보강일 경우 담보매각을 통한 대금 회수가 어려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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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순히 브릿지론 비중이 크다고 부실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사업 현장에서는 불확실성의 목소리가 들린다.

      가양동 CJ 공장 부지 개발사업은 4년째 개발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시행사 인창개발은 2019년 부지를 1조501억원에 매입했으며, 현대건설은 2020년 인창개발에 1조5185억원 규모의 브릿지론 연대보증을 서며 사업에 참여했다. 최근 인창개발은 특수목적회사(SPC)를 활용해 만기 도래한 PF를 차환했다. 리파이낸싱을 위해 3341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발행했다. 금리는 4.25%, 만기는 오는 2025년 2월이다.

      힐튼호텔 재개발 사업은 기존 일정보다 완공이 2년 미뤄졌다. 최근 시행법인 와이디427PFV는 PF 대출 차환을 통해 지난 5월이었던 브릿지론 만기를 내년 1월로 8개월 연장했다. 현대건설은 트랜치 D 대출약정금의 100%인 2000억원 한도에서 연대보증을 제공한다. 2021년 호텔 인수 매매 가격은 1조1000억원이다. 현대건설은 이 사업에 총 4099억원을 투입했으며, 이 중 99억원은 지분투자 형식으로 참여했다.

      이외에도 현대건설이 진행하는 다수 사업장이 지연돼 본PF로 전환하지 못하고 브릿지론 만기를 연장하는 중이라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사업비가 부족한 사업장엔 현대건설이 기존에 제공한 보증과 더불어 추가로 보증을 서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구 등 일부 지방 사업장의 경우 본PF 전환 후에도 착공을 못 하는 사업장이 존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대건설 신사업투자개발실 산하 에셋플러스팀은 최근 인력 이탈이 감지된다.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가 2021년 3월 취임한 이후 에셋플러스팀에서 조 단위 대형 프로젝트를 다수 진행했다.

      현대건설은 "대규모 사업장들의 현재 공시지가는 사업장을 매입할 당시 공시지가보다 올라서 우량사업지로 분류돼있다"며 "현대건설은 규모가 큰 사업장이 많아 시장의 관심이 많지만, 걱정할 만한 사업장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