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의 끝' 아워홈 오너일가, 경영권 매각도 '그림의 떡'
입력 2024.06.12 08:56
    취재노트
    남매간 수년 째 편 바꿔가며 이전투구
    장남 매각 기회 잡았지만 성사 불투명
    우선매수권 등에 매각 발목잡힐 가능성
    가장 큰 걸림돌은 결국 남매간의 불신
    분쟁 속 성장 정체에 PEF도 인수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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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아워홈 오너일가의 경영권 분쟁은 이번엔 오빠의 승리로 끝났다. 그토록 바라던 지분 매각을 시도할 기반이 다시 닦였지만 성사 가능성엔 의문 부호가 붙는다. 현재 지분 구도에선 누구도 경영권을 자신있게 내놓을 수 없다. 무엇보다 오너일가가 보여준 '이전투구'에 시장이 등을 돌린 점이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아워홈은 2016년 구본성 전 부회장이 장녀 구미현 씨의 지지를 받고 대표에 오르면서 남매간 경영권 갈등이 본격화했다. 이후 구본성 전 부회장이 2020년 보복운전 사건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이후 막내 구지은 부회장이 다시 경영권을 잡았다. 이 때 구 전 부회장을 제외한 세 자매의 ‘의결권 공동행사에 관한 주주간계약’이 맺어졌다. 이후 모든 주주총회에서 동일한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하고, 만약을 대비해 수백억원 규모 위약금 조건까지 걸어놨다.

      그럼에도 세 자매의 연합은 그리 공고하지 않았다. 2022년 고(故) 구자학 창업회장이 작고한 후 구미현 씨는 구본성 전 부회장과 손잡고 지분 매각을 추진했다. 법원이 구지은 부회장과 차녀 구명진 씨가 제기한 의결권 행사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지만 '캐스팅 보트' 구미현 씨와는 균열의 씨앗이 싹트기 시작했다. 결국 지난달 임시 주주총회에서 구미현 씨와 구본성 전 부회장이 손을 잡으며 구지은 부회장이 경영권을 내려놓게 됐다.

      구본성 전 부회장은 구미현 씨 지분까지 묶어 대형 사모펀드(PEF) 등에 매각하는 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인사의 합산 지분율이 57.84%에 달하는 만큼 표면적으로는 경영권 매각에 걸림돌이 없어 보이지만 실상은 복잡하다.

      구미현 씨는 구지은 부회장의 자사주 매입 카드를 받지 않았다. 최대의 이익을 가져다줄 파트너로 구본성 전 부회장을 택한 셈인데, 이해관계가 틀어지면 언제든 갈라설 가능성이 있다. 두 인사는 각각 다른 자문사의 도움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을 주도하는 구본성 전 부회장의 의지도 불투명하다. 지금까지의 다툼은 다분히 감정 싸움의 양상을 띠었다. 사이가 틀어진 누이를 내리며 소기의 성과를 거둔 구 전 부회장으로선 경영권 매각이 시급한 과제는 아니다.

      구지은 부회장과 구명진 씨가 보유한 우선매수권도 변수다. 아워홈의 정관엔 한 주주가 주식을 매각할 경우 다른 주주들에게 주식을 우선적으로 팔아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즉 구지은 부회장 등이 자금을 모아 주식을 사겠다 나서면 인수자가 50% 이상의 확실한 지배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경영권인수(Buyout)에 집중하는 PEF가 관심을 갖기 어렵다.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가족간 불협화음이다. 아워홈은 이미 수년 전부터 내로라 하는 국내외 대형 PEF들의 투자처로 거론돼 왔다. 실제 오너일가와 만나고 초기 협상을 진행한 곳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대부분 복잡한 지분 구조와 거래 진행의 불확실성에 부담을 느끼고 고개를 돌렸다. 애초 집안 다툼으로 매각 가능성이 비화됐지만, 그 때문에 매각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구지은 부회장이 여기서 물러설 것이라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경영권을 쥐고 있을 때 구미현 씨와 '신뢰'를 구축하지 못한 과오(?)를 다시 바로잡으려 할 수도 있다. 아직 구지은 부회장 쪽에 기회가 남아 있다 보고 연합을 꾀하려는 투자자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언제든 갈등이 재현될 수 있다. 돈 벌 기회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가는 게 PEF라지만 구본성 부회장의 말만 믿고 협상 테이블을 차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

      장남, 장녀, 차녀와 막내가 시시각각 편을 바꿔가며 다투는 사이 회사의 성장은 뒷전으로 밀렸다. 유사사업을 하는 대기업과 힘을 합쳐 '규모의 경제'를 꾸리려던 논의는 이미 오래 전 무위로 돌아갔고, 임직원들은 불안한 리더십 사이에서 눈치를 보느라 역량을 펼치지 못했다. 표면적인 실적은 양호하지만 코로나 팬데믹 이전의 자리를 되찾은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과거 아워홈을 살폈던 PEF들도차 수년간 누적된 피로도가 회사의 본원 경쟁력을 깎아내렸다 우려하고 있다.

      아워홈 정관의 우선매수권엔 회사의 경영권을 형제가 슬기롭게 협의해 지켜나가라는 선대 회장의 바람이 담겨 있었을 것이다. 다만 지금의 진흙탕 싸움 양상은 어느 형제도 독주할 수 없도록 견제할 장치를 고심 끝에 마련해 둔 것이 아닐까 하는 인상마저 들게 한다. 서로의 족쇄를 풀기 전에는 아워홈 매각도 요원할 수밖에 없다.